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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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안철수 교수의 도움을 받지 못한 사람은 없다.

특히나 컴퓨터 보안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었던 시절에 그가 만들어낸 백신은

우리나라가 지금 인터넷 세계 최강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그의 대선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다보니 나도 관심이 갔다.

내가 아는 안철수는 의사와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교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정치나 사회, 국방, 외교, 복지, 경제 등 국가를 운영할 능력과 생각이 있는가?

그가 경험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경험의 스펙트럼이 좁은데 어떨까?

과연 그가 대선에 나온다고 했을 때 나는 그를 진정으로 지원해 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안철수의 '생각'은 나의 속마음을 그대로 대변해준다.

요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그대로 내 생각이다.

내가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직접적으로 뛰어들지 못했던 문제들,

그 문제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입으로 말할 수 없어서 느꼈던 답답함과 속상함.

이런 부분들을 속 시원히 긁어서 안철수 교수의 입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정치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서 용기있게 말할 수 있는 것.

그러니 이제 나는 그에게 내가 가진 힘을, 아주 작은 힘을 기끼어 보태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정치 경험이 없다고 불안한가?

그의 말대로 '나쁜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다. 100% 공감한다.

솔직히 나는 이 시대의 정치인들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과의 싱크로율이 채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내가 그들의 자식이라면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에게 부모의 직업을 알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인들의 행동, 그들이 국민에게 보여준 치부들은 안교수에게 오히려 차별점이 된다.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의 깊이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 노동, 외교, 교육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안교수의 사색은 깊기만 하다.

나같은 소시민들은 오늘의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전부이고 그것도 대단하지만

정치인이라면 그럼 문제의식에 자신만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위한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과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어떤 대책들 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들이다.

그러니 나는 이제 어떤 정치인 보다 안교수의 비전을 믿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책이 발간되고 나서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 책을 통해 안교수는 출마선언을 한 것이 아닌데도 언론은 출마선언인양 부풀리고 있다.

안교수는 이 책을 통해 생각을 나누기를 바라는데 언론은 그의 생각에 태클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

답답하다. 왜 우리 사회는, 우리의 언론은, 우리의 정치권은 그의 생각에 동참하려 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의 이익이나 정당의 이익을 벗어나 화합고 소통과 생각의 교류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제 안교수가 먼저 화두를 던졌는데 왜 그에 대한 답을 하려 하지않고 자신들을 변명하기에 급급한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난 안교수의 출마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의 경력이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과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그의 경험과 그의 능력에 대한 우려를 모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이제는 그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죽은 표'가 된다고 하더라고 말이다.

이제는 나는 그의 출마선언을 눈이 빠지게 기다릴 것이다. 나는 그를 지지할 준비가 되었다.

내가 선택했던 유일한 대통령 '노통'의 실패를 지켜 보았기에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내가 '노통'에게 걸었던 기대를 안교수를 통해 다시한번 희망해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안철수 교수의 출마 여부를 떠나서 꼭 한번 읽어보고 생각을 나눌 필요가 있는 책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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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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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이름이 쉽게 기억되는 이름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독일 작가의 이름을 내 머리속에 각인시킨 작품들은

[백설공중에게 죽음을], [너무 친한 친구들], [바람을 뿌리는 자]로 구성된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불리는 소설들이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총 5편의 시리즈가 나왔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4권이 번역되어 나왔다.

가장 최근작인 [바람을 뿌리는 자]를 읽은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하는 [사랑받지 못한 여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답게 시리즈의 주인공인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만남을 그린다.

이후의 시리즈에서 증명되었듯이 그들의 관계는 동료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아직 그 무언가의 감정까지는 발전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첫 사건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둘 다 뛰어난 형사지만 다소 감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서로 닮아 있는 두 형사는

한 사람이 흔들릴 때 다른 사람이 잡아 주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이 소설에서는 아직은 탐색전의 모습을 띠지만 서서히 믿음을 키워간다.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머리속에 각인해 주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있는데

시리즈의 처음이라서 지금까지 내가 구축한 모습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신선했다.

 

이번 사건도 여전히 인간의 잘못된 욕망이 부르는 파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으며 최고의 미모를 가졌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여자, 이사벨.

스스로가 한 이기적이고 허영 가득한 행동들이 그녀를 사랑받지 못한 여자로 만들고

결국은 자기 자신도 의도하지 않았던 거대한 범죄의 중심에 서고 죽임을 당하는 여자.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 피해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쌍하다는 감정을 지니게 되는데

이 사건의 피해자 이사벨은 소설 속의 중심인물이면서도 독자에게 동정마저 받지 못한다.

그녀의 허영이나 이기심이 어떤 상처에서 나온 것도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설들을 읽으면서 피해자가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은 소설을 처음이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사건의 스케일은 커져만 간다.

주식거래상의 사기범죄, 경주마를 둘러싼 사기, 협박, 가정폭력, 국제적 인신매매까지.

그 범위가 너무 커져서 도대체 어떻게 사건을 닫을 계획인지 심히 궁금하게 만들더니

결국 사건의 진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드러나게 된다.

