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대해서 쓸 내용은 별로 없지만, 시험기간에 서재에 들어오면서 '내가... 시험만 끝나봐...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을 올릴 거야!!'라고 굳게 다짐했기 때문에 의무감에 불타며 올린다.

  양손 모두 길이 16cm, 한뼘 20.5cm.

  내 왼손(사진상에서는 오른쪽) 새끼손가락 아래에는 1cm정도 길이의 작은 흉터가 있는데, 이건 내가 여섯살 때, 미용실을 하는 친구 집에서 눈썹깎는 칼을 가지고 놀다가 그대로 쑤셔서 생긴 것이다. 큰 흉터가 아니라서 사진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다^^;; 틱탁틱탁... 즐겁게 가지고 놀던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게 흉기가 된 것도. 얼마나 아팠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그 칼이 의외로 날카로워서 피가 철철 났던 것과 친구 어머니께서(어떻게 써야 하는 거지?) 잘못 찍혔으면 '삐리리'해서 정말 위험했을 텐데 비켜가서 다행이라고 하신 것만 기억이 나는데 '삐리리'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이 흉터는 훗날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데, 지금까지도 나는 이 흉터로 왼손 오른손을 구분한다. 왼손 오른손이 헷갈릴 때는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되는 것이다. 이제 흉터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릴 때부터 계속 그렇게 해 와서 그런지 긴가민가하면 남들처럼 '밥 먹는 손'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자연히 흉터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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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명란님 손도 너무 깜찍하고 귀엽군요!! ^^ 삐리리는 아마 '신경을 끊었을텐데'이런 말이 아니었을지! 명란님은 길이로는 조막손 클럽이 딱인데, 왠걸, 한뼘은 정말 크시군요!! ^^

진/우맘 2004-05-0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곱고 예쁜 손이예요. 이 손들의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지련지...^^

明卵 2004-05-0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 깜찍하고 귀여운 손, 캄샤합니다ㅜㅜ 그 말에 그대로 푹 빠져... 앤티크님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사와요~ 어떡해~~ >.<;; 그런데 전 왜 한뼘이 이리 클까요? (큰 것 맞겠지...)
진/우맘님, 아마도 발들의 행진이 등장할 때 쯤이면 잠잠해지지 않을까요? ㅎㅎ
 

  책읽는 나무님의 이벤트에서 너무나 행복한 '대상'을 받았다. 음.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거대한 황금 교자상이 두둥!하고 내 눈앞에 떨어지는 모습이 연상된다. "세 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하는 교자상의 요정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물론이고 교자상은 당연히 없고, 내가 받은 것은 책 한 권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이날을 맞아 좋은 선물을 주신 책읽는 나무님, 정말 감사드려요~ 

사진은 급하게 찍느라 아무 생각이 없다. 하하;; 잘 도착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일 뿐! 책에 되어있는 사인은 (당연히) 책나무님이나 에쿠니 가오리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다. [특별출연: 노란 휴지통, 알파플러스 포스터 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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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5-0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잘받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지방이라 님은 좀 늦게 받으셨군요.....내가 직접 부쳤으면 못난 글씨로 제가 간단한 글이라도
좀 써서 부쳤을 터인데....알라딘에서 직접 배달케 해서 말입니다....ㅠ,ㅠ
그래도 님이 직접 싸인을 하셨으니 다행입니다..ㅎㅎㅎ
여러가지 보조출연으로 인하야.....책이 엄청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싸인을 한 글색깔도 그렇구요!!
저도 저책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만 했는데.....모두들 주문하신 책들을 주문을 하면서...
각개인의 취향을 조금 알게된 시간이었던듯 합니다....^^
암튼....리뷰 기대하겠습니다.....ㅎㅎㅎ

明卵 2004-05-0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히.. 정말 감사드려요. 뭔가를 받는다는 건 너무 기쁜 일입니다!♡
저는 원래 책이 생기면 전부 사인을 해서요. 나무님 사인도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
그런데 보조출연 효과로 책이 고급스러워 보이나요? ^^* 휴지통은 뒤의 책장에 올려져 있는 테이프들을 가리기 위해, 포스터칼라는 책이 앞으로 미끌리는 걸 막기 위해서 급하게 세운 녀석들인데 그런 멋진 효과를 내다니ㅎㅎ
그러고보니 정말 주문한 책을 보면 취향을 알 수 있겠네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반짝반짝 빛나는이 처음인데, 글이 참 맑네요. 지금까지 읽은 일본 작가의 책이라고는 키친과 창가의 토토밖에 없지만 다들 그렇게 맹-한 느낌인 듯...
 

