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출판 - 북페뎀 09
강주헌 외 21명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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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번역출판의 현실 - 출판계, 번역가, 독자 모두의 몫!

   며칠전 한 신문에 실린 지난해 "교보문고 판매량 베스트 100 목록"을 봤다. 100위 안에 든 외국 문학은 모두 14권이었고, 한국 문학은 10권이었다. 비록 황석영, 신경숙 등의 몇몇 작가가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고해서 전체 문학에서 우리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껏해야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문학 작품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체코와 함께 번역서 비중이 29%로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이웃 나라 중국이 4%, 일본이 8%인 것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수치다. 번역서의 비중이 큰만큼 번역가의 역할 또한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출판계 현실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출판계가 세계적인 경제난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로 인해 훌륭한 작가를 발굴하는 것보다 적은 투자로도 흥행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번역출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현실이다. 덕분에 번역가의 역할은 커지고 있지만, 어려운 출판계 상황 때문에 그들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인정 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

   이 책은 22명의 번역가와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번역출판에 대해 쓴 글을 모아 놓은 것으로, 번역의 의의에서부터 번역출판의 현실, 번역 작업, 출판기획 경험기 등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번역의 질'이 문제될 수 밖에 없는 우리 출판계를 논한다. 가장 큰 문제는 양질의 번역을 선보일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번역의 수요는 많지만, 양질의 번역을 공급할 수 있는 전문 번역가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초보 번역가들에게 맡겨질 수 밖에 없다. 일부 전문 번역가들 또한 밀려드는 작업량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오역을 하기도 한다. 또 번역가들은 작업량에 비해 합당한 페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역할을 알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 때문에 재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출판사도 있고, 내용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하는 출판사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번역가의 자성을 지적한다. 어떤 이들은 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좋은 책을 독자에게 소개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또 어떤 이들은 날림 혹은 대리 번역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요즘엔 외국어 공부도 많이 하고, 해외에서 공부를 하거나 살다가 온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의 성의없는 번역을 알아볼 수 있는 독자들이 많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듯이, 한 명의 잘못으로 모든 번역가들이 화살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외국물 좀 먹고 오면 너도나도 번역을 한답시고 뛰어드는데, 꾸준히 노력할 수 없다면 쉽게 달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번역이다. 

번역가는 문화의 첨병입니다. 세계의 꽃밭에서 가장 아름다운 씨앗들을 가져와 우리 문화를 살찌우는 농사꾼들입니다. 바로 그것이 번역가로 살아가는 의미이며 보람입니다. ─ 제2회 유영번역상 수상자 김진준 (p102)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그동안 한 두 장의 짧은 역자 후기로 만나볼 수 있었던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번역 일을 시작하게 됐고, 어떻게 번역 작업을 하는지, 그리고 번역할 때 신경쓰는 부분 등 그동안 궁금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다. 
   진정한 번역가에게는 책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듯이, 독자 또한 진정한 번역가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진정한 번역가들이 많아야 우리 같은 독자들이 양질의 번역서들을 읽을 기회가 많아질테니 말이다.  

09-32. 『번역출판』 2009/03/15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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