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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6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미카엘 팽송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제우스를 만나 신들의 신인 제우스 위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미카엘.
Y게임의 우승자만이 그 '창조자'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에 다시 Y게임에 뛰어든 그는
결국 그의 친구인 라울에게 패하고 18호 지구로 떨어가는 형벌에 처해지게 되는데...
무심코 들여다 본 책 뒤에 적혀있는 이 내용.
정말 출판사는 작가의 안티인가? 아니면 독자의 안티인가?
5권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내용을 미리 스포일러도 버젓이 요약해 놓은 출판사의 배짱에 기가 막힌다.
5권의 3분의 2를 어이없이 날리고 나서도 6권을 다 읽은 지금
출판사의 배짱에 화가나는 마음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상쇄되고 남는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타나토노트>에서 시작된 미카엘 팽송의 여정은 <천사들의 제국>을 거쳐
장장 6권의 <신>시리즈에서 그 막을 내리게 된다.
죽음 뒤의 세계는 무엇이 있을까? 라는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된 여정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천사들의 약간의 개입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영적성숙을 거쳐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약간의 개입으로 완성되어 온 인간의 역사에 대한 고찰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
인간 자신에 대한 가혹한 평가로 인한 인간 스스로의 파괴본능에 이르기 까지
장장 10권(한국어판 기준)의 책으로 이루어진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그 긴 여정을 나 역시 그를 따라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작가가 다루는 주제는 분명히 형이상학적인 것이지만
그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결코 한순간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 바탕엔 인간의 역사와 그 속에 명멸했던 수많은 민족들의 신화와
수많은 종교들과 과학적 새로운 사실들에 대한 광대한 작가의 지식들과
베르베르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력의 세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소설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내가 단언하건데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는 그 어느 백과사전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가 전하는 것은 단편적인 지식만이 아닌 생각하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결코 소설이라는 장르때문에 가볍게 무시해서는 안 될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이 세상에는 지옥도 없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는 자유롭소.
하지만 우리 중의 어떤 이들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지옥을 만들지.
왜냐면 자기가 고통받고 싶으니까.
이 끔찍한 장소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오.
그리고 지옥이 오늘도 이렇게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 안에 내재된 공포와 죄의식, 그리고 마조히즘 덕분이지.
- 6권. P.548
지옥의 왕 하데스가 말하는 이 몇줄의 대사에서 이 책의 가장 큰 주제가 보여진다.
우리가 말하는 행복이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인간은 자기가 행복해 지려하지 않고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려 한다는 에드몽의 대사와 함께
하데스의 이 대사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가를 알게 해 준다.
우리가 말하는 불행이란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든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죄책감,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조히즘.
스스로를 괴롭힘으로써 뭔가를 증명하려하는 미숙함.
그런 것이 만들어낸 불행은 그런 것들을 없애면 자연히 없어지지 않을까?
작가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웃에게 보다 관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지의 무엇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를 바란다.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행복을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그 긴 여정을 왜? 이렇게 끝내야 했을까?
물론 작가의 의도는 정말 좋은 결말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어떤 이들을 그 결말이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결말이 허무하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수많은 복선들을 보면서 정말로 그 결말만은 아니기를 바랬건만....
결말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