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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산업 - 홀로코스트를 초대형 돈벌이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노르만 핀켈슈타인 지음, 신현승 옮김 / 한겨레출판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홀로코스트 산업이라는 지저분한 추태에 대한 세밀한 보고서에 가까운 이 책은 우리를 속여왔던 거대한 거짓을 폭로하는 진실, 부당함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려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문제들이 아직도 죽지 않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다방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동시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증거로서의 가치가 더없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러준다.
유태인인 저자가 유태인 집단에 보이는 분노는 별 다른 게 아니다. '민족'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민족'의 이득을 대변한다고 하는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벌이는 전세계적인 사기극과 그 횡포가 낳는 악순환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뻔뻔스럽다. 그들은 역사를 모른다. 안다 해도 외면한다. 왜냐하면 역사 속에서 그들은 언제나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하던 그 행동, 그 획책은 언제나 거대한 민중만의 손해을 강요했다. 하지만 그들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민족과 민중을 들먹거린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그들에게 있어 민족과 민중의 개념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좁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그들은 그 모든 상처 바깥에 서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가자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큰 피해자인 척, 상상과 환상의 궁전을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착실하게 구축한다. 그들은 증거를 없애고 스스로를 궤변으로 정당화하며 모든 권력을 이용하여 그들의 의도를 광범위한 대중의 통일된 의식 상태로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그래서 그 허깨비는 차차 그들에게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라는 선물을 주고 그 결과 그들의 궁전은 더욱 튼튼해져 간다. 아울러 (적어도 스위스 은행은 아닐) 은행에 있는 그들의 비밀 계좌 또한 디룩디룩 살찌워져 간다. 돈과 권력, 협잡과 아집, 음모와 욕망의 이 역겨운 앙상블.
심지어 그들은 그렇게까지 살찌운 결과를 그 모든 비극의 중심에 섰던 동포에게조차 조금이라도 돌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달래는 건 간단한 일이다. 살아남은 이는 어차피 얼마 되지 않고 그들은 가식된 영광과 비극의 역사로 빚어진 향기 나는 사탕을 몇 번 흔들어주면 될 일이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자신의 친구가 결국은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일하게 됐다는 걸 얘기하면서 씁쓸해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민중 개인들의 변절과 좌절을 의미하고 있는가.
과연 내셔널리즘이란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책은 내셔널리즘이란 괴기스러운 의식이 가장 최악의 모양으로 증식되었을 때를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은 극도로 정치적인 판단이었고 더할 나위 없이 가차 없었으며 지독하게 영악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주제에 그 의도는 계속해서 모든 민중의 의식을 겨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직도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 나라에도 같은 의문을 던져주게 만든다. 과연 일제 시대 때, 후대의 '기록'들에서 밝히듯 그리 고통과 핍박의 연속만 있었는가. 그 고통의 당사자들은 과연 누구였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모든 기억들의 생성 주체는 누구였으며, 무슨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인가.
과연, 이 나라의 기득권층이 가지는 도덕이란 어떤 것인가. 명백한 얘기지만, 우리는 잊어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