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늦게까지 서재에 글을 쓰느라 오랫동안 깨어 있었더니 오늘은 아주 늦게 일어났다. 원래 계획은 어디라도 갈 계획이었으나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무 때나 나설 수가 없게 되었다. 또 자가용도 사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어디 나서는 것도 쉽지가 않다.

   오늘 점심은 안해가 새로 선보인 된장찌개였다. 둘이서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커피도 같이 마시고, 어디로 나설까 의논하다가 평일에 쉽지 않은 장을 보기로 했다. 집에 아직도 필요한 물건이 몇 개 있어서 큰 할인점에 가서 사기로 했다. 큰 물건들이라 일단 본가에 가서 차를 빌리기로 했다.

   본가에서 자동차를 빌려 할인점으로 갔다. 간이 식탁은 있으니,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도록 의자 두 개와 집에 필요한 옷걸이, 과일, 차숟가락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서 정리해 놓으니 벌써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다시 자동차도 돌려드릴 겸 해서 본가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고 호박부침개를 좀 얻어 가지고 집으로 왔다. 오다가 오늘 여행에서 돌아오시는 선생님들은 어디서 뒤풀이를 하고 계시나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마침 우리집 근처시라고 했다. 호박전도 들고 가겠다 싶어서 집으로 오라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오신다고 했다. 나도 집앞에서 음료수를 한 통 샀다.

   집에 오신 선생님들과 이번에 학급에서 새로 만든 문집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를 잠깐 하며 부친 호박전을 먹었다. 너무 늦은 시간인지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 했지만 이렇게 무시로, 잠시나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다.

   아, 그러나 이런 자잘한 이야기들과 함께 일요일의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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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학교에서 남은 업무처리와 짐정리를 했다. 그냥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아침부터 학교에 갔으나, 일은 아주 늦게야 끝났다. 일은 지금까지 받은 공문을 차례로 정리하고 나서 색인목록을 만드는 것과 교과서 대금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사실, 오늘 뿐만 아니라 어제도 학교에 가서 일을 했으나 다 끝내지 못한 터였다.

   그러나 오늘은 점심도 생략해 가며 일한 덕분인지 저녁 5시 반쯤에는 모든 일을-만족스럽지는 않지만-끝낼 수 있었다. 신경을 조금 더 쓴다면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오늘은 도서부 학생들이 우리집에 놀러 오는 날이기 때문에 딱 그 시간까지만 여유가 있었다. 짐을 한가득 손에 들고 택시를 기다렸다가 겨우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집은 아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어린 손님을 맞을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간단하게 김치전으로 요기를 하고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밥상을 꺼내어 닦고 책상도 대충 정리하고 앨범도 꺼내 놓았다.

   7시 전까지는 온다던 녀석들이 7시 30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소식이 없길래 속으로 '어디서 휴지를 사들고 오는가 싶었다.' 7시 30분쯤, 드디어 벨이 울리고 명랑한 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해가 정성껏 준비한 김치전을 내놓고 오렌지주스를 준비했더니 모두 즐겁게 먹느라 야단들이었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깔깔대며 웃어서 집안이 떠나갈 듯 시끄러웠다. 거리낌없이 웃고, 떠들며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살아있다는 건 저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 짬뽕, 탕수육을 시키고 아무래도 음료수가 부족한 것 같아서 아파트 앞 수퍼에 갔다 왔다. 오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려고 윷도 샀다. 모두 둘러 앉아 결혼 사진과 야외촬영, 신혼여행 사진을 보며 간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니 주문한 음식은 금방 왔고, 흔한 음식에도 맛나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 예쁠 수가 없었다.

   저녁을 거의 다 먹고 준비해 둔 윷놀이를 시작했다. 모두 12명이 모여서 3명씩 한 모둠이 되고, 그래서 4모둠이 윷놀이를 했다. 흥미진진한 윷놀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를 것이다. 윷놀이가 원래 긴장감이 높고, 변수도 많은데다 말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서 의외의 결과가 자주 일어나는 놀이라 모두 윷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게다가 조금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몇가지 규칙을 새로 정했기 때문에 모두들 더욱 좋아했다.

