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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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찬란하게 해주는 공간 속으로! Go! Go!

아무리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매일 오가는 지하철 환승역,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분실물센터, 접시 한 가득 취향에 맞게 음식을 담아 먹는 뷔페,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 테이크아웃 커피점 등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 이 에세이의 주인공입니다. 이렇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이제야'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 이지혜는 너무 일상적인 공간이라 한번도 눈여겨 보거나 의미를 두지 않았던 50곳의 공간을 4가지 '감정'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숨어있는 의미를 발견해 알려 줍니다. 특히, 각 공간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짧은 인터뷰까지 함께 실려 있어서 그 공간들에 숨은 사연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의미를 찾았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올 때가 다 되었다는 그의 연락을 받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정류장에서 그를 기다리는데 문득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눈에 보였다. 내가 조금 전 느꼈던 뜨거운 라떼의 맛, 따뜻했던 순간을 그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참 뜨겁고 따뜻했다고.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정류장으로 오자 그가 환하게 나를 반겼다. 다행히 내가 마신 라떼보다 그 커피가 훨씬 더 뜨거웠다. (p.17)

 

『그곳과 사귀다』라는 제목의 첫인상은 흔하고 흔한 여행 에세이 같습니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이렇게 흔하고 흔한 여행 에세이와는 이제 그만 작별을 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무심코 이 책의 목차를 보게 되었고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는 50곳에 대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리스트들은 매력적입니다.

 

<가장 솔직한 '마음'을 주고받는 곳>, <웃기도 울기도 하는, 여러 감정을 만나는 곳>, <잊었지만 기억하기 위해, 한번 더 돌아보는 곳>, <어제와 오늘을 다르게 만드는, 순간을 마주하는 곳>. 당신이라면 이 카테고리에 어떤 특별한 장소를 넣고 싶으신가요? 만약 일상이 지겹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에 실린 리스트를 한번 살펴보세요. 당신이 매일 생활하는 공간을 주의깊게 살펴보게 되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질 것입니다.

 

정상은 물론 좋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 아니 얻고 싶은 단어다. 그런데 정상에서 맛본 희열 때문에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살짝만 내려와도 우르르 무너진 것처럼 느껴지니까. 정상에 올랐다면 거기서 내려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정상에 초대받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내려오는 법을 익혀야 한다. 내려가는 풍경이 낯설어 헤맬 수는 있지만 올라갔던 길과 다르지 않은 길이고 단지 내가 몸을 반대로 돌리고 시선을 달리하기만 하면 된다. (p.195)

 

 

 

 

2013. 01. 3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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