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 올리고 영 안 좋길래 점심 때 병원 갔다왔어요. 가는 순간까지도 그냥 약국 가서 정로환을 살까나 했다가 병원으로 올라갔지요. 인테리어는 그대로인데 병원 이름이 조금 바뀌었더군요. 병원 주인이 바뀌었대요.
장경련이래요. 스트레스 받은 일이 있냐고 해서....아뇨. 그럼 과로했나요?...네.
그래서 3일치 약 받아갔고 왔는데...이거 무슨 보험 안 되는 약이 있어서인지 약국에서 3천 얼마 달라고 하더군요.
문제는...병원에서 저렇게 간단한 문답만 있었다는게 아니지요.
진찰실 안으로 들어가면 제 모습을 보는 순간 의사들의 눈이 반짝거려요.
갑상선부터 시작해서 빈혈까지... 자신들의 의학 소견이 다 나오지요. 문진이 길어져요. 당장 감기든 뭐든 반쯤 죽어갈 때 병원가니 일단 치료 끝나면 검사하자고 검사 항목을 좔좔 늘어놓지요.
그래서 병원을 옮긴건데...의사가 바뀌어서 그 과정을 다시 시작했어요.
물론 이제는 '혈액내과 다니고 있어요' 하면 일단 더 이상의 진도는 안 나가지요. 혈액 검사로 웬만한 검사들은 다 해보았으니깐요. 그랬는데, 이 의사는 갑상선 초음파도 해 봤냐고? 초음파 상으로는 분명 결절이 잡힐 거라고, 소화가 잘 안 되지 않았냐구...미안하지만, 소화는 엄청 잘 되지요.(제가 군것질은 안 하지만 식당의 공기밥 한 공기는 늘 양이 부족한 사람이랍니다)
처음에는 헤모글로빈 수치 보고 다들 놀래지요. 어떻게 걸어다녔죠 하면서...우리 아버지도, 남동생도 한의사에요. 남들 몇 번 먹을까 말까 하는 보약 저는 무지하게 먹지요^^ 양방의 검사 결과 숫자는 항상 불가능을 말하고 있지만 한방 약은 이런 식으로 작용하는건데...뭐 내가 나서서 한방과 양방의 협진을 이루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나오면서 병원을 다시 보니 갑상선/비만/통증 등 뭐 요즘 유행하는 크리닉은 다 써붙여 놓았더군요. 에구...이 병원도 이젠 안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