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케이션]은 가끔 보면 위로가 된다. 나도 저 1기 때의 행크 무디처럼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리면서 살 수 있다는 환상이 아니라(것도 데이빗 듀코브니쯤 되니 설득력이 생기지) 그 복잡끈적한 관계들의 풍경과 그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저정도로 사는데도 버티는데 뭐, 하는 생각에서다. 픽션이 현실에 위안을 준다면 이런 거겠지. 여기서 보여지는 난장판이 딱히 비현실적이란 생각도 안 드는 게 세상은 넓고, 별의 별 일도 다 있으며, 섹스중독증 치료를 위해 들어갔던 재활원에서 나오자마자 별거 상태에 들어가야 했던 데이빗 듀코브니는 그의 마누라 티아 레오니가 빌리 밥 손튼과 놀아나는 관계였다는 현실을 확인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치유계 드라마 아닌가 이거. 데이빗 듀코브니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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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체 게바라라는 이름을 어따가 갖다 붙이기만 해도 단숨에 유치한 기분마저 들어버리는 세상이 됐다. 그것은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그만큼 아이콘화되었다는 것이며 그만큼 진저리나게 소비됐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체]는 늦어도 단단히 늦게 온 영화다. 적어도 체 게바라의 얼굴이 티셔츠에 찍혀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전에 왔으면 그나마 쓸만하다고 칭찬을 들었을지언정, 이제 이 영화는 태생에서부터 그동안 이뤄졌던 체 게바라에 대한 온갖 맹목적인 숭배와 악의적인 해체작업들을 동시에 감내하면서 사람들의 눈에 들어가야 할 팔자가 됐다.

그러나 그 수많은 체 게바라의 복제들, 끊임없이 원본을 마모시키는 노이즈들 때문에 이 영화는 되려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간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결과물들이 신통하든 신통치않든 다큐적인 방향성을 계속 자극시켰다는 걸 생각해보자면(심지어 [오션스] 시리즈마저도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남자배우들이 벌이는 원맨쇼를 촬영한 셀러브리티 다큐 같았다. 그래서 그토록 심심했던 건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의 가장 훌륭한 결과물인 [트래픽]을 생각해보면, [체]가 소더버그의 손을 잡고 나아갈 최선의 방향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묵묵함과 절제, 그리고 직시.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건 그의 삶에 대한 질감 있는 오리지널리티의 확보였길, [체]가 성공적으로 뽑혀나왔기를 바라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혼돈스러운 시대를 뚫는 진정성이란 놈이 확보할 수 있는 마땅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과연?


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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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가 딱 쌍팔년도 한총련삘에서 '현실의 뜨거운 맛을 보고' 자기모순적 좌파로 진화해 가는 중간 단계였음. 성정치적, 성역할적으론 국부 존재의 소중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설명에 따르자면 소위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자부심 깊은 노멀파. 맑시즘과 들뢰즈와 푸코를 그냥 책얘기로만 간주. "현실은 다르죠."

 

아..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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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자라드 2008-11-2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로리콘놈들이!'

hallonin 2008-11-21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부끄러우면 문제겠네요.
 

뭐랄까.. 읽으면서 계속 1980년대 풍이란 생각이 계속 들었달까. 인상이나 감정선이나 이 픽션-논픽션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든 게. 배경음악으로 카펜터스나 프린스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이전에 스티븐 킹이 썼던 단편집을 엄청나게 즐겁게 읽었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를 갖고 봤는데, 정말 재미없었다. 상하권 둘 다.

 

지독하리만치의 답답함과 건조함. 영화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 안 본 상태라.

 

중요하게 할 얘기만 착실하게 선뵈면서도 어렵지 않게 길을 열어준다. 두껍고(내용적으로나 보이는 걸로나) 충분히 흥미로운 입문서. 내년에 예정된 강입자 충돌기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결과가 확인되면 개정판이 나올지도. 혹은 거의 모든 걸 뒤집어야 하거나? 현명하게도 이 책의 머릿말에는 자신의 학설에서 이미 발견되어 있거나 제시된 상태인 다음 단계의 이론들을 선입견 때문에 무시하거나 부정하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이 책의 할 말은 앞부분에 거의 다 나와있다. 그러나 주제면에서 동어반복이지만 차근차근 풀어내는 마지막장까지의 이야기들이 재미없었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다만 역자 글에서도 지적되듯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일본의 문화와 관련된 판단이 좀.

 

이 시리즈에 대해 요약해 얘기하자면, 소위 요즘 취향의 입문서? 어째 좀 성이 안 차는 건 입문서이기 때문인 건지.

 

[크립토노미콘]을 처음 손에 들었던 게 2003년이었는데, 그때 느꼈던 감상이나 지금 느끼는 감상이나 동일하다. 뭐 이리 산만하지, 라는 거. 생각해보면 닐 스티븐슨의 다른 작품인 [스노크래쉬]나 [다이아몬드 시대]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다이아몬드 시대]는 거기에 더해 작중 내내 보이던 다소 괴이쩍은 오리엔탈리즘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읽어낸 걸 보면 [크립토노미콘]의 내공이 그보다 더 심원해서 내가 못 읽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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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2008-11-3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개봉하면서 홍보처럼 번역되는 동시출간은 안읽기로 했어요.

배가본드 2009-01-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켈레톤크루는 미스트 때문에 봤지만 미스트는 왠지 영화가 좋았고
나머지는 그닥 -_- '노인을 위한;;'사려고 했는데 다시생각해야겠네요 -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