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윌리엄 캄쾀바, 브라이언 밀러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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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공명하는 성향을 가졌다.  

이 책 속의 소년은 훌륭하지만, 나는 이 소년의 현재와 미래에, 소망에 반 정도만 공명할 수 있었다. 부패한 정부와 기아로 고통받는 말라위의 묘사는 무섭고, 그럼에도 소년의 아버지는 존경스럽다. 옥수수가 익어가는 계절에, 작년의 흉작으로 굶는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마을의 풍경이 묘사되고, 그런데도 "우리 옥수수를 훔치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소년의 물음에 "그들도 굶주린 사람이다, 우리는 용서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소년의 아버지는 아직 달라지지 않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내가 감동하는 장면은 이런 것이다.  

소년의 소망은, 가족이 굶지 않는 것, 학교에 가는 것이고, 그래서, 소년은 풍차를 만든다. 나는, 그 조그만 자전거 발전기만으로, 집 안에 불을 켜고, 라디오를 듣고, 또 휴대폰도 충전한다는 데 놀란다. 그렇지만, 나는 기술의 실현에 열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소년이 만든 풍차가 성취가 되는 그 과정이 그저 그랬다. 소년은 집에 불을 켜려고 풍차를 만들었고, 집에 불을 켰다. 소년이 만든 풍차가 소년의 꿈들을 이루게 하는 데에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소년을 알게 되고, 그래서 알리는 사람. 그래서, 돈을 모아, 소년에게 학비를 보내는 사람. 그래서, 이 이야기를 나에게까지 읽도록 하는 사람.

소년은 학교에 갈 것이고, 말라위에 꼭 필요한 과학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대를 졸업한 나는, '기술의 진보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나는 이걸 김구선생님이 백범일지에 쓴 것이라고 전해들었다- 태도로, 소년의 꿈이라는 게, 말라위에서 배고픔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말라위에서 지나치게 낭비하는 삶의 양식을 실현하는 것일까봐 걱정한다. 나는 소년의 풍차가 더, 더 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소년이 다른 나라의 커다란 풍력발전단지를 보고 감명받는 대목이 싫다. 나는 모든 아프리카 흙집 위에 작은 풍차가 돌아가서, 정말 필요한 부분에 꼭 필요한 만큼 전기를 생산하게 되는 식의 꿈이기를 바란다. 꼭 필요한 만큼, 물을 끌어, 밭을 적실 만큼의 전기, 생존을 위해 낭비없는 방식의 필요.  

'나는 시도하고 만들었어요'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한 걸음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소년의 태도는 존경받을 만하다. 그런데도, 나는 오히려 가뭄과 흉작으로 굶주린 사람들에 대한 묘사, 그 원인으로 드는 부패한 정치에 대한 묘사에 집중하고, 소년의 이야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온 소년이, 그 덕분에 학교도 갈 수 있게 된 그런 이야기로 폄하하고 마는 것이다.  

소년은 앞으로 자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책에 묘사된 소년이 더 큰 풍차와 더 편리한 삶을 꿈꾼다고 해서,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단지, 책을 읽은 내가 이런 지점에서 불편했었다는 걸 기억해두려고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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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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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간만에 만난 사람과 '인생은 재수(운)가 반 이상인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어두운 이야기들에 이입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스카르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임미와 욘니의 악행을 또 이해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톰미의 행동을 이해하지만 또 이해하지 못한다. 엘리를 숭배하는 그 남자는 이름조차 지운다.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공감한 사람은 바르기니아다.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있을 수 없는 사람, 그래서, 햇빛 속에 불타버리기를 결심하는 사람.   

이야기는 춥고, 차다. 흡혈귀,라는 존재는 영원히 외로운 존재라는 걸, 알겠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영원의 시간, 타인의 생명을 댓가로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 존재. 그런데도, 나는 변명을 들어줄 자세가 안 된다. 나는 차라리 불에 타버리겠다,고 생존의 문제를 쉽게 말한다. 엘리가 피를 사는 대목에서 나는, 그럴 수 있다면 왜 죽인 거야,라고 심지어 질문한다. 영원한 생명 때문에, 그런 교환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 법도 한데, 영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피하고 외면하고, 등돌릴 것이다.

