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에 딸아이가 보는 '놀라운 맞춤법 파괴 상황'을 정정해주고 그 저녁에 놀라운토요일을 보았다.

받아쓰기,하는 걸 보고 있자니 참 신기한 기분이 된다. 

사람은 듣고, 머릿 속에서 자신의 지식 안에서 정리한다. 들었더라도,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 그 말의 발화 상황과 어긋나면, 들은 걸 기억하지도 못하고 가끔은 아닐 거라고 단정한다. 

김세정의 밤산책을 받아쓰기,하는 2라운드에서, 키는 김동현이 특별히 솔직하니까 이렇게 풀리는 구나,라고 말하면서 김동현이 들은 '이억받고'에서 '이어폰'을 유추해낸다. 

아는 게 많거나, 그런 것들에 사로잡히면, 밤에 산책을 나가는 기분에 대한 노래를 들으면서 '이억받고'처럼 들렸어도, 그렇게 쓰지 못한다. 

들리는 대로 쓴다, 쉬운 말처럼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보이는 대로 본다, 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감각하는 모든 것은, 내 머릿속의 내 경험 안에서 정렬되고 선택되고 밖으로 나온다. 내 경험의 한계만큼, 내가 가지는 사고의 한계만큼 제약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작은 언제나 담백하게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의 묘사여야 하는데 너무 많이 알거나, 너무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에 의심을 가지고, 그대로 우선 받아들인 다음, 그런 다음에 같이 이야기나눠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답이 분명히 있는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정답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서로를 오해하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해 준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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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초3 딸과 아빠의 대화가 이상했다. 

"반려자가 뭐야"

"아빠한테 엄마같이 인생을 같이 가는 사람이야"

뭐 이상할 게 없는 대화인데, 남편이 아이가 보고 있는 폰을 안경까지 밀어올리면서 보고, 

"그런데 그건 그게 아니라, 반반 나눈다, 할 때 반에 려,라고 쓰는 거야."

라고 까지 하는 거다. 

옆에서 듣기에는 아무 문제 없는 대화이기는 한데, 실상 초3 딸은 공포의 맞춤법 모음캡처화면(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strange&No=4344955 -이건 아니고 폰 화면 하나에 가득차는 신기한 거였는데 못 찾았다) 보면서 말하는 거라. 발여자를 보면서 발려자라고 읽으면서 묻는데, 듣는 나나 남편은 '발려자'를 듣고 '반려자'를 생각하는 거였다. 

안 되겠다, 싶어서 내가 이건 다 맞춤법 잘 못 쓴 거니까, 제대로 써 줄게, 하고 써주려고 폰을 가져왔다. 그런데, 딸래미가 하는 짓을 내가 하고 있었다. 

덮집회의,를 보면서 아무래도 모르겠어서 남편에게 물어볼려고 소리를 내면 그 때 겨우 알게된다. 괴자번호,를 보면서도, 순합공간을 보면서도 그랬다. 그러면 엄청 웃겨서 안 웃을 수가 없었다. 

겨우 겨우, 그 틀린 맞춤법의 바른 맞춤법을 뒤죽박죽 써서 줬다. 46개나 되는데, 딱 하나는 설명하기부끄러워서 안 써 줬다.

글자를 볼 때 머릿 속으로 어떻게 소리가 날 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소리가 나는 건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은 지경이라, 놀라기도 했다. 

한글이 소리나는 대로 쓰는 소리글자라고 해도, 그 많은 말들은 한자에서 왔기 때문에 소리나는 대로 쓰면 이상해진다. 그러니까 소리는 가오캥이,라고 들려도, 머릿 속에서는 다시 가혹행위,로 정렬을 해야 의미를 알게 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가 회자정리,를 알아보겠다고 무수히 많은 말들을 검색하는 그 순간(https://blog.naver.com/tvntea/222295409940) 같은 거지. 

이렇게 소리난다는 게 재밌고, 소리나는 데로 이렇게 적는다는 게 재밌고, 아이랑 이렇게 낄낄대면서 이야기한다는 게 재밌었다. 