스밀라님께 받은 책. 받은 날 다 읽었는데 이제야 기록장에 올린다. 정감가고 친숙한 그림체와 오롱조롱 매달린 박광수라는 인물, 그리고 사회의 생각이 묻어나는 내용이 가득했다. 좋았다. 나의 생각과 비교해 보기도 하고 만약 내가 이 문제에 대해 만화로 표현했더라면,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면서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나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와 비슷한 불쾌감을 느꼈다. 나는 어쩌면 자신에게 자신있는 이를 시기하는지도 모르겠다. 박광수가 그런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사고싶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덮고 일주일쯤 지나면 그 마음을 접는 책. 문제가 되는 것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직 결말을 몰라서이고 또 하나는 돈이 없어서이다. 따지고보면 첫번째 이유는 결말이 마음에 안 들면 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두가지는 결국 '돈'문제로 축소된다. 그러니, 내게 아무 생각없이 써도 안 아까울만큼 금전적인 여우가 생기면 덥썩 사 버릴지 모르겠다. 그런 날이 올지는 의문이다.   Let 다이는 알라딘에서 '만화→순정만화→그 남자들의 사랑'으로 분류된다.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란 말이다. 하지만 이 만화가 고작 그 한가지 분류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Let 다이는 제희와 다이의 사랑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 주변 인물들까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서며 풋풋하지만 애처롭고 격렬한 싸움을 하는 모습을 담은 만화이다. 소년만화→청소년 성장만화로 분류되기에는 너무 칙칙한가? 아무튼, 제희와 다이의 관계를 그저 숨 막히는 청소년기의 일탈과 같이 처리해 마무리짓는 작품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앞으로 계속 기대할 것이다.

Let 다이가 읽을 때마다 사고 싶어지는 작품이라면 월하의 그대는 겐지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게 하는 작품이다. 그 지리지리하게 두껍고 긴, 읽다가 내가 지칠 게 분명한 책이 마구 읽고 싶어진다. (오죽했으면 이 게으른 내가 서점에서 겐지 이야기를 찾기까지 했을까. 책에 심히 압박스런 오오라가 풍겨서 그냥 뒀지만.) 일본 고전을 즐기지는 않지만, 언젠가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시마키 아코를 제대로 된 단행본으로 처음 만난 것은 무지막지 좋아해라는 작품을 통해서 였던 것 같다. 수많은 해적판 만화책들 부록으로 그녀의 단편이 들어가 있었다든가 하는 일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확실하지 않으므로 패스. 이 작가 만화의 스토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림은 정말로 좋아한다. 깔끔하면서도 매끄럽고 차가운 느낌은 주지 않는 선의 사용이 정갈한 느낌을 줘서일까.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시미즈 레이코의 섬세함과는 다른 섬세함을 지닌 컬러링도 마음에 든다. 글쎄, 스토리는 뭐... 답답하다.

