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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이렇다. 간결하게 딱 필요한 만큼을 쓰고, 나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런 글. 진심이 묻어나는 단문,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나는 내가 글을 쓸 때 더 이상 길게 쓸 수 없는 것이 나의 성품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는 동안 '아, 난 쓸 말이 없었던 거구나' 깨달았다. 군더더기 없는 글은 감동적이다. 젊은 날의 여행경험을 듣는 것과 오래 살아 겪은 일도 많은 사람의 여행에 대해 듣는 게 또 얼마나 다른지 깨달았다. 어디에도 친구가 있고, 역사 속의 인물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숭배하게 되는 마음도 알 것 같고. 소를 몰아 밭을 가는 늙은 농부의 악의없는 헐뜯음도, 산골 작은 학교의 선망도 아주 가깝고 싱싱하게 다가왔다.
나 사실 편견이 있었다. 쾌도난담의 김훈은 뻔뻔한 마초 아저씨 같아서 그의 책은 읽지 않으리라 하기도 했나보다. 그런데, 한겨레의 기자가 되고, 발전노조 파업에 대한 기사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의 편견은 차라리 솔직한 투명때문에 생긴 거였다. 물론 책의 활자가 좀 더 작거나, 혹은 줄간격이 좀 더 조밀하거나, 용지가 덜 빳빳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글을 더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지만, 그 글의 좋은 냄새보다 포장의 뻣뻣함에 질려버릴까 겁이 나니까,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