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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자들의 테러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5월
평점 :
친구가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면서 권했다. 브래디 마카코의 '아이들의 계급투쟁'에서 어떤 일본인 특유의 나약함이 느껴졌었던 나는(https://blog.aladin.co.kr/hahayo/11475164), 살짝 꺼려지는 마음이 있었다.
책은 세 명의 여자를 엮었다. 일본의 가네코 후미코, 에밀리 데이비슨, 마거릿 스키니더. 저자인 브래디 마카코는 영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여성이다. 가네코 후미코가 천황제에 저항했던 여성이라면, 에밀리 데이비슨은 여성참정권을 주장했던 급진 서프러제트였고, 마거릿 스키니더는 아일랜드 독립무장투쟁을 했던 여성이다. 나는 이 여성들이 가지는 마음들, 저항하는 마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이들의 강함이 지금 유효한 것인지 생각한다. 지금도 그런 목숨을 건 저항의 서사를 쓰고 싶어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여기를 가부장제의 폭압이 존재하는 곳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을 안다. 그렇지만, 정말 그러한가. 그럼 가부장제의 폭압을 깨뜨리기 위해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서 나는 뾰족하고도 강경한 대답을 찾지 못한다. 독립도 했고, 천황따위는 없고, 여성에게 참정권도 있고, 호주제도 폐지된 여기에서 이제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지경이라서, 책 속의 심장을 끓어오르게 하는 서사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유효한가, 질문하면서 나는 어떤 여성을 강하다고 생각하는지 생각했다.
내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한국인의 밥상'을 볼 때마다 만난다. 저것도 먹어, 싶은 풀들로 반찬을 만드는 어머니들,을 나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서 버티고 키워내는 사람들을 강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으로라도 먹이기 위해 어쩌면 비굴을 감당하는 사람이 나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아 전하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 악착같이 먹이는 사람을 나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강경한 자아가 존재했던 자리에,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공존하기 위한 태도가 남는다. 살아남는 일, 살아내는 일, 무엇보다 어렵지 않나? 그 자체로 강한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