이 만화책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표지가 진짜 구리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서도, 나는 이름도 없는 출판사에서 대충 나온 이상한 만화책일 거라고 생각했었다.(알고 있다, 출판사 선입견인 거.) 제목도 정말 읽고싶은 마음이 안 이는 만화에다 표지라도 잘 붙여야지, 뭐하는 짓인가. 1권은 무슨 뽑기구슬, 2권은 뱃지가 컨셉인지. 배경색도 상당히 독특한 색을 썼는데, 그 색이 좀 많이 유치뽀롱하다. 책을 꺼내들고 표지를 찬찬히 보기 전에는 여신후보생, D.N.Angel등을 그려낸 유키루 스기사키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었다. 만약 그 생각을 못 했더라면 나는 여전히 라군엔진을 읽지 않은 채 였을 것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많은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첫눈에 이 책을 뽑아들 수도 있다, 워낙 표지가 그들을 끌어당기게 생겼으니까. 하지만 초등학교 남학생들은 십중팔구 책을 도로 놓을 것이다. 자기들 취향이랑은 약간 안 맞으니까. 그러면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을 살펴볼까? 이네들 역시 라군엔진을 뽑아들었다가도 되돌려놓을 것이다. 전자는 속, 후자는 겉이 문제다. 그러면 둘 다 맞춰야 하나? 하지만 내용은 바꿀 수 없으므로 라군엔진이 주로 공략해야 하는 상대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게 뭐냐고요. 재미있다. 전작들의 이름만 들어도 웬만한 중학교 여학생들은 바로 볼 그런 책이다. 그러고나면 욕이 아닌 "역시 웃기더라""귀엽더라"소리 들을 책이다. 그런데 이 표지가 초치고 앉았으니, 쯔쯔. 라군엔진. 작품성은 모르겠지만 표지만 빼면 흥행성은 충분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너무 잠와서 더 이상 못 적겠다. 라군엔진 횡설수설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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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장. 그 부담에 내가 지금까지 죽어라 피해왔던 타이틀이다. 1학년 때는 "기권하겠습니다" 라고 했고, 2학년 때는 "반장같은 이름 안 걸어도 열심히 할테니까 제발 내 이름은 피해서 적어달라"고 했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죽어라 피해왔듯이 나의 모든 담임 선생님들은 죽어도 나를 반장선거에 출마시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셨고, 나는 일단 교탁앞까지는 나가야 했다.) 하지만 중학 생활도 마지막을 맞을 올해에는 한 번 도전해 볼까 생각중이었다. 반장보다 내가 하는 일이 더 많다는 걸 깨달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록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게 억울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올해는 하필이면 반에 쟁쟁한 후보들이 너무나 많다. 오죽하면 1반에 공부 잘 하는 인간 다 모였다고 하겠는가. 성적 순으로 돌린 것이므로 등수는 공평할 것인데도 그런 말이 나온다는 건 분명 우리 반 친구들이 이름을 많이 떠치고 다녔다는 얘기가 된다. 초등학생때부터 한번도 반장을 안 한 적이 없는 친구며 (이 녀석은 지금까지 5년을 나와 한 반 했으므로 잘 안다) 전 부반장에 회장선거 출마자까지. 내가 선생님들과 돈독한 사제의 정을 쌓고 있던 동안 주위 친구들로 인맥의 산맥을 만들던 애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년간 한번도 같은 반이 아니었던 친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3학년 1반. 내 얼굴은 지나가면서 스쳐보고 내 이름이라곤 기껏해야 상장받을 때나 들어봤을 그런 친구들에게서 표를 바랄 수 있을까?

  나는 재미있는 인간이 아니다. 조용하게 입 닥치고 산 1년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남의 대화에 웃는 것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반장 후보들 중에 많은 친구들은 유쾌하고 재밌음으로 정평이 나있다. (분위기 메이커란. 진심으로 존경한다.) 선생님이 아닌 학생의 관점에서 좋은 반장은 그 아이가 일을 얼마나 잘 해 내느냐 마느냐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좋은 반장은 자기가 땡땡이 치면 얼굴 색 하나 안 바뀌고 선생님께 둘러대 줄 수 있는 사람, 적당히 웃기면서 반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후자는 어떻게 해볼 수 있지만, 전자의 경우 나에게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내 입이 삐뚤어져도 못 한다. 모든 규칙이 질서정연하고 깔끔하게 지켜지지 않을 때 나는 당황하고, 또 무력해진다. 갑자기 작년 수학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하명란, 대체 니가 못 하는 게 뭐고?" "많은데요." "(친구들) 체육 못 해요." "음... 그래. 아무튼 세상은 참 공평하쟤. 1등이 반장까지 해먹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살 맛이 나겠나? 그렇쟤?" 그때는 피식 웃고 넘어갔는데 이런 순간 떠올라서 나를 약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다니. 지금 나는 그럴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생님의 말씀이란 강력하다.

