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그럴 듯하다. 대도시 어딘가에 그런 여자가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도시 어딘가에 또 이런 사건이 있어, 어느 순간 누군가 사라지고 다른 공간에 새 이름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읽은 지 꽤 되었다. 그런데, 나는 공연히 다른 것에 집착하느라 읽고 정리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은 즈음에 나는 어린이용 가치동화로 절제를 가르치는 스티커전쟁을 다 읽은 참이었다. 절제는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는 거라는 그 동화를 읽은 다음이라, 일면 진실임에도 '그것은 공해다'라고 말하는 변호사의 설명에 설득이 되다가 말다가 하였다.

티비에 나오는 것은 뭐든 다 가지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그래서 가끔은 아이 입장에 이입하기 때문에, 그게 공해라면 아이에게 절제를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닌가!싶어 부당하다는 마음이 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소비를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떠들어 대는 것은 공해가 맞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주인이 되는 태도는 역시 절제가 맞겠지.

공해가 심해질수록, 태도는 더 강경해져야 하는 거겠지.

 

그럼에도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하지 않은 선택을 억울하게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때, 맞아 그 순간 아무도 손내밀지 않는다면 자기가 자기자신을 도와야지, 죽지 않고 살겠다면.

소비사회, 무시무시한 채권추심, 선택지 없는 삶.  

지옥으로 가는 마차에 올라탄 두 명의 여자 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다. 미묘한 질투의 공기가 흐르는 사무실의 대화, 순간순간 은근히 내비치는 우월감의 공기, 아, 책 속의 묘사는 현대를 사는 나의 삶과 얼마나 가까운지 무섭다. 휩쓸리면 나도 순식간이겠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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