성동격서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나는 전략이다. 변죽만 올리고 결국 뒤통수를 치는 방식이다.

다소 어이없기도 하지만 작가가 꽤나 영리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리즈의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뒤에 나오는 시리즈들과의 연결고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또한 작가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의 다른 소설들 보다 훨씬 더 쉽고 직선적인 전개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읽힌다.

다른 타우누스 시리즈는 분량도 많고 이야기의 흐름도 여러 갈래고 갈라졌다 뭉치기를 반복하는데

이 작품은 사건과 등장인물들에 대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직선적인 전개를 택하고 있다.

중간 중간 피아와 보텐슈타인이라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잠깐씩 샛길로 빠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직선적이어서 사건을 재구성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서 쉽다.

복잡한 전개과 인물의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주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역시 쉽고 직선적인 전개가 주는 소설적 재미가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른 타우누스 시리즈 어느 것과 비교해서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소설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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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 한계에 도전한 인간 승리의 역사
기영노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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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 올림픽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가 4년마다 스포츠로 하나가 되는 지구촌 축제가 다시 찾아왔다.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화려한 플레이와 놀라운 기록에 있지 않다.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의 바탕에는 그 속에 담긴 선수들의 땀과 인생이 깔려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떤 선수가 어떤 이야기로 감동을 전해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올림픽 시즌을 맞이하여 올림픽 뿐만 아니라 스포츠 세상의 불멸의 기록을 전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기록표안에 몇가지 숫자로 보여지는 기록속에 담긴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재능이 뛰어나서 세울 수 있는 기록도 있고 열정과 성실함이 있어야 세울 수 있는 기록도 있다.

이 모든 기록들의 공통점은 타고난 재능과 뜨거운 열정이 빚어낸 인간 승리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스포츠의 감동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망각의 경계선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스포츠에는 기록이 존재한다. 기록은 그 스포츠의 역사이며 감동을 되살려 주는 장치이다.

우리가 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경기에서 받았던 감동의 순간은 기록을 매개로 되살아 난다.

이 책은 프로 스포츠와 올림픽을 대변되는 아마추어 스포츠의 기록들 중에서도

앞으로 깨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 불멸의 기록들을 하나씩 꺼내어서

그 기록들에 담긴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기억속에 잠긴 감동과 전율을 되살려 준다.

기록 하나 하나가 돈이 되고 즉시 전력이 되기 때문에 수많은 기록이 정리되어 있는 프로스포츠는 물론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 대회가 주축이 된 아마추어 스포츠의 불멸의 기록들을 정리해 주고 있다.

지금도 내가 열광하고 있는 프로야구나 프로 농구의 전설적인 스타플레이어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내가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기록으로 위대함을 증명하는 말 그대로 전설이 된 선수들의 이야기도 있고

이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말도 안되는 기록을 세운 선수들의 이야기도 있다.

56경기 연속안타의 조 디마지오, 통산 511승의 사이영, 통산 1281골의 펠레, 농구 한경기 100득점의 체임벌린,

최초로 100m를 9초대에 달렸던 칼 루이스, 기록 만큼이라 화려했던 그리피스 조이너,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

체조에서 처음으로 만점을 기록한 코마네치, 몸무게의 3배를 들어올렸던 슐라이마눌루 등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내가 알고 있던 내용도 있고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도 있다. 나의 상식을 넓혀 준 고마운 책이다.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제대로 된 올림픽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 한권이면 어느 누구에게도 스포츠에 대한 지식으로 뒤지지 않을 정도의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전율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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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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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강한 흡입력을 지닌 작가를 난 왜 이제야 만났을까?

김영하라는 작가의 이름을 처음으로 들었던 소설이 [퀴즈쇼]였다.

그 때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인 비카스스와루프의 [Q&A]를 읽고 있었다.

워낙에 재미있었던 소설이었기 때문에 '퀴즈'를 소재로 한 다른 소설은 보지도 않았다.

김영하 작가의 [퀴즈쇼]가 실제로 퀴즈를 소재로 하는지는 알 지 못한다.

그런데 그 당시의 선입견으로 인해 이렇게 멋진 작가를 만나는 시간이 늦어지고 말았다.

처음 책을 펴는 순간부터 책을 놓는 순간까지 이렇게 강하게 사람을 끄는 작가라니...

너무도 강렬한 첫인상 때문에 당분간 그의 소설들을 순례하게 될 것 같다.

 

이 소설은 2명의 고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나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선천적인 고아 제이와

아버지의 소홀과 어머니의 부정, 부모의 이혼과 재혼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한 고아 동규.

어릴 때 말을 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던 동규를 대신해서 세상과 소통해 주었던 제이.

이런 저런 일들에 휘말려 삶의 나락으로 떨어져야 했던 제이의 불행했던 삶과

스스로 집을 나오기 전에는 나름대로 평탄한 삶을 살아갔던 동규의 엇갈림과 재회.