  이대로라면 분명히 떨어질 것이다. 확률은 너무나 희박하고, 나는 학기초부터 뭔가에 실패하고 싶지 않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답은 간단하다. "일단 부딪히고 본다". 달리기를 시작해서 죽을만큼 힘들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부상입은 채로 출발점에 있는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분명 후회하겠지. 내가 왜 달렸을까!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아예 달리지 않았다면, 내가 저 도착점에서 웃고 있을 수도 있었는데... 하며 후회할 게 뻔하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후회는 나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어떤 일을 시도해 보지도 못했을 때 하는 후회보다 덜 처량하고, 덜 자존심상하고, 덜 멍청하다.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뽑히면, 나는 확실하게 잘 해낼 자신이 있으니까.

  후... 그나저나 성실하게 열심히 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어필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나를 포장하면서 거짓말을 늘어놓고 싶지도 않다. (예를 들어서 재밌는 한해를 만들어보겠다느니 하는 말을 내가 한다면 황당무개한 헛소리가 될 뿐이다.) 무슨 말을 해서 표를 끌어들이지? 너무 경박해서는 안 되고 너무 무게잡아서도 안 된다. 머리를 굴릴 때인데, 진지하게 선거에 임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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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3-0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명란님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하네요!
이번에 못하더라도 고등학교 때 또 기회가 있으니까 걱정 말구 밀어붙여요!

제 친구의 경우를 말해드릴게요.
전 중,고등학교를 시험봐서 들어가는 같은 재단의 학교를 다녔는데, 고등학교도 중학교때 친구들이 대부분 같이 진학했습니다. 중학교는 한 학년이 4반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서로 얼굴과 이름을 알았어요. 따라서 고1이 되어서 타학교에서 온 학생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낯선 친구였어요.

그런데 고1때 우리반 반장으로 타학교에서 온 친구가 뽑혔어요.
그 친구의 장점은 모르는 것은 솔직히 묻고, 자기 생각도 진솔하게 말했던 것,
진지하면서도 유머가 있었던 것, 낯선 환경인데도 자기 중심을 가진 태도를 보인 것,
그리고 무엇보다 첫날 자기 소개 시간에 멋지게 노래를 불렀던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이정도 갖고 안통하려나?)
우리 때는 '선거운동' 같은 건 생각도 안했었는데.... --;;

또.. 아이디어...
"얘들아, 내가 무엇이든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거 알지? 반장도 하면 열심히 할게." --a


진/우맘 2004-03-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 2
"혹시 아니? 내가 반장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일등을 놓칠지도..." --aaa

明卵 2004-03-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진/우맘님 좋은 사례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이히히... 정말 일등 놓칠지도 모른다고 했으면 몰표 받았을라나요?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떨어졌답니다. 총무부장 됐어요. 이제 돈 걷기도 3년째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훗, 그래도 재투표까지 갔다고요~

진/우맘 2004-03-0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총무...그거, 사실 알고보면 반장보다 더 중요한 자리라구요.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장 보다는 총무가 훨씬 더 유능력한 경우가 많다니까요!

明卵 2004-03-0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교실이라 짧게...
 

눈!지금 부산에 눈이 오고 있다! 세상에, 한겨울에도 안 오던 눈이 왜 이 꽃피는 춘삼월에 온담.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일이어서 쫄딱 맞으면서 올 수밖에 없었다. 쳇! 어제까지는 우산을 들고 다녔는데 오늘은 가방이 무거워서 뺐더니 바로 이 꼴이다. 이건 대체 무슨 법칙이냐. 아무튼, 눈 내리는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왜 눈을 맞으면서 걸어가고 있지?' 만약 눈이 아닌 비였다면 500원을 아낄 수 없게 된 것을 비통해하며 버스를 탔을 것이다. 그런데 눈이라 나는 걸었다. 왜? 눈이랑 비랑 뭐가 다르길래. 결과는 비슷하지 않나? 계속 발을 움직이며 머리를 굴리다가 느긋하게 내려오는 눈송이를 봤다. (그렇게 느긋하진 않았지만 비에 비하면 많이 느긋했다.) 순간 아... 하고 한숨을 내쉬게 됐다. 이 눈이란, 마치 굵은 비를 느린 영상으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서 속도가 느리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아무리 그 속도가 느려도 젖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이다. 또, 살짝 닿았다가 사르르 형체가 사라지며 몸을 적시는 눈은 닿는 순간 푹 퍼져버리는 비와 달리 보는 맛까지 있다. 거기에다, 부산에서 눈보기란 일 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므로 색다르기까지 하다. 이런 거군. 또 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입김이 허여이 나오면서 코앞의 눈송이를 살짝 녹였다.

