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에 딸아이가 보는 '놀라운 맞춤법 파괴 상황'을 정정해주고 그 저녁에 놀라운토요일을 보았다.

받아쓰기,하는 걸 보고 있자니 참 신기한 기분이 된다. 

사람은 듣고, 머릿 속에서 자신의 지식 안에서 정리한다. 들었더라도,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 그 말의 발화 상황과 어긋나면, 들은 걸 기억하지도 못하고 가끔은 아닐 거라고 단정한다. 

김세정의 밤산책을 받아쓰기,하는 2라운드에서, 키는 김동현이 특별히 솔직하니까 이렇게 풀리는 구나,라고 말하면서 김동현이 들은 '이억받고'에서 '이어폰'을 유추해낸다. 

아는 게 많거나, 그런 것들에 사로잡히면, 밤에 산책을 나가는 기분에 대한 노래를 들으면서 '이억받고'처럼 들렸어도, 그렇게 쓰지 못한다. 

들리는 대로 쓴다, 쉬운 말처럼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보이는 대로 본다, 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감각하는 모든 것은, 내 머릿속의 내 경험 안에서 정렬되고 선택되고 밖으로 나온다. 내 경험의 한계만큼, 내가 가지는 사고의 한계만큼 제약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작은 언제나 담백하게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의 묘사여야 하는데 너무 많이 알거나, 너무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에 의심을 가지고, 그대로 우선 받아들인 다음, 그런 다음에 같이 이야기나눠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답이 분명히 있는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정답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서로를 오해하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해 준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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