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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여성들 - 늑대를 타고 달리는
막달레나의 집 엮음 / 삼인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원래 복잡한 문제였다. 성매매란 것은, 성산업이란 것은. 그런데도 이 복잡함은 역시 버겁다. 화마가 쓸고 간 자리에서 반쯤 타버린 일기장이 나오기를 벌써 몇 번째, 그 자리의 여성들은 갇혀있는 희생양이다. 명백히 사라져야 할 매춘과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의 대결구도를 책 속에서 찾을 수 없다. 그 지역으로 걸어들어가기로 결심한 연구자들처럼 책을 읽는 나도 당황한다. 내가 갇힌 이미지- 살아있을 때는 음탕하였다가 죽은 다음에는 창살에 갇힌 피해자가 되는 모순 같은 것-들이 깨어진다.
선량한 얼굴을 하고서는 매매춘여성에게는 바가지를 씌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는 얼마나 다른가, '왜'를 연발하는 연구자와는 또 얼마나 다른가. 필리핀 여성이 카톨릭교도인 자신을 어떻게 납득시키면서 클럽에 일하는지, 그녀가 얻는 가족내 권력은 또 어떻게 기형적인지, 문제는 명료해지지 않고 더 복잡해진다. 아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은 여기에서 출발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조각난 모습으로 아니라, 이상하게 변덕스럽고, 또 그럴 수도 있는 모습들을 보려고 마음먹는 것. 내가 복잡해지는 걸 버티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