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수상록 일득록 연구
정옥자 지음 / 일지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전에 같으면 이런 책을 읽고 서평을 써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 알라딘 서재가 생기면서 읽은 책을 정리해 보관해 두고 싶은 의욕이 커지는 바람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확실히 명성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저자를 신문지상의 칼럼과 이런 저런 기사에서 여러 번 접하던 차에 최근 정조 시대에 관한 책을 좀 읽으려고 몇 권을 사 보았다. 5명이 공저한 <정조시대의 사상과 문화>, <정조의 문예사상과 규장각>, 그리고 이 책이다. 우선 이 책은 정조 시대 연구 총론을 필두로 정조의 교화사상, 그리고 사회통합사상, 학예사상이란 제목의 논문을 싣고 뒤에 일종의 정조의 어록인 일득록을 발췌 번역하여 첨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 자체가 중복이 있는가 싶더니, 총론과 사회 통합 사상은 <정조시대의 사상과 문화>에 다시 실려 있고 정조의 학예사상은 <정조의 문예사상과 규장각>에 다시 실려 있다. 물론 내용을 조금씩 다듬고 하긴 했다.
그러나 3권의 책이 나온 것이 3년 안에 이루어 진 것을 감안하면 내용을 자꾸 수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같은 글이 이런 저런 책에 중복되어 실려 있으니 짜증이 난다. 만약 젊은 학자가 이렇게 했다면 아마 큰 욕을 먹고도 아무 말 못할 것이다. 전에 이문열이 이 책 저 책에 같은 중, 단편을 새 글과 같이 넣어서, 책을 살 때마다 기분이 상했는데 지금 그 꼴이다.

그리고 내용도 딱히 일득록에 대한 연구라기보다는 홍재전서에 나타난 정조의 생각을 기반으로 일득록의 내용을 그 소재로 많이 활용한 것일 뿐이니 일득록 연구라는 제목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다. 논문 내용도 문제의 핵심을 잡아내어 간결하고 정확하게 진술하는 대가 다움이 없이 잘 정리되지 않아 좀 막연하고 추상적인 느낌이 난다. (이런 것은 사실 많은 학자들의 큰 병폐이다.) 그리고 번역과 주석도 시원찮다. 명성을 듣고 이 책을 산 나로서는 좀 실망스러운 기분이다. 그 실망스러움이 이런 서평을 쓰게 한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