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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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라, 당신도 누군가의 리스트에 오르내릴 수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박연차 리스트니, 장자연 리스트니 하며 온통 리스트 이야기 뿐이다. 전자는 좀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고, 후자는 마지막 남은 것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발버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어찌됐든 관련자들은 그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릴까봐 안달이 났고, 사람들은 과연 그들이 누구일까 궁금해서 몸살이 났다. 
   아마 비밀에 관심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비밀에는 관심없다고 공언하는 사람도 어느 순간 발설자를 향해 레이더를 뻗치고 있을 것이다. 비밀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특성이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몇 사람의 입을 거치다보면 부풀려지는 경우가 있다. 또 한 사람에 의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몇 달 전에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사랑 받았던 한 여배우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악성 루머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작가 제이 아셰르가 루머를 소재로 한 소설을 12년만에 펴냈다. 그의 소설 속에는 '베이커의 13'이라는 리스트가 등장한다. 고등학생인 해나 베이커는 악성 루머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든 후 자살한다. 그 리스트를 받은 사람들은 바로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다. 그녀는 왜 그들에게 리스트를 보낸 것일까?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소포 안에는 7개의 테이프가 들어있다. 그 테이프를 듣던 클레이 젠슨은 깜짝 놀란다. 테이프에서 얼마전 자살한 해나 베이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루머의 시작을 이야기한다. 그녀에겐 가슴 떨렸던 추억이 함께했던 상대의 입을 통해 추잡한 루머로 변한다. 클레이는 더이상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면 절대 들을 수 없는 '비밀'이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되짚어 본다. 분명 자신은 그녀를 괴롭힌 적이 없는데 왜 이 테이프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는 깨닫는다.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공범이라는 것을. 그는 루머의 주인공과 한데 얽히는 것이 싫었고, 그래서 도와달라는 그녀의 신호를 외면했다.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기 전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도움의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없었던 그녀는 죽음을 선택한다. 

   표지 때문일까? 작가는 당연히 여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해나 베이커를 표현하기 위해 여자친구들과 자주 수다를 떨었다는 글을 보고서야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일단 그 작가에게 사과부터 해야겠다.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제목을 보고 칙릿처럼 가벼운 내용의 소설이겠거니 여겼기 때문이다. 작가는 '비밀'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썼지만, 그 내용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루머와 마주친다. 매일 접속하는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통된 화제가 떨어지면 가십을 입에 올린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누군가의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되짚어 보라. 당신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외면한 공범일 수도 있다.

09-37. 『루머의 루머의 루머』2009/03/27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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