읽다가 어느 순간, 이 책들의 날짜와 요일이 올해와 일치한다는 생각을 했다. 11월 13일의 금요일로 끝나는 이 책의 순간들이 올해 2009년의 달력과 요일이 같았다. 아, 신기한 기분. 80년대 스웨덴의 찬 날씨가 그대로, 2009년 여기서 재현되는 그런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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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우 무섭다.
신우는 답없는 사랑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쓰이기는 하지만, 사랑을 받기에는 무언가 행동이 모자란다. 자기를 안 보는 사람을 사랑하는 건 분명히 고백을 한 번도 안했지만, 백번은 차인 기분이 들겠지만, 그냥 친절과 사랑에서 나오는 친절을 정말 구분할 수 있나. 그 사람이 자기를 안 보고 있다는 걸 안다면, 벌써 바람맞혀 마음이 상했어도 늦게라도 놀이공원에 가야 한다. 그 사람이 자기를 안 본다는 것도 알면서, 자기 기분에 빠져서-슬프기야 하지만, 자기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의 사랑을 얻으려는 2인자는 그러면 안 된다- '피곤하다'면서 거절하다니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뒤돌아 뛰어가는 미남이를 따라가 잡아야 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미남이는 기본적으로 사랑과 친절이 가득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다. 신우의 친절이나 제르미의 친절이 자신을 사랑해서라고 판단할 이유는 별로 없다. 미남이도 그렇게 누군가를 도울 사람이기 때문에-황태경을 위로하고, 돕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돌이켜 다른 사람의 친절을 자신이 특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걸, 나는 훌륭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남녀관계에서 온갖 친절을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도끼병'이지 않나.
그런데, 신우는 에둘러 말하면서 알아차리기를 바라고, 그러면서 상처받는다. 어제 겨우 고백이란 걸 하긴 했는데, 것도 참 어리석은 것이 상대가 다른 사람을 본다는 걸 알면서, 분명한 대답을 원했다는 것이다. 이제 완전히 차인 것이다. 그런 에두른 고백은 알아차려도 아는 척 할 수 없고-어쩔 것인가, 이미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런 고백을 아는 척 해서 돌아오는 것은 거절당하기를 두려워하는 남자의 부인 뿐이지 않을까-, 한 번의 확실한 대답은 애초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찌될 지 알기 때문이겠지만, 말하는 걸 계속 미룸으로써, 결국 기회를 날려버리는 극소심 연애초보남을 보는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뭐 별수 없다.(091119)
(정말 모든 캐릭터를 다 좋아했는데, 왜 이런 글이나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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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jinny 2009-12-0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란걸 알아서 접고 싶은데.. 안되는 거지..

<미남이시네요>의 노래에 있자나..
하루에 수천번씩 이별을 하는데도 안된다고.. 어떡하냐고..

신우는 태경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끝까지 간건 아닐까? 나의 사랑은 자존심도 없다. 너는 여기까지 올수 있나??

별족 2009-12-03 11:18   좋아요 0 | URL
사실, 신우에 대한 말이 아니라, 미남이에 대해 말한 것이지. 미남이가 둔해서,가 아니라, 미남이의 태도는 훌륭한 태도고, 신우는 미남이에게 좀 더 분명했어야 한다는.

진영이 2009-12-0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사실...나는 미남이가 알았다고 해도 말하지 않는 사람에게 머라고 할수 없었을꺼라고 생각해.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건.
오해하고 있다는 것 뿐이지 않은가?

별족 2009-12-03 13:30   좋아요 0 | URL
그렇지, 도끼병,이란 게 나의 생각^^;;;
 
지나 데이비스의 앤지 - Angi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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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보고 있으면 심난한 여자주인공에 마음도 가고, 이해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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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불행학 특강 - 세 번의 죽음과 서른 여섯 권의 책
마리샤 페슬 지음, 이미선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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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850쪽 가까이 되는 책에서 미스터리라고 할만한 사건이 500쪽이 다 되어야 등장한다. 500쪽에서 등장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책속의 이야기는 너무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로 치자면, 앞 500쪽의 이야기는 -아, 책 속의 챕터를 가르는 책들을 몰랐던 것처럼, 나는 끌어다 댈 영화들도 얄팍하기 그지없다- '헤더스'나 '크래프트'-이건 영화소개프로에서만 본 듯, 전학온 여학생이 마녀그룹의 일원이 되어 얽히는 이야기-같았다면-그러니까 전학온 고등학생이 어떤 비밀서클에 얽혀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 뒤 350쪽은 '바더 마인호프'-내가 직접 보지도 않고, 친구가 전한 줄거리만 알면서 쓰는 게 좀 그렇군, 그러니까, 잘 드러나지 않는 역사로서의 어떤 것, 일본의 적군파나, 뭐 그런-같았다. 그런데, 두 이야기의 연결은 너무 헐겁다. 전편의 주연이 후편에서는 사라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전체가 놀랍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면 또 달랐을 텐데, 그렇게 놀라운 연결을 만들기에 고등학생인 시기는 너무 짧고, 나는 그룹의 아이들이 이 이야기에서 하는 역할을 잘 모르겠다.    

각각의 장은 책들 제목으로 쪼개졌는데, 책들은 내가 제목만 겨우 주워섬긴 것이거나, 제목도 들은 적 없는 것이라서, 알고 있던 책들을 통해 연결되는 놀라운 느낌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이건 나의 얕은 독서를 탓해야 하는 것인가 싶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단 한 권의 책인데 재미있으려면 다른 책을 꼭 읽었어야 한다면, 그건 책으로써는 실패한 게 아닐까. 모르더라도 재미는 별 네 개정도는 되고, 안다면, 별 다섯이 부족한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솔직히 책을 주욱 읽을 수 없어서 무언가 놓치는 게 있을 수도 있겠다. 얼마나 오래 읽었는지 모르겠다. 수첩에는 책이 끝나는 날만 저자와 함께 기록하는 중이라서, 알 수가 없다. 놓치는 게 많았더라도, 그래도 다시 읽어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아, 나도 쓸데없이 생각이 많기는 하지만, 별 거에 다 주석을 달아 출처를 밝히는 고삐리 천재소녀의 글을 읽는 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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