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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평점 :
아, 부럽도다! 도서관에 사는 고양이!
한 권의 책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졌다. 한 사람은 고양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고 했고, 또 한 사람은 도서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결국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가지게 됐다.
사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고양이는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읽은 후부터 더더욱 좋아하지 않게 됐다. 그러므로 동물과 나 사이에는 절대 감동이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세계를 감동시킨 실화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욕심냈던 이유는 그 고양이가 바로 도서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도서관이 지루하기만한 장소일테지만, 내게는 달콤한 휴일 오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멋진 곳에 살고 있는 고양이라니, 포의 검은 고양이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보살핌을 받는 고양이? No! 보살핌을 주는 고양이!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아침, 도서 반납함에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발견됐다. 손을 넣으면 한기가 느껴지는 반납함에서 밤새 얼마나 떨었는지, 작은 고양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도서관장인 비키는 이 작은 고양이에게 '듀이 십진분류법'에서 따온 '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도서관에서 보살피려 한다.
하지만 조용해야 할 도서관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시끄럽게 울거나 말썽을 부릴 수도 있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 혹은 어린이 중에는 나처럼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듀이를 키우기 위해 절대 도서관 운영비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해도 도서관 위원들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이런 자신의 처지를 알았던 것일까? 듀이는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맘껏 발산했다. 아이들은 듀이를 보러 도서관엘 왔고,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아이도 더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됐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서관에 방문하면 꼭 듀이와 눈도장을 찍고, 듀이의 등을 쓰다듬어 줬다. 덕분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듀이가 살고 있는 도서관은 작은 일 하나도 금새 퍼지는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로, 그즈음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듀이가 나타나면서부터 도서관을 중심으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듀이로 인해 모든 마을 사람들이 가족처럼 지내게 된 것이다. 특히, 한 소년의 실수로 온 마을이 불에 휩쓸렸을 때도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이름을 불문에 붙였다. 뿐만아니라 듀이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이 작은 마을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듀이는 지역 신문은 물론이고 각종 언론과 영화에까지 출연했다.
그러나 듀이는 사람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고양이다.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듀이는 2006년 11월 위종양으로 19년간의 생을 마감한다.
"사람들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단지 고양이였을 뿐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틀렸습니다. 듀이는 우리에게 그보다 훨씬 더 커다란 존재였습니다." (p325)
비키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싱글맘인 비키에게도,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도, 집이 없는 노숙자에게도 한결같이 사랑을 전하고, 그들을 보살폈다. 사람들은 그들이 듀이를 보살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의 보금자리인 도서관을 찾아온 사람들을 듀이가 보살폈던 것이다.
싱글맘으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25년동안 스펜서 공공도서관에서 일한 비키 마이런은 19년동안 듀이와 함께했다. 어쩌면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듀이와 함께한 시간이 워낙 길었기 때문에 듀이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09-50.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2009/04/16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