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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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 재밌잖아!

아기는 자고, 남편은 어디서 술을 먹는지 집에 안 들어 오고. 열시에 하는 드라마를 보자 맘 먹고 아기를 재우려고 누웠건만 눈을 뜨니 열 두시라서, 허무하고 허탈한 마음에 집은 책이다. 그런데, 다 보기 전에는 잘 수가 없었다. 심지어, 잠자리에 누워서는 내가 흘려버린 퍼즐의 한조각이 어디 있었는가, 되짚어 생각해보기까지 했다. 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집시의 돼지를 훔친 셈이 되어버린 고조할아버지 덕분에 억세게도 운이 나빠져 버린 스탠리 옐네츠가 이 이상한 제목을 가진 소설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독백으로 말한 그대로, 나는 그것이 그저 '자신의 불운을 탓할 대상'이라고 단순히 한 줄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니다. '구덩이'라는 이 이상한 제목의 소설은 무엇하나 '단순히' '한 줄'로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고조할아버지의 이야기,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 거기에 소년이 소년원 대신 선택한 이름만 예쁜 '푸른호수 캠프'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제로,까지.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어느 하나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서, 이야기는 애매한 오컬트, 황량한 서부극, 음침한 노역의 고백, 명랑한 고전적 로맨스, 그러다가 무시무시한 흑백갈등의 잔혹극, 탈주극, 활극 그 모든 모양새를 포함한다. 그것은 딱 알맞은 농도로 전체 안에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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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김소향 옮김 / 이레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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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개봉소식에 이런 저런 줄거리를 들려주면, 요새는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영화가 상정한 관객은 누구일까?

이 책은 누구를 상정해서 만들어졌을까. 상실을 경험한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라고 만들어졌을 게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을 때 만난 셈이다. 나는 갑자기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인간이 죽는 걸 아는 것처럼 당연히 나도 내가 어느 순간 어떻게 상실을 경험할지 알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이책을 읽는 순간 나는 내가 겪게 될 상실을 준비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비참한 상황 때문에 내 자신의 상실을 상상하는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게 죽는 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데없이 닥치는 상실-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리는-을 겪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피할 수가 없었다.

'인생수업'을 먼저 읽고 읽은 것이라서, 어떤 이야기를 어디서 읽었는지조차도 헷갈리고, 마음 속에서는 심란한 상상들이 자꾸 솟아나고 책 자체의 평가가 좋아지지 않는다.

심지어 두 권이 무척 비슷하니, 이런 책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도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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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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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띠지에 'KBS 드라마 마왕의 주인공이 읽던 그 책'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렇다. 그 드라마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무척 치밀한 복수극을 연출한 그 주인공이 이 책을 골라 들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고민은 '승하는 왜 이 책을 읽은 것일까?'였다.

그리고, 이걸 쓰면서 깨닫는 것이다. 누군가 알아차려주길 바랐던 것이로구나. 저자가 예로 든 사람들처럼 뼛속까지 악에 물든 것은 아니라서.  

종교가 없는 나에게 이 책은 기독교 서적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 작가의 이전 작품도 '기독교적'으로 읽힐 여지가 많았다던 평을 기억해냈다.  '비전과 리더십'이라는 출판사나, 사탄이니 축사니, 악에 대한 정의도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조심스럽지만 고통스러웠을 고민때문에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진보와 야만'이나,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으면서 하게 되는 인간에 대한 고민, 해답없는 야만성에 대한 고민을 이 사람도 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에 따라 '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주장은 재미있었다. 어찌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는 주장이고 논리지만, 어떤 고민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겠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알겠다.

추가로, 어떤 종교서적을 읽었을 때보다 '하느님'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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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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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굶주리는지 알더라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낙관적인 전망들을 내어놓을 수밖에 없는 국제기구, 진실을 외면하려고 하는 일세계의 사람들, 오래되고 개선의 여지없는 체제의 문제.

굶주림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혁명'인데도, 굴러떨어질 돌을 밀어올리는 아니, 이 묘사는  행위자체의 미미함이 드러나지 않아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책소개에 있는 데로 저자는 유엔의 담당자이고, 형식은 아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리석게도 내가 기대한 것은 명쾌하고 바른 것이었는데, 혁명을 수행할 마음이 모자라서 그저 슬프고 화나고 안타깝기만 하다. 좀 더 열정적인 아이들에게 그래서 이 사람도 들려주는 것이지, 싶다. 혁명이 필요한 병든 구조 안에서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선의로 존재하는 자신에게 이 이야기는 가장 필요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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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37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돈키호테 - 구스타브 도레의 그림과 함께 읽는, 명화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 0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김근주 옮김 / 예원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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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가의 이름이 나란히 찍힌, 이 책은 그 당시 가장 큰 오락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만화와 영화와 사진 팍팍 박힌 잡지책들을 집어드는 나에게는 살짝 시큰둥한 오락이다. 커다란 판형에 한면에는 그림이 다른 면에는 글이 박힌 이 책은, 만화로만 기억하는 혹은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이미지로만 기억하는-나는 아마 돈키호테를 읽은 적이 없을 것이다!- 엽기 노친네 돈키호테의 이야기다. 자신의 환상 속에서 그 자신에게는 모험이고, 그를 조롱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치 조롱일 이야기는 호탕한 웃음 대신 등 뒤에서 낄낄거리기에 알맞다.

그림은 그 당시 상황에서 최선이었을 흑백의 그림이다. 어렸을 적 겉장이 떨어져 나가 너덜너덜했던 앨리스에서 보았을 법한 익숙한 듯한 그림. 어둡다 싶을만큼 꽉 찬 펜선들이 만화로 기억하는 돈키호테의 말랑말랑하고 반들반들한 이미지들을 다른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래, 미친 영감탱이지. 유럽의 숲들은 이렇게 어둡고 빽빽하겠지. 미쳤다는 것은 실제로는 이런 것이지, 사람들이 조롱한다는 건 또 이런 것이지.

이 책을 통해 내 기억 속의 돈 키호테가 많이 늙었다. 글 뿐이라면, 내 멋대로 상상해버렸을 텐데, 그림은 그런 여지를 없앤다. 동적이지는 않지만, 그 당시 유럽사람들이 상상했을 법한 모습으로 돈키호테와 그 모험을 내게 보여주었다. 무모한 도전의 이미지여서 나름 씩씩하고 용감하게 내 안에서 윤색되었던 이미지는 책과 그림을 거쳐 '무모할 수밖에 없는' 그의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슬프고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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