한자어가 많고, 오래되서 이제는 안 쓰는 말-외양간, 오라, 같은 말들-, 영어도 있다. 잘못 들을 수도 잘못 쓸 수도 있는 말들인데, 이렇게 소리나고 소리나는 대로 이렇게도 쓸 수 있어서 웃겼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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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iXAvkmaut5g&t=16s

미혼의 여성이 이 유튜브를 들어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글을 보았다. 이 유튜브의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상한 겁니다'와 초반 앞에 따 놓은 어그로 그대로 '그런 사람은 아이큐가 두 자리'라고. 아이가 셋인 나는 우선은 화가 많이 나서, 퇴근하는 차에서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남편이 그렇게 건너 들은 이야기는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되고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 확인했다. 


왜 이렇게 말하는 걸까? 


나는, 아빠가 '나는 되는 사람만 찍어'라고 말했을 때 믿었다. 

선거 다음날 누구를 찍었냐고 물으면 아빠는 언제나 저렇게 대답했다. 

그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나는 한참 후에나 알았다. 

무서운 시대였고, 정치적 입장은 숨겨야 했다는 걸, 아주 나중에야 알아차렸다. 


나는, 주토피아,를 보고도 역시 왜 어른들은 이렇게 말할까, 의구심을 가졌었다. 

(쥬디의 부모가 자신의 직업(농업)을 묘사하는 방식에 뜨악해하고, -요새는 내가 너무 곧이 곧대로 듣는 성정이 문제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더 그렇지 않나요? 그러니까 그게 시니컬한 농담인 건가, 싶기도 하지만- https://blog.aladin.co.kr/hahayo/8604003 )

사람들은 순정하게 말하는 방식을 잊은 걸까. 


이런 나조차도, 아이를 막 키우기 시작했을 때,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나 어렸을 때 상처받았어요'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 때 내가 쓴 반어법은 음, 기억나지 않는다. 잘못을 한 아이에게 잘했다,고 했던가. 


나는 이야기,라는 것이 가지는 미묘한 왜곡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오즈의 마법사'는 '돌아갈 집에 대한 예찬'이지만, 뇌리에 남는 노래는 '오버 더 레인보우'고, '겨울왕국'은 사랑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또 뇌리에 남는 노래는 '렛잇고'같은 거다. 집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 영화에서 '저기 무지개 너머에는 아름다운 것이 있을 거야,라는 노래가 남고, 사랑이 가장 힘이 세다고 말하는 영화에서 '가족을 내팽개치고 떠나는 노래'가 남는 거다. 

교수님은 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에 했고, 그게 전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결국 전해지지 않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역시, 나의 곧이 곧대로 듣는 성정이 문제인 건가. 


순정한 말들은 연약해서, 부끄럽고 깨지기 쉬워서 그런 걸까. 나의 부모가 나에게 했던 대답 같은 거였을까. 

상대가 더 잘 받아들일 만한 말들로 문을 열어야 상대가 듣기 시작하게 할 수 있어서 그런 걸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으니 그런 거였을까. 듣기 좋게 말하는 걸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담백하고 정직하게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내 말은 내 뜻은 전해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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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루나 +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 옛날 옛적 판교에서 + 책이 된 남자 + 신께서는 아이들 + 후루룩 쩝접 맛있는
서윤빈 외 지음 / 허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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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으로 받아서 읽었다. 순서대로 읽으려다가 관심이 가는 대로 목차에서 골라 읽었다. 

루나를 읽고, 후루룩 쩝쩝 맛있는,을 읽고, 책이 된 남자,를 읽은 다음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순으로 읽었다. 후루룩 쩝쩝 맛있는,까지는 작가의 말까지 읽었는데, 다음에는 뭐 굳이,라면서 읽지 않았다. 이렇게 다 읽었다고 김보영님 심사평을 읽었는데, 안 읽은 소설 이야기가 있는 거다. 뭐지 싶어서 다시 목차를 보고, 인터넷 서점에서 책 검색해서는 그 쯤 되는 페이지를 열어서 겨우 '신께서는 아이들을'을 읽었다.- 이북 목차에 빠졌다고 백자평에 올리고 나서, 알라딘 고객센터에서 출판사에 연락해서 수정해주셨다. 지금은 목차에 나오더라. 알라딘에서 받아 본 이북이 아닌데-_-;;; 무척 감사했다.- 나의 질문은 아닌 이야기들이었다.


