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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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이름이 쉽게 기억되는 이름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독일 작가의 이름을 내 머리속에 각인시킨 작품들은

[백설공중에게 죽음을], [너무 친한 친구들], [바람을 뿌리는 자]로 구성된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불리는 소설들이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총 5편의 시리즈가 나왔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4권이 번역되어 나왔다.

가장 최근작인 [바람을 뿌리는 자]를 읽은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하는 [사랑받지 못한 여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답게 시리즈의 주인공인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만남을 그린다.

이후의 시리즈에서 증명되었듯이 그들의 관계는 동료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아직 그 무언가의 감정까지는 발전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첫 사건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둘 다 뛰어난 형사지만 다소 감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서로 닮아 있는 두 형사는

한 사람이 흔들릴 때 다른 사람이 잡아 주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이 소설에서는 아직은 탐색전의 모습을 띠지만 서서히 믿음을 키워간다.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머리속에 각인해 주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있는데

시리즈의 처음이라서 지금까지 내가 구축한 모습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신선했다.

 

이번 사건도 여전히 인간의 잘못된 욕망이 부르는 파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으며 최고의 미모를 가졌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여자, 이사벨.

스스로가 한 이기적이고 허영 가득한 행동들이 그녀를 사랑받지 못한 여자로 만들고

결국은 자기 자신도 의도하지 않았던 거대한 범죄의 중심에 서고 죽임을 당하는 여자.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 피해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쌍하다는 감정을 지니게 되는데

이 사건의 피해자 이사벨은 소설 속의 중심인물이면서도 독자에게 동정마저 받지 못한다.

그녀의 허영이나 이기심이 어떤 상처에서 나온 것도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설들을 읽으면서 피해자가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은 소설을 처음이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사건의 스케일은 커져만 간다.

주식거래상의 사기범죄, 경주마를 둘러싼 사기, 협박, 가정폭력, 국제적 인신매매까지.

그 범위가 너무 커져서 도대체 어떻게 사건을 닫을 계획인지 심히 궁금하게 만들더니

결국 사건의 진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드러나게 된다.

성동격서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나는 전략이다. 변죽만 올리고 결국 뒤통수를 치는 방식이다.

다소 어이없기도 하지만 작가가 꽤나 영리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리즈의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뒤에 나오는 시리즈들과의 연결고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또한 작가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의 다른 소설들 보다 훨씬 더 쉽고 직선적인 전개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읽힌다.

다른 타우누스 시리즈는 분량도 많고 이야기의 흐름도 여러 갈래고 갈라졌다 뭉치기를 반복하는데

이 작품은 사건과 등장인물들에 대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직선적인 전개를 택하고 있다.

중간 중간 피아와 보텐슈타인이라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잠깐씩 샛길로 빠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직선적이어서 사건을 재구성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서 쉽다.

복잡한 전개과 인물의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주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역시 쉽고 직선적인 전개가 주는 소설적 재미가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른 타우누스 시리즈 어느 것과 비교해서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소설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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