그들이 함께 했던 폭주의 삶과 마지막의 비극적인 결말까지 쉴새없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우리의 아프고 비겁한 속살에 거침없이 소금을 뿌려댄다.

제이의 삶을 따라가며 가출 청소년들의 삶을 과격하고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모두들 알고 있으면서 영황에서 나오는 얘기, 우리 아이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외면했던 삶을.

'가출 청소년'이라는 이름의 장막으로 가려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 했던 우리의 비겁한 변명들을.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자제라는 브레이크를 부수고 거침없이 드러내는 우리 모두의 비겁함이 아프다.

우리는 과연 그 아이들에게 어떤 시선을 던지고 있는가?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작가가 가출 청소년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책임의식을 자극하려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뻔히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거나 알고 싶지 않다고 거부했던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제는 사회문제에 대한 각성이 아니라 제이와 동규가 보여주는 슬픔의 감정이다.

미친듯이 달리며 세상을 부정하는 아이들의 폭주속에 숨어있는 아이들의 외로움과 슬픔이다.

그들은 존재하는데 세상이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데서 오는 외로움과 분노와 서러움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어떤 슬픔도 강요하지 않지만 달리는 오토바이 속에서 슬픔이 보인다.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져 온다. 제이의 외로움이, 서러움이, 분노가 그대로 내것이 된다.

과연 제이는 하늘로 승천한 것일까? 아니면 세상 어딘가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시작도 끝도 없었던 한 고아의 삶을 통해서 눈물이 나오지 않는 슬픔의 감정을 전한다.

파격적이고 적나라한 폭로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가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강한 흡입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가만두지 않는다. 대단한 소설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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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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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부의 가상의 섬 '솔론'제도에서 영주가 살해된다.

동방에서 찾아온 기사 '팔크 비츠존'과 그의 종사 '니콜라'.

영주의 딸 아미나의 부탁으로 영주 살해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스토리를 보면 완전한 추리 소설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영주가 살해된 장소는 천혜의 방어막인 거센 바다가 지키는 섬.

섬 전체가 거대한 밀실이 되는 밀실 살인사건의 형태를 띤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거기에 몇가지 조건이 추가된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세계에서는 마술과 마법이 통한다는 조건이다.

팔크의 말에 따르면 영주를 죽인 범인은 암살기사의 마술에 걸린 '미니온'이다.

즉, 실제로 살인을 지시한 사람과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다르다는 조건.

거기에 살인을 저지른 '미니온'은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가장 논리적이어야 하는 추리소설에 가장 비논리적인 마술을 결합했다.

과연 이 결합이 가능할까? 의심이 가지만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로 탄생시켰다.

처음 접하는 일본작가인데 이렇게 푹 빠져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 한 권의 책으로 나를 매료시킨 작가는 오래간만에 만난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봐야 겠다는 강한 호기심이 생기게 만든다.

 

작가 후기에서 스스로 말했듯이 이 작가는 독자와의 지적유희를 즐긴다는 느낌이다.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거대한 밀실의 섬, 살인자가 가진 비이성적인 마술.

살인자의 미니온이 될 수 있는 인물의 제한, 사건 이외의 변수들 등의 조건들을.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디 한번 맞춰보라고 도전장을 던진다. 수수께기를 풀어보라고.

난 그 수수께기 풀이에 기꺼이 동참하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추리소설을 나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기에 중간 쯤에 범인의 정체를 눈치채지만

결국 작가가 숨기고 있는 반전의 사연을 추리해 나가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듯 작가는 독자와의 수수께끼 놀이를 하듯 소설을 써 나가고 있다.

 

솔론을 지키기 위해 불려온 특출한 능력을 갖춘 용병들과

솔론과의 묵은 원한을 갚기 위한 저주받은 데안인들 사이의 전투는 또다른 재미이다.

추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솔론과 데안인들 사이의 갈등과 싸움을 생생히 그려낸다.

전쟁소설이나 액션이 많이 들어간 소설을 써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게다가 솔론과 데안인들 사이의 원한에 대한 사연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거기에는 한 인간의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이 부른 욕심이 있고 욕심이 부른 원한이 있다.

그것은 또한 인간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각 용병들의 이야기는 또다른 축을 이룬다.

각자가 가진 특출한 기술들은 판타지적인 측면을 더욱 강하게 부각시키고

각자가 가진 사연과 그들의 행동은 추리소설적인 측면에 단단한 논리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처럼 이 소설도 마지막에 가서야 모든 단서를 하나의 논리로 꿰어 맞추는데

그런 논리의 조합에서 각 용병들의 기술과 행동과 사연들은 씨줄과 날줄의 역할을 한다.

단 이틀간의 추적과 전투에서 흘린 그들의 작은 행동들이 단서가 되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용병들은 하나 하나가 사건의 단서가 되고 판타지의 소재가 된다. 참으로 교묘한 전략이다.

 

판타지와 추리의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렇게 멋진 소설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판타지도 좋아하고 추리소설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대박인 소설이다.

판타지와 추리에 열광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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