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랑 해민이랑 찍으려고 했는데-_-;; 이렇게 늘어버렸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민지가 나랑 해민이랑 가려버렸어!!! 흑... (해민이는 파란 옷 입은 여자아이)


짐 챙기는 해민이.

그러니까 바로...

이 아이입니다!

잘가라, 해민아. 너의 강한 모습... 깊은 생각... 여린 마음... 모두, 잊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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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하고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이게 정말 일주일이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수요일에 교내 독서경시대회가 있는데 책을 덜 읽어서 월요일에는 2시, 화요일에는 4시 반까지 책을 읽었고, 대회가 끝나고 나서는 대회때문에 미뤄놓은 수학숙제에 매달리느라 혼이 쏙 빠지고... 덕분에 토요일에 수학 과외를 하면서 자꾸 졸아서, 선생님이 잠시 자고 수업하자는 말씀까지 하셨다. 에고.

  아, 월요일과 화요일 밤을 지나면서, 이번주만큼 나의 책읽는 속도가 느린 것이 한스러운 때는 없었다. 그래도 교내 독서 경시대회는 생각보다 잘 했는지, 교내 독서 토론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좋은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자습실로 돌아가야 했던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토론대회까지 나갔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쏘냐! 토론대회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저 책의 내용을 알기에 급급했던 나로서는 꿀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속에 앉아있다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을 듣는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그리고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러고보니 '나의 아버지 박지원'에 이런 부분이 있다.
……이현겸은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고을 선비들이 무지하여 경전과 사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지요.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고서야 비로소 과거공부 이외의 문장공부가 있고 문장공부 위에 학문이 있으며, 학문이란 글을 끊어 읽거나 글에다 훈고를 붙이는 것만으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이현겸은 또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자네들이 책을 읽는 데에 부지런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글의 뜻과 이치에 깊이 파고들지 못하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닐세. 평소 과거시험의 글을 익히던 버릇이 종이와 입에서 떠나지 않고 있어. 그것을 벗어나 사색하지 않기 때문이지. 자네들이 진실로 나를 따라 배우고자 한다면 마땅히 하나의 과정을 정하도록 하게. 그리하여 매일 경서 한 장과 주자의 강목 한 단을 빨리 읽거나 외우려 하지 말고, 자세히 음미하고 정밀하게 생각하여 토론, 분변함이 좋겠어.' 이때부터 여러 사람들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좇아 배운 지 수년 만에 비로소 학문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하여 우리 고을의 풍기가 점점 개명해갔지요. 유식한 사람들은 당시 선생님이 우리 고을에서 하신 일을 저 옛날 문옹이 촉에서 한 일이나 한유가 소주에서 한 일에 비유했지요" (42쪽)  
 
과연!

  사실 내가 이 시험을 치게 된 것은 중학교 때 그랬으니 당연히 쳐야지,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나에게 책을 읽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글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문제를 푸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래서 언어영역 모의고사에서 항상 종치기 일보직전에 간당간당하게 마킹을 시작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게다가 매주 한 권씩 읽을 책이 나오는데 그걸 읽어내는 것도 이렇게 느려터져서야, 심한 압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로 3학년까지 가면 분명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시간이 많을 때 좀 더 글자와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필요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법. 방학과 대회라는 사건들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미래'는 결국 다 읽지 못했지만 나머지는 제대로 읽었고, 이런 좋은 결과-토론은 심하게 못했지만-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주 선정도서는 '나의 아버지 박지원'인데, 내가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담이 덜해졌다는 건 확실하다. 좋은 책 세 권 반을 읽었다는 것, 그 토론현장에 있었다는 것, 거기에서 느낀 게 있다는 것, 부담감을 덜었다는 것. 이 정도면 책을 읽은 것에 대한 보답이 과할 정도다.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목요일에는 해민이의 송별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혜경이가 전학가고, 방학 중에 혜진이가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리더니, 이번에는 해민이가 전학가게 된 것이다. 전교에서 유일하게 21명인 최고인원 반으로 시작했던 우리반이, 이제는 18명으로 최소인원 반이 되어버렸다. 만남과 헤어짐은 너무도 가깝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1년 동안은 늘 같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가 한 명 떠난다는 것은 어찌나 서운하고 안타까운 일인지. 분위기가 슬프게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에 헤어지는 순간 울지는 않았지만, 해민이에게 편지를 쓸 때나 이렇게 글을 쓸 때면 눈물이 나고 만다. 이제는 해민이와 기숙사 침대에 누워 수다떨 수 없다는 것이 슬프도록 와닿는다. 그리고 이 눈물 속에는 두려움도 녹아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겠지만, 이들이 영원히 내 곁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아, 금요일에 2학기 태권도수업을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반 제일 앞 줄에 서게 됐는데, 하필이면 반별로 동작을 해보여야 했다. 게다가 제일 앞 사람이 구령까지 붙이라니, 아니 너무 짓궂으신 거 아닙니까?! 아아... 나름대로 우렁차게 구령과 기합을 넣었는데, 아니 이 웬수같은 것들이 너무 조용했다. 나는 앞에서 악악거리고 있는데 니들 그럴 수 있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상태에서 태권도 수업이 끝나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려고 했던 나는 지나치는 아이들의 민망한 인사를 들어야 했다. "야, 그 태권도 시간에 낭랑한 목소리 너였지?", "남자들을 휘어잡는 목소리~(대체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잘 들었다.", "너무 귀여웠어~", 뭐 이런 식의. 아니, 나는 우렁찬 목소리라고 생각했다고! 일부러 그런 목소리(그런 목소리가 어떤 목소린지 본인은 잘 모른다) 낸 게 아니란 말이여... 그래도, 떨리고 민망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무대 체질까진 아니지만 역시 주목받는 걸 좋아하니까, 랄까. 호호.

