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체 게바라라는 이름을 어따가 갖다 붙이기만 해도 단숨에 유치한 기분마저 들어버리는 세상이 됐다. 그것은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그만큼 아이콘화되었다는 것이며 그만큼 진저리나게 소비됐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체]는 늦어도 단단히 늦게 온 영화다. 적어도 체 게바라의 얼굴이 티셔츠에 찍혀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전에 왔으면 그나마 쓸만하다고 칭찬을 들었을지언정, 이제 이 영화는 태생에서부터 그동안 이뤄졌던 체 게바라에 대한 온갖 맹목적인 숭배와 악의적인 해체작업들을 동시에 감내하면서 사람들의 눈에 들어가야 할 팔자가 됐다.

그러나 그 수많은 체 게바라의 복제들, 끊임없이 원본을 마모시키는 노이즈들 때문에 이 영화는 되려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간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결과물들이 신통하든 신통치않든 다큐적인 방향성을 계속 자극시켰다는 걸 생각해보자면(심지어 [오션스] 시리즈마저도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남자배우들이 벌이는 원맨쇼를 촬영한 셀러브리티 다큐 같았다. 그래서 그토록 심심했던 건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의 가장 훌륭한 결과물인 [트래픽]을 생각해보면, [체]가 소더버그의 손을 잡고 나아갈 최선의 방향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묵묵함과 절제, 그리고 직시.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건 그의 삶에 대한 질감 있는 오리지널리티의 확보였길, [체]가 성공적으로 뽑혀나왔기를 바라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혼돈스러운 시대를 뚫는 진정성이란 놈이 확보할 수 있는 마땅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과연?


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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