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 - 초보가 베테랑이 되는 상큼한 야구 다이어리
김석류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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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골수 롯데팬인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KBS N Sports의 'I Love Baseball'. 김석류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프로야구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있는 프로그램이다. 하루의 프로야구를 하일라이트로 보여주고 전문가의 친절한 해설이 따르는 프로그램으로 야구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김석류 아나운서가 책을 썼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이 갔고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구입하게 되었다. 야구에 대해 나름 알고있다고 자부하는 내가 기대했던 것은 야구계에서는 낯설 수 밖에 없는 여자로써 야구팬들의 인정을 받기까지 김석류 아나운서가 겪은 야구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런 나의 기대는 100% 충족되었다. 이 책은 정말 기대하지 않은 대박에 가까운 책이다. 책에 나오는 야구지식 때문이 아니라 야구에 대한 그녀의 열정 때문이다.

  지금은 각 방송사마다 여자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야구프로그램이 있고 경기가 끝난 후 여자 아나운서가 수훈선수나 감독과 인터뷰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지만 그 시초는 바로 김석류 아나운서였다. 그녀의 낯선 등장에 남성팬들은 호기심에서 격려를 거쳐 환호성을 부르게 되었고 여성팬들은 '뭐냐?'에서 '그럭저럭 하네' 정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녀의 등장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타 방송사들의 변화를 유도했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이 분야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어느정도 인정을 받은 그녀이지만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그녀가 겪은 수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다소 엉뚱한 거짓말로 시작된 그녀와 야구의 인연이 이제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열혈기자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연애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소소하게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커가는 젊음에 대한 부러움을 갖게된다. 그녀의 열정은 어쩌면 나보다 강하다.

  그녀가 야구에 대해 하나씩 의문점을 가지고 그런 의문점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면 내가 처음 야구를 접했을 때 품었던 의문들과 그 의문들을 풀어가는 과정과 너무도 닮아있다. 나는 야구가 직업이 아니었으니 배우는 과정도 무척 늦었다. 김석류 아나운서는 야구가 직업이었기에 내가 거의 5년 가까이 야구를 보면서 배웠던 것들을 3년의 과정에서 배웠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배움의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자신이 3년의 땀으로 배운 지식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이 책 곳곳에 숨어있다. 일년에 30경기 이상을 야구장에서 보고 TV 중계까지 하면 100경기 가까이 보는 나로서는 그녀가 말하는 야구에 대한 지식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너무도 쉽게 야구를 알 수 있게 만드는 지식들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없고 깊은 지식은 아니지만 야구를 이해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지식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책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다. 그와 함께 여성팬들도 많아지고 있다. 불과 몇년 사이에 야구장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에서 여자들의 비율이 거의 50%에 다다를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 야구장에 가면 여성팬들의 비율이 높아져서 남자팬으로서는 땡큐 ^^ 그러나 이런 여성팬의 증가가 지속적인 야구의 인기로 지속되려면 그녀들을 위한 야구 안내서가 필요할 것이다. 나라면 그녀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낯설기만 했던 야구와 연애하듯 열정을 불태우는 과정을 통해 야구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 한권만 독파하면 웬만한 남성팬 수준의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야구장에 있는 전광판에 암호처럼 써있는 숫자들의 의미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야구전문가들이 쓰는 조금은 딱딱한 해설서 보다는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쓴 에세이 같은 이런 입문서.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지금 야구에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면, 나름 야구팬이라고 자부하고 있다면, 아니면 김석류 아나운서의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름 야구팬인 나에게는 내가 몰랐던 야구의 뒷이야기를, 야구에 미치기 시작한 아들에게는 야구에 대한 보다 깊은 지식을 전해주는 멋진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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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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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대도시, 언제나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와 어떤 형태의 초능력, 그리고 운명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운명을 극복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 기욤뮈소. <구해줘>,<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사랑하기 때문에> 3권의 소설에 빠져들면서 그의 팬이 되었다가 반복되는 상황설정에 조금은 질려버렸던 애증의 작가.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에서 부터는 정형화된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더니 이 소설 <당신 없는 나는?>에서는 그런 정형화된 모습들을 모두 버려버렸다. 배경은 미국와 프랑스를 넘나들고 정신과 의사가 나오지만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지 않고 초능력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사후세계에 대한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익숙했던 기욤뮈소의 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그런 형식상의 변화와는 다르게 언제나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재미와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프랑스 경찰관 마르탱과 그의 운명의 여인 가브리엘, 가브리엘의 아버지이자 세기의 예술품 도둑인 아키볼드와 그의 운명적 여인이자 가브리엘의 엄마인 발랑틴. 사랑에 목숨을 건 두쌍의 거플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반전과 반전의 연속. 아키볼드라는 세기의 도둑과 마르탱의 대결은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여주고 있다면 마르탱과 가브리엘의 사랑이야기는 한편의 로맨틱 코메디를 연상시키고 아키볼드와 발랑틴의 사랑은 잔잔하고 아름다운 한편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한권의 소설속에 서로 다른 3편의 영화가 들어가 있는 느낌. 기욤뮈소의 이야기 실력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내가 그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던 문체도 여전하다.

