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리메이크작이 더 재밌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주인공 마코토에게는 남들과는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마코토는 위험한 순간마다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타임리프'란 일종의 시간을 뛰어넘는 능력으로,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소재로 등장해 이제는 식상해질 때도 됐지만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꽤 재밌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으로, 그동안 TV 드라마, 만화,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으며 현재 일본에서는 새로운 실사 영화를 제작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정도니 어찌 원작 소설이 안 궁금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이 이름값을 한다고, 애니메이션을 본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원작소설은 읽지 못한채 츠츠이 야스타카의 다른 소설 『최후의 끽연자』를 읽고 기대감만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원작소설을 만났다. 애니메이션과는 스토리가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실망이다.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실망이고, 츠츠이 야스타카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실망이다. 

까칠하고 농담 잘하는 야스타카氏, 어디 계세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표제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포함해 「악몽」, 「The Other World」 등 모두 세 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96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리메이크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만큼 재밌지는 않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김빠진 콜라를 마신 기분이랄까. 「악몽」은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여느 사람들과는 달리 특정한 사물 혹은 장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럴만한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 요인을 알고 제거하면 두려움도 없앨 수 있다. 「The Other World」에서는 다원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차원의 우주가 무수히 존재하고, 각각의 우주에는 다른 모습의 나도 존재한다는 것.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이 이야기에는 다른 차원의 우주를 넘나드는 소녀가 등장한다. 
   일본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재미는 떨어진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초창기 작품이라 그런지, 『최후의 끽연자』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구성이나 문체는 찾아볼 수가 없다. 참고로 『최후의 끽연자』에 실린 단편들은 대부분이 1970년대 발표된 작품들이다.
   한가지 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SF 소설은 발표 연도를 감안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발표 당시에는 꿈같던 이야기가 몇 십년 후에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런 배려가 부족하다. 작가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만 있을 뿐, 언제 발표된 작품인지는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196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것은 온라인 책 소개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 소개가 없었더라면 1965년에 발표돼 SF의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작품을 그저 식상한 시간 여행 이야기로 치부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09-45.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9/04/10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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