 

  뭐, 대충 이렇게 일주일이 지나가고, 주말을 탱자탱자 놀아준 다음 지금은 또 다른 일주일이 다가오는 걸 보고 있다. 넵, 저 개학 잘 했습니다~^ㅂ^ 2학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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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셋 다 정말 압박스럽게 나왔지만...
그래도 좋다~
아하하, 학창시절이여!
라는 느낌으로.

친구 카메라로 찍은 건데, 색깔이 참 이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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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8-23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5757

숫자가 이뻐서요,,


merryticket 2005-08-23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운데 분이 젤 압박스러울 듯~ 하하 그래도 이만큼 커다랗게 얼굴 나온 사진은 드물껄요..그쵸?

BRINY 2005-08-2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참하고 순수한 학생의 표본들이시군요!
 

  9명의 천재들 중 가장 재밌는 사람은 고드프리 하디였다. 보험이니, 반신反神장치니... 그렇다고, 다른 8명이 그에 못미치는 괴짜였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책은 심하게 재밌었단 말이다! 등장한 식들 중에는 못 알아듣는 것도 많이 있었지만, 굳이 그 식을 모르더라도 읽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사실 뒤로 갈 수록 약간 힘들긴 했다만.)

  '다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흥미로운 궁금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저 천재 수학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세상에, 이만큼 아리송한 물음이 어디 있을까! 누구라도 복잡한 생각들을 하고 살 것이고, 그 생각을 나는 여과장치 없이는 알 수 없기에 신비롭겠지만... 그래도 역시, 이 비상한 천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것은 그보다 몇 배로 신비하지 않은가! 뭐, 이 책을 읽는다고 그 생각을 알 수 있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는 궁금하다.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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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5-08-2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천재들이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도전해 보세요.
 

  이 책은 영화 '아일랜드'의 장면들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책의 앞날개를 본 순간, 나는 경악했다. 1932년도 작품? 세상에... 이렇게 현실적인 공상이 있을 수가! 이 소설은, 믿을 수 없는 상상력이 아니더라도 인간 내면의 치밀하면서도 있을법한 가정, 혹은 파헤침 만으로도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을 것이다. 아, 잘 읽었다.

  신세계 속의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멋지지' 않다.



만인은 만인의 공유물이야. (52쪽)

  어머니, 일부일처제, 낭만. 분수는 높이 솟구친다. 힘차게 흩어지는 물은 거품까지 일으킨다. 충동의 출구는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의 사랑, 나의 아기뿐이다. 이 전근대적인 인간들이 미치고 사악하고 비참했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들의 세계는 유유자적한 태도를 허용하지 않았으며 건전하고 덕망이 있고 행복해지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어머니라든가 연인으로 인해서, 유혹이라든가 고독한 회한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질병과 끝없이 고립화되는 고통에다 불확실성과 빈곤으로 인해서―그들은 모진 감정을 체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한 강한 무엇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되었던 그들이 더구나 고독 속에서, 희망도 없는 개인적인 고립 속에서 모진 감정을 반추하면서 어떻게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54쪽)

어휘라는 것은 적절히 사용하면 X레이와 같아질 수 있어―어떤 것도 관통할 수 있는 것이야. (88쪽)

