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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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 책을 끝낸 날을 적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는지, 확인했다. 기억에 나는 이 책을 꺼내 읽다가 덜컹, 하고 걸리는 순간이 있었고, 그래서 한참을 멀리 밀쳐두었었다. 그래도 마치기는 했다.

 

김용민은 '팝니다'가, 물건을 판다는 의미의 '팝니다'이기도 하고, 파고 들어 연구했다는 의미의 '팝니다'이기도 하다고 했다. 전자라면, 장점을 열거해야 했을 거 같아 갸우뚱 의구심이 들고, 후자라면 깊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내, 쉬이 넘기다가, 덜컹 한 순간은 보수,가 어떤 정체성이나 철학으로 묶을 수 있는 정치집단이라기 보다, 권력욕으로 하나 된 집단이라고 명명된 순간이었다. 그럼, 나는 지금의 야권연대,를 무엇으로 명명할 수 있을까, 의심하다가 아, 잠깐 쉬자,가 된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던 김영삼 이래로, 정체성이 뒤섞인 지금의 보수정당 안에서 그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모두 다 보수로 묶을 수 밖에 없는 그 순간 때문이었다. 

선거권을 가진 이래로 나는 언제나, 내가 투표한 사람이 이기는 걸 보지 못했다. 그래놓고 언제나 함께 기쁨을 나눌 일도 없었던 나는, 실망하는 사람들을 언제나 비웃었었다. 간절히 이기고 싶었던 순간도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 지금 이번 2012년의 선거같은 마음이었던 적이 없는 거다. 감정적으로는 야권연대에 공감하면서, 이성적으로 나는 설명하지 못하겠다. 이겨야겠는데, 저런 터무니없는 정부를 다시 보지 않으려면 아, 이겨야겠는데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까지일지 설명하지 못하겠다.

 

내가 그 오랜동안 사랑했던 건, 누군가도, 그 무엇도 아니고 '민주'와 '노동'을 나란히 세운 그 이름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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