  소설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기욤뮈소의 소설의 특징은 아름다운 미사여구의 나열이나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한 이야기의 전개 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힘으로 자신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는 문장의 힘 보다는 이야기의 힘으로 소설을 끌어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난 그의 이런 스타일이 좋다. 소설의 매력을 어디에 두는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지만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재미를 중점으로 두고 읽는다. 그런 면에서 기욤뮈소의 소설은 언제나 평균 이상의 평점을 줄 수 있고 이 소설도 나의 기대치를 웃도는 소설이다.

  소설 속 마르탱이 리지라는 소녀에게 사랑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독백하는 부분이 있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그 열병만큼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때로는 그런 두려움이 사랑하는 사람을 멀어지게 하고 운명의 사랑을 놓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은 바로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어쩌면 영원한 사랑,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길에서 신이 내리는 마지막 시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가진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내가 하나 자신할 수 있는 건 내 가족에 대한 나의 사랑에는 이제는 두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 사랑이 너무 깊어 두려움이 앞서는 연인들, 이미 사랑을 이루었지만 영원히 행복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방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전하는 사랑의 메세지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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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성석제 지음 / 하늘연못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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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학다식'이라는 말은 지식의 깊이 보다는 지식의 넓이를 일컫는 말이다. 나와 내 아들이 본방사수를 외치며 즐겨보는 퀴즈 프로그램들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 대표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의 깊이는 없더라도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지식을 지닌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성석제라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 그의 그런 박학다식함에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인간적이다'에서도 느껴졌지만 이 책에서도 다시한번 그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이야기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박물관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 걸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이 이야기를 빌려서 모여진 박물관이다. 위대한 위인의 이야기도 아니고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소설속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아닌, 바로 우리의 모습이자 지금 우리 옆에 앉아 있는 가족, 동료, 친구의 이야기들이다. 전혀 특별한 것이 없는 소소한 일상속에서 시작된 작은 호기심을 발견하게 되는 유쾌한 사실들의 모음. 때로는 얼굴에 웃음이 번지게 만들고, 때로는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도 만들고, 때로는 잠시동안 사색에 빠지게도 만드는 이야기들의 박물지.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나 또한 호기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 결과 주변사람들에 비해 잡다한 지식들이 많은 편이다. 나의 경우는 박학다식 보다는 '잡학다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체계를 지니고 이리저리 공부해서 얻은 지식이라기 보다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해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성석제 작가는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도 해결하는 방법에서 나와 차이를 보인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작가가 읽어 나갔을 책의 분량을 상상하기 어렵고 그렇게 쌓은 지식창고를 가진 작가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소소한 일상을 통해 발견한 유쾌한 사실들은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재치와 위트를 잃지 않는 작가의 말발에 심각하다기 보다는 유쾌하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이야기이다.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는 우스꽝스러운 삽화들은 가독성을 더 높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소소한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 특별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향에서 일상을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생긴 호기심이기에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사실들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뜨끔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쩌면 세상의 행복이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작가 성석제가 말하는 행복은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것들에 웃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멀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가슴이 참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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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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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각 삼각형의 밑면과 높이의 제곱을 더하면 대각선의 제곱과 같다." 누구나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이다. 중학교 수학시간에 처음 접한 이 정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수많은 부분에서 적용된다. 기하학의 기본정리인 이 정리의 주인공인 피타고라스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시대를 대표하는 현자였다. 그의 제자 중에서 그리스 철학을 완성한 위인들이 배출되었다는 것을 보면 그는 시대의 지성이었다. 그런데 그의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그의 독창적인 이론이 아니라 그 보다 천년 전에 이미 밝혀져 있던 것이라면? 그가 시대의 현자인 동시에 권력욕에 사로잡힌 한 인간에 불과하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뛰어난 위인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발칙한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다.

