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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은 2집을 뜯고 디비디를 돌렸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팔뚝 디게 굵구만....

라는 것도 잠시 당최 영어가 되야 말이지, 뭐라고 쏼라쏼라 2집에 대해서 설명을 늘어놓긴 하는데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그냥 꺼버리고 음악을 틀었다. 음. 역시 좋구만....

1집을 샀던 건 그냥이었다. 말그대로 그냥. 굴다리 밑으로 튀어오라는 게 아니라 뭐 그래미도 탔다고 하겠다 여기저기서 천재라고 떠들겠다 에라 모르겠다 한 장 질러보자 마침 알바 월급도 탔고 앨범을 마구 사고 싶었던 때였으니.... 그래봤자 테이프로 구입했지만-_-

그러나 이 여자의 앨범은 시디로 사야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하도 많이 돌려 들어서 완전히 걸레가 되버렸으니. 알앤비라고 하는 음악 장르에 대해 조또 모르던 나에게도 이 아낙의 노래는 무척이나 차분하고 무겁게 들려왔다. 뭐랄까. 그것은 꽉 잡힌 느낌이었다. 완고하다 싶을 정도로, 신인다운 흐트러짐이 없는 정제될대로 정제된 노숙한 음악. 그것이 당시 19살이었던 이 여자의 노래였다.

어제는 엠티비 코리아에서 엠티비 뮤직어워드를 틀어줬다. 그런데 오우, 알리샤 키스가 보컬, 스티비 원더가 키보드, 래니 크래비츠가 기타를 맡은 환상의 세션이, 말그대로 죽여주는 광경의 연출. 이야~ 저쉑들 졸라 잘 노는구나. 조또 부럽구마잉....

그런 그녀가 내한공연을 온댄다. 10월 13일. 그러나 에고롸핑 내한공연도 놓쳤는데 뭘 바라나. 하늘에서 공짜표가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내 상황이 한심하도다....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Track&menu=m&Album=19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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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십여년 전, 퍼스널 컴퓨러의 개념이 시바스 리갈과 동급이었고 피시방이 도래하지 않은 자리에 동네 오락실에서 열심히 아랑전설을 즐기던 아이들이 있었고 혹여 시대의 첨단을 걷던 이들도 하이텔 채팅으로 매달 나오는 전화고지서가 두려웠던 시절, 컴퓨러도 없었고 하다못해 8헤드 비디오도 없었던 나는 요즘 아해들이 노모, 풀버전의 생생한 시청각 자료로 아름다운 지식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과 비교하여 한참 떨어지는 지식 습득 요건을 가지고 그 신비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에 아침마다 고통스러운 기운을 느끼며 깨어나야 했다. 그 시절 내 생활반경은 집-학교-도서관의 패턴이었는데 이것은 진리탐구에 매진하는 나의 모범적인 생활 자세를 잘 보여주는 증거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배웠다.

당연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식들도 도서관을 통해서 주로 습득하였는데 주로 여성대백과 사전과 제목만 봐도 뭔가 야리꾸리한 것들(아담이 눈뜰 때, 이브의 허스토리, 프랑스 중위의 여자 등등)이 그 취식 대상이었으나 나중에는 시청각 자료에서부터 얻은 지식들을 멀티플레이하게 활용하여 애들 동환줄 알았던 아라비안 나이트에서부터 원초적 본능의 소설판 등등에까지 이르는 잡스러운 독서 목록을 보유하게 되었다. 뭐라해도 그 야하다던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뒤지고 뒤져서 겨우 볼 수 있었던 그 한 구절, '...처녀를 찢어버렸다. 끝.'에 목숨을 걸던 시절이었으니,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소개하면서 실어놓은 마리아 슈나이더의 전신 누드 사진을 찢어간 어떤 개새끼가 한 편으론 공감되고, 그러나 결론적으론 만인의 즐거움이자 공유되어야 할 인민의 자산을 한 개인이 스스로의 독점욕으로 인하여 사유화하여 기쁨의 광역성을 떨어뜨려버린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시절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역시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이다.

원제가 로빈슨 크루소의 성생활이라는, 척 보기에도 딱인 제목을 달고 있었던 이 책은 기억이 맞다면 앞의 반절은 로빈슨 크루소의 과거 기억 속의 섹스와 '꿈결 같은' 이라고 낭만적으로 표현하기엔 꽤나 기괴한 환상 속의 섹스와 동물들과의 수간으로 채워져 있었고 뒤의 반절은 저 프라이데이와의 땀내나는 동성애로 채워져 있었다. 당시로서야 사드를 알지를 못했고 당연히 사드의 전통에서 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아닌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읽었을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당최 정상적인,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평온한 정신 상태에서의 이성애적인 거시기가 안 나오는 거다. 로빈슨 크루소의 의식은 내내 뭔가 병적이라고 여겨도 좋을 정도로 거칠고 신경증적으로 묘사되고 있었고 오양의 이야기나 눈이야기, 벌거벗은 점심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직접적인 묘사들과 정신적인 가학-피가학 성향을 보이는 이 소설은 그 거칠고 직접적인 측면에서 아주 제대로였다. 하긴 무인도에서 혼자서 성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면 저리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은 꽤 시간이 지난 다음에 든 것이고 아무튼 동물과 하는 걸 왜그리 좋아했는지 작가의 묘사는 염소의 울음소리마저도 음탕한 유혹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취하고 있었다.

