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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의 개 - 삶과 죽음의 뫼비우스의 띠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것만이 진정한 여행은 아니다!
어디선가 예쁜 풍경을 보거나 어딘가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면 엉덩이가 근질근질해서 참지 못한다. 그 예쁜 곳이 도대체 어떤 곳인지, 사람들에게 재미난 경험을 쌓게 해주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꼭 가봐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반면에 정반대의 풍경을 찾아 떠나는 사람도 있다. 『황천의 개』의 저자 후지와라 신야는 끔찍한 사건의 현장 또는 차마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1995년 3월 20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날 도쿄의 한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사이비 신흥 종교집단인 옴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와 신도들이 지하철역에서 사린 가스를 퍼트린 것이다. 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같은 해 있었던 고베 대지진과 함께 1995년은 일본사람들에게 충격의 해로 남았다.
후지와라 신야는 아사하라 쇼코가 걸어왔던 길을 밟고 싶었다. 아사하라 쇼코가 태어난 곳을 보고, 가장 가까웠던 친형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또, 옴진리교가 탄생할 수 있게 아사하라 쇼코에게 영향을 준 인도도 방문한다. 인도에서 후지와라 신야는 사람의 시체가 버려진 쓰레기처럼 태워지는 모습과 들개에게 유린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곳 사람이 아닌 외지인이라면 당연히 눈을 돌려야했지만, 그는 몇 주동안 그 장면을 지켜봤다. 그리고 아름답다고 했다.
또,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의 여행에 이유를 달지 않았다. 당시에는 무작정 떠난 여행이라도 지나고 나서 그럴듯한 의미를 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는 '여행을 선택한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만약 젊은 날의 충동적인 행위에 스스로 이유를 붙일 수 있거나, 객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p.18)라며 젊은 시절 자신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1995년 7월부터 1996년 5월까지 한 주간지에 연재된 것으로, 아쉽게도 사진작가의 책이지만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있는 5장의 사진도 표지처럼 어둡고 잔인하고 황폐할 뿐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예쁜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많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지만 느낌은 없고 풍경만 있는 사진이 무슨 의미겠는가. 덕분에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09-44. 『황천의 개』2009/04/05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