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피부색이나 성별 그리고 지능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권리가 있고 그것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피부색, 성별, 지능과 상관없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우리는 이 이유를 동물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볼 수 있다. 동물도 인간처럼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면 그것을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 P86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고통을 피하고 싶은 욕구는 동물이라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를 발로 차면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은 안다. 그러니 그것을 존중해 주면 된다. - P87
우리가 고기로 먹는 대부분의 동물은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있고, 그러니 그것을 피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이른바 ‘공장식‘ 농장의 사육 관행은 그런 욕구를 전혀 존중해 주지 않는다. 닭을 예로 들어 보면, 닭은 날개도 펼 수 없고 바닥은 철조망으로 층층이 된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에서 길러진다. 산란계는 달걀을 계속 낳도록 종일 밝게 해둔다. 닭을 밀집 사육하는 방식은 인간으로 치자면 정원이 가득 찬 엘리베이터에서 평생을 사는 것과 같다.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사람들을 정원이 가득 찬 엘리베이터에서 평생을 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기본적인 욕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 P87
인간이 동물을 기르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는 농사나 교통수단이라는 목적은 없어졌으므로) 고기나 가죽이나 털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축을 죽여야 하는데, 동물을 죽이는 것은 그들의 기본 욕구를 존중하는 것일까? 육식은 동물의 기본 욕구를 해치는 행동일까? 가축은 길들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유‘를 준다는 명목으로 자연에 내보내면 살아남지 못하기에, 가두어 기르는 것이 오히려 기본적인 욕구를 존중하는 행동이다(그런 점에서 야생 동물을 동물원에 가두는 것은 비난받을 만하다). 따라서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를 존중하며 사육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연 상태와 마찬가지로 넓은 공간에서 자신의 본성을 누리면서 자유롭게 사육하는 것이 그것이다. 가령 앞에서 예를 든 닭은배터리 케이지가 아니라 흙을 쪼고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면 된다. - P88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육한다고 해서 고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중요한 관문이 하나 남아 있으니 동물을 도살해야 고기로 먹을 수 있다. 죽는다는 것은 확실히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에 죽음의 고통이 가중된다. 설령 쥐도 새도 모르게 그리고 마취를 하여 죽여 공포도 고통도 느낄 틈이 없다고 해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용납될까? 그렇지 않다. 인간은 미래를 향한 기대와 계획이 있기 때문에 인간을 죽인다는 것은 그것을 꺾으므로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영장류를 제외한 동물은 자기가 과거와 현재에 걸쳐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식이 없으므로 공포와 고통을 주지 않고 도살을 한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 앞을 보지 못하게 입장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절을 시켜 도살한다면 윤리적 도살은 얼마든지 가능하다(현대의 도살장은 기절시킨 다음에 도살하지만 컨베이어 벨트가 워낙 빨리 돌아가는 탓에 가끔 기절되지 않는 동물이 생긴다. 역시 비용이 문제다.). 어떤 생명이든 죽인다는 것은 혐오스럽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써 그 논의를 회피하고 불편해 한다. 그러나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윤리적 추론은 그래야 하니까. 그러면 동물은 고통없이 죽여도 비윤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 P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