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지금 부산에 눈이 오고 있다! 세상에, 한겨울에도 안 오던 눈이 왜 이 꽃피는 춘삼월에 온담.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일이어서 쫄딱 맞으면서 올 수밖에 없었다. 쳇! 어제까지는 우산을 들고 다녔는데 오늘은 가방이 무거워서 뺐더니 바로 이 꼴이다. 이건 대체 무슨 법칙이냐. 아무튼, 눈 내리는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왜 눈을 맞으면서 걸어가고 있지?' 만약 눈이 아닌 비였다면 500원을 아낄 수 없게 된 것을 비통해하며 버스를 탔을 것이다. 그런데 눈이라 나는 걸었다. 왜? 눈이랑 비랑 뭐가 다르길래. 결과는 비슷하지 않나? 계속 발을 움직이며 머리를 굴리다가 느긋하게 내려오는 눈송이를 봤다. (그렇게 느긋하진 않았지만 비에 비하면 많이 느긋했다.) 순간 아... 하고 한숨을 내쉬게 됐다. 이 눈이란, 마치 굵은 비를 느린 영상으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서 속도가 느리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아무리 그 속도가 느려도 젖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이다. 또, 살짝 닿았다가 사르르 형체가 사라지며 몸을 적시는 눈은 닿는 순간 푹 퍼져버리는 비와 달리 보는 맛까지 있다. 거기에다, 부산에서 눈보기란 일 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므로 색다르기까지 하다. 이런 거군. 또 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입김이 허여이 나오면서 코앞의 눈송이를 살짝 녹였다.
3월이라 하면 역시, 앞서 말한 눈보다는 이제 봄이라는 느낌과 함께 화사한 꽃이 생각나고, 학생에게는 그 꽃 보다도 먼저 새학년 새학기가 생각이 난다. 그렇다, 이제 나는 3학년이 되었다. 여중으로 들어온 마지막 세대로서 1, 2학년과 교복까지 다르기 때문에 눈에 확 띄는, 그 남일중학교의 3학년, 졸업하면 갈 고등학교를 정해야 하는, 그런 3학년 말이다. 오늘 그런 3학년으로서의 첫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2학년 때 겪었던 절차를 똑같이 밟으려는 중이다. 2학년 첫 수업을 듣고 했던 말이란 "1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어~" 였고 그 동안 밥만 먹으면 씹었던 수많은 선생님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었다. 지금 내가 할 말은 이거다. "2학년 떄로 돌아가고 싶어~". 2학년 때는 1학년 때 우리 반 친구들이 무려 11명이나 있었으므로 친구 사귀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옴으로 인해 선생님의 변화로 혼란스러울 일도 없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되자, 나와 친하던 선생님들 (특히 영어과는 전멸... 심적으로 타격이 크다.)이 대부분 전근을 가시고 하필이면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 3학년을 많이 맡으셨다. 수업 시간의 낯설음을 교무실에서 친한 선생님들에게 풀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된 거다. 오 마이 갓. 2년간을 비슷한 상황에서 살다보니 거의 길들여져 버렸는데 갑작스런 이런 변화, 싫다. 천천히, 선생님도 한 명 한 명씩, 친구도 한 명 한 명씩 바뀔 수는 없는 걸까?
물론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나는 덜 헷갈릴지언정 학교측에서는 얼마나 압박스럽겠는가. 그러니 내가 새로운 생활에 다시 맞추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것이 바뀌었더라도 여기는 내가 이미 2년이나 다닌 학교고, 이제 1년이면 또 완전히 새로운 곳인 고등학교로 갈 판에 이 정도 조그만 변화에 움츠러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럼, 안되지말고. 마음을 추스리고 내일 수업을 준비해야지. 하명란! 화이토, 오!! (요즘 고쿠센 본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