3이라 하면 역시, 앞서 말한 눈보다는 이제 봄이라는 느낌과 함께 화사한 꽃이 생각나고, 학생에게는 그 꽃 보다도 먼저 새학년 새학기가 생각이 난다. 그렇다, 이제 나는 3학년이 되었다. 여중으로 들어온 마지막 세대로서 1, 2학년과 교복까지 다르기 때문에 눈에 확 띄는, 그 남일중학교의 3학년, 졸업하면 갈 고등학교를 정해야 하는, 그런 3학년 말이다. 오늘 그런 3학년으로서의 첫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2학년 때 겪었던 절차를 똑같이 밟으려는 중이다. 2학년 첫 수업을 듣고 했던 말이란 "1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어~" 였고 그 동안 밥만 먹으면 씹었던 수많은 선생님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었다. 지금 내가 할 말은 이거다. "2학년 떄로 돌아가고 싶어~". 2학년 때는 1학년 때 우리 반 친구들이 무려 11명이나 있었으므로 친구 사귀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옴으로 인해 선생님의 변화로 혼란스러울 일도 없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되자, 나와 친하던 선생님들 (특히 영어과는 전멸... 심적으로 타격이 크다.)이 대부분 전근을 가시고 하필이면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 3학년을 많이 맡으셨다. 수업 시간의 낯설음을 교무실에서 친한 선생님들에게 풀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된 거다. 오 마이 갓. 2년간을 비슷한 상황에서 살다보니 거의 길들여져 버렸는데 갑작스런 이런 변화, 싫다. 천천히, 선생님도 한 명 한 명씩, 친구도 한 명 한 명씩 바뀔 수는 없는 걸까?

론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나는 덜 헷갈릴지언정 학교측에서는 얼마나 압박스럽겠는가. 그러니 내가 새로운 생활에 다시 맞추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것이 바뀌었더라도 여기는 내가 이미 2년이나 다닌 학교고, 이제 1년이면 또 완전히 새로운 곳인 고등학교로 갈 판에 이 정도 조그만 변화에 움츠러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럼, 안되지말고. 마음을 추스리고 내일 수업을 준비해야지. 하명란! 화이토, 오!! (요즘 고쿠센 본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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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두 고쿠센 볼때 한참 화이토~오! 하고 돌아다녔었죠...^^ 이제 3학년이 되셨다구요~ 음, 왠지 바쁠 시기인거 같네요. 눈봐서 좋았던 기분으로, 수업준비 열심히 하셔요~ 화이토~오!

가을산 2004-03-0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화이트데이였으면 금상첨환데! 그쵸?
화이토~오!

책읽는나무 2004-03-0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남일중학교라면 남일고랑 연관이 있는건가요??.....제가 예전부터 부산사람이 아니어서 부산의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거든요.....대학동기중 남일고가 몇명 있었던것같군요....그땐 신설한지 얼마안되었다고 들었던것같은데......암튼.....아까 저도 집으로 오면서 교복입은 여학생들 눈맞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맘도 그시절로 돌아가는듯하여 즐겁더군요...^^

明卵 2004-03-0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 가을산님 함께 외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히.. 그런데 화이트데이는 이제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날이예요. 그래도 지난 3년간은 가슴설레는 날이었는데. 지금의 저라면 화이트데이에 눈이 와서 커플들이 염장지르며 눈내리는 길을 거니는 것을 도끼눈으로 바라볼 것 같아요. 그래서 금상첨화는 무효!! 아하하;
책 읽는 나무님. 남일고랑은 (아마도) 연관이 전혀 없을 겁니다. 저희 학교, 원래는 충렬여자중학교였는데 작년에 남녀공학이 되고부터 남일중학교로 바뀐 거지요. 교복입은 여학생들이 눈 맞으면서 즐거워하다니... 저랑은 약간 다른 모습입니다 그려~ 저는 집에 갈 때... 툴툴거림과 동시에 눈내린 얘기를 서재에 어떻게 쓸까 생각하고, 또 몇일 전에 본 비오는 풍경과 눈 내리는 풍경을 비교하면서 장단점을 머릿속으로 집어냈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