루나,는 설정 자체가 신기했다. 바닷 속의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와 같은 묘사로 우주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공동체에 대해 묘사한다. 


후루룩 쩝쩝 맛있는,은 인간이 동물을 먹는 것의 역지사지 같이, 외계생명체가 인간을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무언가 그런 이야기기는 했지만, 뭔가 개그처럼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읽고는, 작가의 말에 빈정이 상해서 다음부터는 작가의 말을 설렁설렁 읽었다. 


책이 된 남자,는 배경도 이야기도 여기는 아니다. 이야기는 두 가지 층위에서 굴러간다. 중세의 책 사냥꾼이 수도원에서 책을 필사하고, 그 책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뇌가 절편처럼 썰려서는 책 속에 갇힌 남자와 책을 통해 대화하면서 그 남자가 책이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전개된다. 테드 창의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생각이 많이 났다. 아예 모르는 세상 이야기라, 옛날 이야기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블랙박스와의 인터뷰,는 전뇌화라는 설정으로 우주 식민지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의 인간은 이렇게까지 죽음이나 이별을 견디지 못할 것인가, 생각했다. 나는 인간이란 전인적 존재를  믿고 있어서 전뇌화한 존재들에 대한 묘사가 싫다. 뇌만이 살아있으면 나란 존재는 살아있다는 식의 어떤 묘사, 유심칩을 갈아끼우 듯이, 온 몸을 대체하는 미래가 무언가 싫어서 계속 화를 내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는 어디에 있는가, 싶은 이런 기술의 개발들은 누구에게 필요한가,라고 질문하기도 한다.


옛날옛적 판교에서는,은 뭐지 싶다. 


신께서는 아이들을,에 대해서도 뭐지, 싶었다. 작가의 말을 스치듯이 읽고는 아마도, 아이들에게는 심판이 기다리는 어른들의 저승말고 다른 저승을 주고 싶었나보다, 생각했다. 과학소설이라기 보다 환상소설이고 나는 무언가 내가 공격받는 인상을 받는다.  


내가 이야기의 쓸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마음 속에 품은 질문은 뭔지 열심히 찾는 사람이라서, 모든 이야기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어, 에 더하여 특별히 내가 싫어하는 주제들이라 그랬다. 블랙박스와의 인터뷰,나 후루룩 쩝쩝 맛있는,은 잘 읽히고 주제가 뭔지도 알겠는데 싫은 이야기였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영생을 추구하는 것은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후루룩 쩝쩝 맛있는,은 이야기에서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작가의 말이 노골적이라 싫었다. 그 이야기는 우주 유머 같았다. 혈관만 교체해주겠다는 꽤 괜찮은 조건이 아닌가, 좀 키들거렸었거든. 그런데, 작가는 동물권에 대해서 말하면서 바꾸자고 덧붙였다. 아, 이야기는 그런 인상을 주지 않는데, 자신은 그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왜 쓰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영생,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왜 나는 '책이 된 남자'에는 싫다는 감상이 덜할까 생각했다. 아마도 후회에 대한 말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배경이 이국적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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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루나 +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 옛날 옛적 판교에서 + 책이 된 남자 + 신께서는 아이들 + 후루룩 쩝접 맛있는
서윤빈 외 지음 / 허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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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목차에 신께서는 아이들을,이 빠져 있었습니다. 관심가는데로 목차를 클릭해서 다 읽었다고 생각하고, 심사평을 읽는데 내가 하나 빠뜨린 걸 뒤늦게 알고, 겨우 페이지를 밀어서 읽었습니다. 어디에다 말해야 할 지 몰라서 여기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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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22-06-17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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