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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평점 :
아들아, 어디 가? 아빤 여긴 있는데!
방송 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장-루이 푸르니에가 사랑하는 두 아들을 위해 40년동안 꽁꽁 숨겨왔던 두 아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러나 장-루이 푸르니에의 두 아들은 아버지가 쓴 책을 읽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다른 아이들처럼 똑똑하거나 예쁘지 않아서 실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처럼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푸르니에와 그의 아내는 세 번째 아이를 가졌을 때 태아를 유산시키지 않고 또 낳는다. 다행히도 세번째 아이는 정말 예쁘고 똑똑한 딸이었다. 그는 당시 담당 의사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노골적으로 말씀드리죠. 두 분은 정말 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장애아를 둘이나 두고 계시니까요. 세 번째 아이도 장애아라 칩시다. 지금 상황과 그리 달라질 것이 있습니까? 이번에는 이 아이가 정상아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지겠죠. 더 이상 실패 속에 머물지 않아도 되는 거에요. 이 아이가 바로 여러분 인생의 행운이 될 테니까요.(p92~93)
장-루이 푸르니에는 두 아들 마튜와 토마가 크면 어떤 모습일까?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푸르니에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 아들의 머리 속에는 마치 지푸라기만이 가득한 것 같고 그들의 몸은 점점 굳어져 제대로 가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을 읽을 수도, 제대로 들을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아이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얼굴만 봐도 장애가 있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두 아들을 보이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오히려 남들처럼 아이들 교육에 신경쓰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거북해하는 표현들도 그는 서슴없이 말한다. 그런 그를 보며 어떤 이들은 장애를 가진 부모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반문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의 표현은 마튜와 토마 역시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는 사랑스런 아들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테다.
"아빠 어디 가?" ─ "고속도로를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
기억력이 1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 토마는 차를 타고 갈 때면 줄기차게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슬슬 지치기도 할텐데, 푸르니에는 그때마다 재치있게 대답한다. 그는 오히려 반복되는 토마의 질문을 재밌어 한다.
내 아이들과 있을 때는 반복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뭐든 다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싫증도, 버릇도, 지루함도 내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구식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p.97)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튜의 몸은 점점 굳어서 열다섯 살이 됐을 때는 평생 밭만 갈아온 늙은 농부의 모습이 됐다. 마튜가 더이상 하늘을 볼 수 없게 됐을 때, 푸르니에는 척추수술을 시켜준다. 드디어 마튜의 몸이 펼 수 있게 됐을 때, 3일만에 세상을 떠난다. 보고 싶었던 하늘 나라로.
마튜의 죽음에 순간 울컥했지만, 절대 눈물을 흘려서는 안된다. 그것은 초지일관 유머러스하게 두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푸르니에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더욱 감동적이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09-35. 『아빠 어디 가』2009/03/25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