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바다 건너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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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응모한지도 몰랐던 이벤트에 걸려서, 어느날 우편함에 이 책이 있었다.

나무바다,라는 제목에 그림으로 그려진 나무바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는 궁금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판타스틱의 이벤트에 걸린 거니까, 어떤 판타스틱한 이야기인지 궁금했거든.

주인공은 늙수그레한 작은 마을의 경찰서장이고, 어느날 자신에게 닥친 이상한 일들을 설명할 수 없다. 흔들리는 핸드헬드로 찍었다는 공포영화마냥, 주인공의 관점에서 이 상황은 해독불가다. 젊은 어떤 날이었다면 심령 미스터리 물일 수도 있고, 공포물일 수도 있었을 이야기는, 이 중년의 남자에게는 뒤죽박죽 소동극이다. 결말은 슬프지만, 자신이 바랐다는 면에서 역시 소동극.

시간을 건너뛰기도 하고, 인생이 뒤죽박죽 엉키기도 하지만, 원인도 결과도 알지 못한다. 사람이 전 우주를 품는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작은 동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벗어나지 않지만 그대로도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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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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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쓰고 맛도 없는데, 왜들 그렇게 죽자고 먹는 거야. 하는 이야기란, 하릴없이 뱅뱅도는 이야기, 즐겁지도 않은 이야기, 무에가 그리 즐거운 거야.

이런 내가 이 책을 산 건, 오히려 '노다메 칸타빌레'가 재밌다길래, 그건 너무 길길래, 간 보느라고 한 짓이다.

어떤 면에서는 나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분개하는데.

분개하는 것은, '음주가무 연구소'가 아니라, 끝에 보너스로 붙은 회사 이야기이다. 음주가무 연구소가 매회 다른 음주로, 바보같고 부끄러운 짓을 한 데 대한 묘사와 회개라면,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회사이야기는 '술 잘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해'라는 이야기라서 그런 거다. 아니면, 내가 술을 싫어하는 회사원이라서, 만화가 이야기인 음주가무연구소는 '구경'하면서, 회사이야기에는 분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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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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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에게 여행기를 권했다가 혹평을 들었다. 나의 평은 나름 재미있어, 였지만, 동생은 단호하고 명쾌하게 '여행은 하는 게 더 재미있지'라고 말했다. 그런가.

그렇지만, 이 책은 또 다르지 않을까. 이건 투덜이 아저씨의 유럽 여행기인데, 여행은 그저 하나의 계기일 뿐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의 전 우주에 걸쳐있다. 사실, 나는 그래서, 여행기를 본다.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서의 어리버리함을 좋아한다는 이 분은 그래서 여행작가고, 나는 붙박이 가구가 되는 거겠지만, 이 아저씨의 여행은 나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빠르게 도시들을 질러 이동하면서, 도시에서 산책을 하는 이 아저씨에게는 '내가 거길 가봤어', '나는 거기서 따뜻한 우정을 나누었네'라는 허세가 없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그 풍경을 당신도 보아야 해,라는 묘한 냄새도 없다.역 앞에 팔을 끄는 사람에게 끌려 하룻밤의 숙박을 정해 가면서, '결국 나는 이렇게 죽을 거야' 심난해 하는.

바보같아도 가리는 법 없고, 멍청해 보여도 상관 없다. 덕분에 하고 싶은 말도 가리지 않는다. 이 아저씨가 유럽의 많은 나라들 가로질러 이런 저런 민족성을 주워섬길 때, 그건 흉이 아니라, 미덕 같다. 어느 나라 특유의 불친절, 어느 나라 특유의 거만함, 어느 나라 특유의 무질서, 그걸 다 좋아한다는 게 전해진다. 같아져버린 풍경에 맘이 상하고, 어느 날은 불편을 바라다가, 어느 날은 쾌적을 바라는 자신의 변덕조차 모두 드러나는 그래서 여행이지 싶은 거다.

남의 멍청함에 떼굴떼굴 구르는 건 인지상정. 여행기라서 보는 게 아니라, 여행 시트콤이라서 나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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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맘 2011-09-0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 앞에 팔을 끄는 사람에게 끌려 하룻밤의 숙박을 정해 가면서, '결국 나는 이렇게 죽을 거야' 심난해 하는. ->이거 딱 저의 경험담이네요...하하. 로마 테르미니 역에 내려서 호객행위를 하는 조선족 부부 손에 어리버리 끌려가며 "이대로 나는 어딘가 팔려가는 게 아닐까"하고 두려워했던 그 순간이 저절로 기억나는걸요.... 저도 한 번 읽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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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선물해서 이미 내게 없는데 가끔 아쉽게 생각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질질 울고 있을 때, 남편이 물었다. "제목이 뭐 이래"

"응, 그게"

이건 소년의 일기를 소녀가 보는 이야기이다. 소년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하고, 소년은 그렇게 어느 날 죽은 뒤이다. 소년은 일기에 그렇게 쓰고, 내일 죽을 사람처럼 오늘을 산다. 소년의 태도를 설명했더니, 남편은 "야, 거 참, 젊은 놈이 벌써 그걸 깨달았단 말야."

소년은 죽었는데, 사는 동안 행복했을 것이다. 꿈도 있고, 좋아하던 여자애도 있고-비록 차였지만-, 죽이 맞는 친구도 있고, 늘 무서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던 오토바이로 정말 날듯이 달려도 봤고.

쉽지 않다. 그런 삶의 태도. 현실의 순간 순간을 우리는 미래에 내어준다. 결코 오지 않을 내일의 성공, 부, 행복? 때문이라고 자기자신을 설득해서, 오늘의 행복, 꿈, 사랑을 무시한다.

아, 나는 행복하고 싶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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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지음, 조승연 그림 / 삼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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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게 없다. 이건 내가 이런 주제들에 귀기울여왔단 뜻인가, 별로 그렇지도 않은 거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건 이런 거. 우리나라 범죄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 공시된 집 가격이 가장 싼 동네는 경북 울진.

나의 구매목록에 신랑이 추가해달래서 산 책이다. 내가 무슨 큰 기대를 한 건 아닌데, '미녀들의 수다'보다 더 참신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제에 집중한 매끈한 글맵시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쪽글들이 책 한권으로 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한 글 내에서 주제도 가끔 흐트러지고, '찜질방과 때밀이'는 무슨 이유로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말 우리나라를 텍스트로 찍어둘려고 하는 것인지. 이게 인권의 측면에서 무슨 문제가 되는 것인지.

의문은 이런 것, '정말 '인권'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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