어떻게보면 바닷가를 전전하며 살았던 선원의 상상력에 로빈슨 크루소라는 전 시대의 아이콘이 붙여져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이 소설은 그 막 나가는 듯한 병적인 환상성이 되려 작품의 리얼리티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저런 상황이 되면 정말 저렇게 살지도 모른다, 하는 그런 생각. 매일마다 염소와 살쾡이와 붙어먹길 즐기고 고목나무 구멍을 탐스럽게 바라보며 남자의 탄탄하고 매끈한 가슴에 비교하면 여자 가슴은 힘없고 기분나쁘게 물렁거리는 기분 나쁜 덩어리라고 여기게 되는.

 

그러나 주어가 '나'이지는 않을 듯 하다.

가끔씩 이 소설은 나로 하여금 페티쉬의 세계에 빠져들지 않게 만든 트라우마적 제어판 역할을 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난 구멍보다는 여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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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는 대학교재랍시고 만 칠천원씩이나 주고 사서 읽고 있는 책, 김준오란 양반이 쓴 시론 4판본으로부터 시작됐다. 난 이 책이 재미없진 않으나 가끔씩 상실되는 개념 덕에 심히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음과 같은 세가지가 있다...' 요러면 그 다음엔 첫째 어쩌구, 둘째 저쩌구, 셋째 지화자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감. 그런데 이건 뭐 첫째 어쩌구 하고 끝. 당최 두번째하고 세번째 개념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뭔 의미들이 그리 모호한지 죄다들 두리뭉실 안개를 잡는 건지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지."

"시 하니까 황삐이이 시인이 떠오르는구만."

"아, 그 양반? 내 아는 누님의 스승이었는데, 요즘은 뭐하고 지내나."

"어서 교수질하고 있다는 거 같은데. 그 사람이야 인세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지."

"그런데 왜?"

"뭐 개인적으로 다리 하나 건너서 걸쳐지는 사연이 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동넨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게 정확하게 들어맞는 동네라니깐."

"그게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말야. 그런데 딴나라도 이럴려나? 이 나란 정경유착이 너무 심하단 말이지."

"그래도 한삐이이 문학상 같은 건 괜찮지 않으려나."

"글쎄, 모를 일이지. 적어도 동삐이이 문학상보다야 낫겠지."

"이삐이이 문학상은 어떻고. 대체 거기 심사위원들은 몇십년째 해먹는 거야. 그런데도 당선만 되면 한 방에 주류가 되니깐."

"이삐이이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는 거지 뭐. 지삐이이 있잖아. 이번에는 미술원 들어간다길래 그 미술원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려고 했지. 그런데, 뭐 한 두번이 아니잖아. 그냥, 넘기기로 했어."

"무슨 얘긴데?"

"그렇고 그런, 뻔한 얘기."

"뻔한 거야 뭐 인간도 동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 치고. 그게 권력과 이어지느냐 마느냐의 문제지."

"정치와 관련되지 않는 일이 어디에 있겠나. 우리가 마시고 있는 카프리의 디자인서부터 시작해서."

"하긴. 아~ 지지부진이야. 난 아주 질려버렸어. 예전에 내 아는 고스트라이터가 한 얘기 기억나냐?"

"들을 때 식상하다 느꼈을 정도로."

"뭐 그 녀석, 이 나랄 떠나려나 봐."

"그거 멋진데. 그런데 아직도 마비 상태야?"

"그렇지."

"업계의 너저분한 이야기는 업그레이드 됐고?"

"매일마다 업그레이드될 걸.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 이인 걸."

"지지부진한 삶이야. 결혼이나 할까."

"결혼이라. 나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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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지만 달리 할 일은.... 있지만 하기가 싫고. 이곳저곳에다가 잡다한 블로그나 공구리 대량양산형 홈피를 만들어놓고는 거의 쓰질 않고서 지내왔던 시간들. 처음엔 적립금 500원씩 준다고 하여 시작한 알라딘은 어느 때부턴가 적립금 제도를 없애버렸고(불황 탓이니 이해해주마.) 그간 두 번 마이리뷰에 뽑히는 덕에 공짜책들을 품에 안겨준 은덕도 잠시, 자연스럽게 신경을 끄게된 알라딘에 다시 돌아와보니 그래도 여기는 책 덕인지 탓인지 페이퍼 충성도가 꽤 높은 듯 하이, 심심도 하겠다. 할 일은 쌓여서 스트레스 팍팍이겠다, 그냥 마음대로 주절거리는 공간을 (또) 만들어보자 하여 이틀째 시작한 마이페이퍼. 쥔장의 성향에 의해서 언제 그만 둘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흐름에 몸을 맡겨라! 아아.... 시론 읽기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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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come-lately 2004-09-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만두시더라도 리뷰 삭제는 말아주시길 간곡히...

hallonin 2004-09-28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변변찮은 글에 주시는 애정, 감사 드립니다. 지금으로서도 제 글에 대해서 꽤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용감하게 지우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여기 올라온 글들을 제 기억 속에서 없애버리고 싶어지는 건 제법 훗날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에고롸핑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것이 언제더라? 잘은 기억 안나지만 한 2년 전 쯤이었을 게다. 하이텔에서 엠피삼으로 올라와 있던 이들의 'swing for joy' 앨범이었는데 바로 그 날이 나로 하여금 시부야계 음악들에 빠지게 만든 계기가 된 날이 되었다.

에고롸핑의 음악은 유유자적하다. 가장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게 묘사되는 순간조차 조금 쓴 맛의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시간처럼 느끼게 할 정도다. 오래된 바에 죽치고 앉아있는 이들을 위해 울려퍼질 찬가. 쓴맛이 주는 쾌감을 습득한 이들을 위로하는 송가. 어느 순간 울고있는 자신을 느끼게 만드는 부드러운 치유곡. 그것은 후회라는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가장 긍정적인 형태의 발현일 것이다.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Track&menu=m&Album=6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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