   윷놀이를 두 판 하고 나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었다. 그 때쯤엔 애들을 보내야 하지만, 조금 늦게 온 녀석들도 있고, 모두 일어서는 걸 아쉬워하는 것 같아서 지금껏 계발활동하면서 배운 단체놀이를 했다. 처음엔 '홍삼' 게임이라고... 신나게 떠들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벌칙은 '노래부르기' 이제 3학년 올라가는, 수줍음이 많은, 수용이가 세 번 걸려서 노래를 불렀다.

   다음 게임은 모둠 놀이로 '야채'게임이라는 것인데, 모 방송국에서 하는 '후라이팬' 놀이랑 하는 방법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어렵다.(예전부터 알던 게임이라 방송국에서 이 게임하는 거 보고 좀 황당했다.) 이 게임의 벌칙도 역시 모둠별로 노래부르기. 신나게 게임을 했는데, 영근-은진-아름 모둠이 노래부르기 벌칙이 걸렸다. 영근이는 '내 여자니까'를 부르고, 은진이와 아름이는 '어머나'를 열창했다.

   이러다보니 시간이 한참 지나가 버렸다. 서둘러 가야할 시간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일어나기 싫어하는 눈치였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마무리는 안해와 나의 노래부르기였다. 우리는 아이들 앞에서 자주 부르는  '바위처럼'을 불렀다.

   이것으로 신나고 유쾌한 집들이는 끝났다. 간단하게 뒷정리를 하고 있으니 또 이쁜 아이들에게서 집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나도 답 메세지를 보냈다. 오늘 너무나 즐거웠다고, 같이 와 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이제 너희들이랑 헤어져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다고 그랬다.

   지금까지는 같이 있을 땐 정을 듬뿍 주고 받으며 지내고, 헤어져야 할 때는 그냥 웃으면서, 조금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헤어지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래서 종업식날, 아이들 앞에서 인사하는 날에도 그리 우울하지는 않았다. 그냥 싱긋 웃으며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내려왔었다. 그런 방식이 어쩌면 진한 아쉬움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너희들과 헤어지는 것이 무척 아쉽다는 말을 해버렸다. 집안을 대충 치우고 안해와 앉아 오늘 집들이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었다. 안해는 아이들이 구김살이 없고 밝아서, 또 저희들끼리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다고,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어도 오늘 참 즐거운 집들이였다고 좋아했다. 나도 아이들의 찰랑거리는 웃음이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것 같아서 집이 아직도 생기가 도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 아이들을 집들이에 초대하길 잘 했다. 몸은 조금 힘들었어도-특히, 안해가- 유쾌, 상쾌, 통쾌한 느낌이 이렇게 오래가니 말이다. 아무튼 좋은 밤이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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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2-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같이 있었던 것 처럼...
 

교양인이 되기 위한 즐거운 글쓰기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
- 시오니즘 지식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했나?
노르만 핀켈슈타인 지음, 김병화 옮김 / 돌베개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오늘밤 나에게로 달려 오고 있는 책목록이다. 요즘 책읽기가 쉽지 않다. 집중하는 시간이 많이 줄고, 컴퓨터에, 집안 일에, 텔레비전에 빼앗기는 시간이 많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열심히 책 읽어야겠다. (생활인으로서 책값을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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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새로 발령 받은 학교에 갔었다. 업무도 배당 받고, 학년이랑 담임도 배정 받아서 미리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인데, 올해의 업무는 1학년 기획 업무와 담임은 1학년 남학생반이다. 수업은 1학년 8반을 매주 2시간씩 담당해야 한다. 아직은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지고 좀 어리둥절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에 오신 선생님 중에 낯이 익은 분도 다섯 분이나 계시고 해서 좀 낫긴 하다.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걸리긴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일단은 좀 지켜볼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학교로 걸어가는 길, 눈이 내렸다. 또 요즘은 사진기를 잘 안 들고 다닌다. 다음부터는 꼭 가방에 챙겨 넣고 다녀야지.