  "……나의 충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실험하기 위하여……."
  그가 말하는 것이 그녀에게 들렸다. 그 말은 그녀 속에 자리잡은 용수철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그대가 오늘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내일까지 미루지 말라." 레니나는 심각하게 말했다.
  "열네 살부터 열여섯 살 육 개월이 될 때까지 매주 이 회씩 이백 번 반복한 것이군요." 그것이 그가 던진 주석이었다. 미치광이 같은 괴상한 말이 시끄럽게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정열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이 들렸다.
  "나는 무언가를 강렬히 느끼고 싶습니다."
  "개인이 감정을 가지면 사회는 동요하는 법이에요." 레니나가 확신에 차 말했다.
  "사회가 좀 동요하면 어떻습니까?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116쪽)

물론 사회라는 육신은 그것을 구성하는 세포가 변해도 존속하는 것이야. (120쪽)

  그는 포페를 점점 더 증오했다. 인간이란 계속 미소지으면서도 악인이 될 수 있다〔『햄릿』1막 5장 중에서〕. 잔인, 간계, 음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악당〔『햄릿』1막 3장 중에서〕―이러한 언어들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는 반밖에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어휘의 마력은 강렬한 것이어서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그는 포페를 진실한 의미에서 증오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얼마나 그를 증오하는지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진정으로 그를 증오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는 어휘가 있었다. 북소리와 같고 노래와 마법과도 같은 이러한 어휘가 있었다. 이러한 어휘들과 이 어휘가 들어 있는 기이한 이야기―사실 그는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밑도 끝도 잘 모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 이야기는 멋있는 것이었는데―그에게 포페를 증오할 이유를 제공했다. 또한 그 어휘가 그의 증오를 보다 현실적인 실체로 만들었고 심지어 포페를 보다 현실적인 인물로 형상화시켰다. (164쪽)

  "오오, 멋진 신세계〔『템페스트』5막 1장 중에서〕여!" (174쪽 외)

  그까짓 조그만 실수가 있다고 해서 박해하는 적으로 표변할 수 있는 친구란 가치없는 존재라는 야만인의 말이 옳다는 것을 버나드는 속으로 시인하다가 마침내는 목청을 높여 시인했다. (221쪽)

  "여러분은 갓난 아기 상태가 좋습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갓난 아기들입니다. 보채고 앵앵우는 젖먹이들입니다."
  야만인은 그들의 짐승 같은 우둔성에 대해 어찌나 분개했던지 자신이 구해주러 온 대상인 그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고 있었다. 모욕적인 언사는 거북등과 같은 완강한 그들의 우둔성 앞에서 무력한 메아리처럼 되튕겨 왔다. 그들은 분노에 찬 표정을 눈에 담고 야만일을 멍하고 침울하게 응시할 뿐이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앵앵 울고 있을 뿐입니다!"
  비애와 회오, 연민과 의무―이 모든 것을 이제 망각한 상태였다. 이제 이들 인간 이하의 괴물들에 대한 강렬하고 위압적인 증오심에 빠져들고 있었다.
  "당신들은 자유롭고 인간답게 살고 싶지 않습니까? 인간다움과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릅니까?"
  분노가 원동력이 되어 그의 말이 유창해지고 있었다. 어휘가 술술 터져나왔다.
  "그것도 모릅니까?" 그는 반복해서 물었다. 그러나 그의 질문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264쪽)

  "물론 그렇겠지. 실제의 행복이란 것은 불행에 대한 과잉보상에 비하면 항상 추악하게 보이는 법일세. 또한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안정이란 것은 불안정처럼 큰 구경거리가 될 수 없는 법일세. 따라서 만족하는 생활은 불행과의 처절한 투쟁이 지니는 매력이나 유혹과 투쟁이 지니는 장쾌함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야. 행복은 결코 장쾌한 것이 아니야." (275쪽)

보편적 행복이 바퀴를 계속 회전시키는 것이니까. 진리와 미는 그럴 힘이 없어. (284쪽)

  "하지만 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변해." (288쪽)

  "자네 말을 듣고 있으니까 브래들리라는 이름의 옛날 사람이 생각나는군. 그 사람은 철학이란 인간이 본능적으로 믿는 것에 형편없는 이유를 붙이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던 사람이었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엇이나 믿는다는 투였지. 사실 인간이 어떤 것을 믿게 되는 것은 그렇게 믿도록 조건이 주어지기 때문이야. 인간이 어떤 그릇된 이유로 무엇을 믿게 될 때 그에 대한 다른 엉터리 이유를 발견하는 것―이것이 철학이란 것이야. 인간이 신을 믿는 것은 신을 믿도록 조건지워지기 때문이야."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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