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용감한 힘의 왕자. 배트맨, 로빈, 정의의 용사. 원더우먼~~ 하늘을 날은다. 아쿠아맨~~ 수중의 왕자. 랄라라 랄라라 랄라랄라 랄라라 랄라랄다 정의를 모르는 나쁜 무리들 싸워 무찌른다. 슈퍼~~~특공대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은 적어도 내 나이대는 되었을 것이다. 내 어린시절의 기억속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지고 있는 이 노래. 아무리 즐겁게 놀고있었다 하더라도 이 노래만 울려퍼지면 집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어린시절의 추억에서 많은 부분에 등장했던 나의 영웅들. 바로 슈퍼특공대들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단 한편의 작품으로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한국 작가들의 아성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박민규라는 작가. 그의 작품들이 궁금해서 읽게 된 데뷔작이 바로 이 소설이다. <삼미...>에서도 그랬듯이 여전히 기존의 문학적 형식에 벗어나는 파격적인 문체와 어린시절 친구들과 모여 말도 안되는 상상들로 몇시간이고 떠벌이던 이야기로 가득찬 입담. 도무지 소설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소재들도 만들어낸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그 비현실이 꼬집고 있는 아픈 현실에 대한 냉소적이 비판이 작가 박민규라는 사람을 나에게 각인시킨다. 역시 이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관심을 두고 찾아봐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어린 시절 지진아였던 '나'는 어느날 느닷없이 자살을 결심하고 슈퍼맨 복장을 한 채로 옥상에서 뛰어내리던 순간, 정말로 꿈처럼 슈퍼맨이 나타나 그를 구하고 '정의의 본부'에서 살게된다. TV에서만 보았던 영웅들의 삶을 바라보면 동경하던 나는 마침내 영웅이 된다. 이름은 '바나나맨'. 하는 일은 햄버거 심부름이나 원더우면의 생리대 심부름. 그러나 '정의를 모르는 나쁜 무리들'을 응징하고 지구를 지킨다는 사명감에 가득찬 나는 어느날 정신병원의 옥상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작가는 만화속 히어로에 불과한 이들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슈퍼맨으로 상징되는 무력(전쟁을 통한 세계의 평정)과 배트맨으로 상징되는 경제력(IMF와 WTO같은 체제를 통한 평정)과 원더우면으로 상징되는 문화적 침략(Sexy라는 말이 어느덧 평범해졌다)과 아쿠아맨으로 상징되는 세계 각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세계를 자신의 손에 넣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미국의 꼬뚜리에 붙어서라도 영웅이 되고자하는 바나나맨의 모습은 어쩌면 미국의 꼬붕이 되어 월남전에 참전하고 온갖 비위를 맞추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에 대한 가장 냉소적이면 가장 냉정한 평가에 다름이 아니다. 내가 슈퍼맨에게 납치(?) 당하는 1979년의 설정은 미국의 눈의 가시였던 박정희(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가 죽고 미국을 위해서라면 간이라도 빼서 바칠 수 있는 신군부가 등장한 시기이기에 절묘하다. 그리고 역시 아무런 이유없이 느닷없이 정신병원으로 떨어진 바나나맨의 모습은 미국의 힘만 믿고 까불 대다가 어느날 IMF라는 벼랑속에 떨어져 버린 대한민국의 모습과 똑같다. 지독히 미국적인 영웅들을 소재로 지독히 반비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뭔가 설익은 느낌이고 뭔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60페이지라는 비교적 짧은 이야기속에 담긴 작가의 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저 재기와 웃음으로 가득찬 시덥잖은 소설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을 내 기억속에 남는 작품으로 각인시킨 것도 바로 그런 작가의 재기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도 어쩌면 '정의를 모르는 나쁜 무리들'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우리에게 친한 척 우리를 자기들 무리에 끼어 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라도 우리에게 '마운트'를 요구할 수 있음을 언제라도 우리를 정신병원 옥상에 처박아 버릴 수 있음을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이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나 현실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