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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 우리 시대 부모들을 위한 교양 강좌
심상정 엮음 / 양철북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남편이 결국 어린이집 도우미 요청을 거절했다. 한달에 한 번 가는 근처 수영장에 남자 어린이들을 씻길 아빠 도우미 요청이었는데 결국 거절했다. 딸아이는 아빠가 오지 않는다고 서럽게 우는 날들이었다. 남편은 어린이집의 도우미 요청을 아이를 볼모로 한 협박처럼 받아들였고, 하지도 못할 일을-결국은 이렇게 도움을 요청할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오지랖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린이집의 도우미 요청이, 내 아이를 키우는 대신 다른 아이를 돌보는 방식의 협력,이라고 생각했고, 남편도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엄마인 내가 아니라, 아빠인 남편이 결국 하지 않겠다면 어쩌겠는가.
남편과 그 일로 몇날 며칠 다투는 와중에, 할 수만 있다면 학교에도 보내고 싶지 않다는 남편과 이야기하는 와중에 이 책을 읽었다. 남편이 산 책이고, 남편은 아직 읽지 않은 이 책은 심상정님이 동네에서 연 교양강좌를 정리하여 엮은 책이다. 새로운 가치에 대해 말하는, 새로운 전망을 바라지만, 아직 구성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했던 강의들을 묶은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마을,에 대해도 생각하고, 아이를 키우는 가치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부모인 나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래 역시 내 생각이 맞아,라고 혼자 동의하는 와중에, 다른 이야기에 뜨끔하였다. 학원가를 떠나서 교육에 대해 말하는 분이 '15년 후 아이를 생각하면 협력을 가르쳐야 한다. 어떤 회사도 회사 내에서 경쟁을 말하지 않는다. 협력해서, 회사를 위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은 협력을 가르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대목이었다.
우리 회사는 회사 안에서 경쟁하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지금 '경쟁'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기법,이란 식으로, 회사 안에서 경쟁이 들어와 조직을 무너뜨린다. 표면적으로 말하는 어떤 가치는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다른 것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보상체계-에 의해 결국 무화된다. 사장이 말하는 청렴이나 정직이나, 산업계의 협력은 성과급과 실적 보상체계 앞에 무너진다. 의미가 없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 말이다. 각각의 조직은 다른 일을 하고, 그 성과는 개별로 평가가 불가능한데도, 큰 규모로 나뉘어 평가하던 방식은 이제 작은 팀 단위로도 평가하겠다고 하고, 이 상황에서 협력은 무의미해진다. 조직에서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 사람들과-자신이 하는 일을 그럴 듯하게 보이도록, 상대가 알지 못하도록- 무언가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자신의 일을 설명하기 위해 하지 못할 일들을 널려놓는 사람들이 생기고, 일이년 단위로 조직을 옮기는 메뚜기 리더들은 그릇된 판단을 내린다. '가치'라는 것은 일년 후의 인센티브 정도와 거래되는 거다. 교육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미쳐돌아가고 있다.
휘둘리지 않을 가치가 필요하고, 우리는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우선은 이 책부터 시작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