   오늘은 지금까지 밀린 민원업무를 보기도 했다. 오후 늦게 집을 나서 일단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서둘러 은행마감 시간 전에는 인터넷뱅킹과 현금카드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동사무소로 와서 전입신고도 마쳤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갔다.

   오늘은 안해와 같이 저녁으로 김치국밥을 끓여 먹었다.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덧붙여서 김치전도 부칠려고 반죽은 해 놓았는데 김치국밥을 다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먹다보니 배가 너무 불러서 지금껏 미뤄두고 있다. 그러면서 안해가 컴퓨터에 앉아 은행 업무를 보고 있을 때 나는 뒹굴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앉아 있으니 평온하면서도 분주한 하루가 간다.

   하루를 마무리할 시점, 내일 할 일을 챙겨 놓고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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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2-2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중요하지요. ㅎㅎ 아까 맡긴 문집이 벌써 나온 거 있죠...ㅋㅋ 두 시간째 보면서 혼자 즐감하고 있답니다. 이제 문집작업도 끝이 났으니 정말 담임 노릇이 끝났네요. 허전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담임은 늘 그렇 존재인 것 같아요. 올해는...

느티나무 2005-02-2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샘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본인은 펄쩍 뛰겠지만 그래도 사실입니다.) 제가 싸움엔 좀 약해서요 ㅋㅋ-아니 말싸움은 잘 하지만, 막무가내로 나오는-소위 말하는 무대뽀?- 사람한테는 방법이 없으니! 담임이 없으니 한 해 동안 잘 지켜보세요. 그리고 우리반 부담임으로 오시면 안 되나요? 아까 우리집에 왔을 때 내가 만든 CD를 보셨어야 하는데... 오늘 저녁 만들면서 의주샘 우리집에 와서 같이 먹자고 할랬는데 전화를 안 받더라구요... 아까 전화해 보니 학교에서 안 좋은 일 있었다고 하던데!! 여기저기서 걱정이네요.

해콩 2005-02-2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든든, 저만큼이야 하겠어요? ^^ 무대뽀엔 부대뽀로 나가는 것이 상책인 것 같아요. ㅋㅋ 부담임은... 말은 한 번 해보겠지만 수업이 2학년 밖에 없어놔서리.. 올해는 저도 샘처럼 수업 CD를 만들어 보려구요. 잘 갤카주세요~ (14일 그거 같이 보면좋겠어요. 경희샘께 말해도될까요? 내 문집이랑 다른샘들 지난 학년 정리한 자료도 같이 보면 도움이 많이 될듯) 샘이 한문수업을 지원한다니깐 처음엔 무턱대고 좋았는데 이젠 부담이 좀 되요. 샘이니까! 수업준비를 좀 땐실하게 해야겠는걸요. 의주샘은 아마 3학년 담임이 안 되신듯.. 3학년 부장이 의주샘 빼고싶어하는 눈치라 다른 샘을 밀어넣었다고 하던데... 이젠 2005학기 준비를! 으샤으샤 (간만에 댓글 디게 길게 썼다 그쵸? ^^ 안에 계신 '해'님께도 안부를...)
 

   집들이에 오신 걸로 생각하고 편하게 '신부' 사진 몇 장 보여드립니다. 전 쑥스러워서 사진 찍는 게 무척 어색하더라구요. 전 겨우 겨우 찍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째 다 찍었나 싶습니다.)

   슬쩍 제 얼굴이 보이는군요 ^^;; (아이고 민망해라-)



 



 

 

 



 








200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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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2-2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장도 야외촬영인가요? 제가 본 가장 자연스럽고, 예술적이고, 사랑스러운 사진입니다. *^^*

울보 2005-02-2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부님을 자랑하시는 거군요...

연우주 2005-03-2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부님이 미인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