  소설 속 현자는 젊은 시절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과 스스로 진리를 찾아가고 발견해낼 수 있는 뛰어난 지성을 겸비한 뛰어난 학자였으나 어느 여행길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담긴 천년 전의 흙판을 발견하면서 탐욕에 빠져든다. 그가 천년전의 지식을 훔친 부분은 진리에 대한 욕망이 탐욕으로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그가 발견한 위대한 진리에 대한 세상의 보답은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한 권력이었고 그는 그런 권력의 맛에 빠져들어 변하게 된다. 그 후 40여년이 지난 후 그리스 최대의 학파를 거느린 현자는 제자들의 연구결과를 자신의 것으로 바꾸면서 권력을 놓치 못하게 된다. 그에게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그가 숨긴 비밀에 접근한 제자인 '디오도로스'의 죽음을 그의 동생인 '아리스톤'과 그의 친구 '히파소스'가 추적하면서 현자의 숨겨진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지금은 중학교 수학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무리수'의 개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소설에 등장하는 '히파소스'이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피타고라스의 제자였던 히파소스는 학파에 의해 우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는 왜 죽어야 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작가의 상상은 피타고라스를 위대한 위인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돌려놓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 없는 권력에 대한 달콤한 유혹과 학자라면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진리에의 탐욕을 가진 악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피타고라스 혼자의 것이 아니라 학파 전체의 연구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작가의 상상이 피타고라스에 대한 커다란 불경에 이르고 있지만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다. 디오도로스의 죽음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와 동시에 히파소스가 무리수의 개념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고대 학자들의 모습을 상세히 그리고 있다. 또한 진리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은 두번째 읽는 것인데 실망시키지 않는다.  기억해 두었다가 읽어 볼 만한 문학상이다.

  인간의 욕망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이나 지금이나 권력에의 유혹에 지는 것은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유혹에 넘어간 인간은 결국 후대의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욕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우리도 같은 유혹을 받는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우는 윤리에서 그런 유혹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경고를 한다지만 윤리를 따를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면 윤리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수단으로 끊임없이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소설의 형태로 한번 더 경고를 주고 있다.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경고를. 

  디오도로스와 테아노, 히파소스의 3각관계은 식상한 면이 있다. 형의 죽음을 파헤치는 아리스톤의 역할은 초반에는 두드려질 듯 하지만 뒤로 갈수록 힘에 떨어지는 모습니다. 아리스톤에게 학파 외부의 추적을 맡기고 히파소스에게 현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역할을 분리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는 보이지만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리스톤의 역할이 뒤로 갈수록 약해진 것이 아쉽다. 결국 현자의 학파를 무너뜨리고 이득을 취하는 것은 칼론이었다. 다른 이들의 싸움을 붙이고 그 틈에서 이익을 취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그 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에서 쓴웃음을 머금게 한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의 사회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반복되는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학을 좋아했던 사람도, 나처럼 수학에 이를 갈았던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친,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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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와 조선의 눈물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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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김종서라는 인물을 기억하는 것은 '4군 6진'을 개척한 장군으로 알고 있다. 그 후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의 빌미를 제공한 역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역사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세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최고의 문신이자 그 시대 최고의 학자였으며 수양대군의 야욕을 막고 단종을 보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류였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왜곡된 기록에 지나지 않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오래간만에 읽게 된 이덕일 선생의 역사서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은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김종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고 권력욕에 빠진 수양대군의 명분없는 쿠데타인 계유정난이 조선의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헤친 역작이다.

  두 차례의 왕자의 난으로 집권한 태종은 재위기간동안 그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정치는 조선의 역사를 모두 뒤져봐도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백성을 위한 정치였다. 그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성군중의 하나였다. 태종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가뭄으로 고생하는 백성들을 염려하여 해마다 5월이면 비를 내리겠다고 유언했다고 하고 그 유언대로 5월초에는 비가 온다고 한다. 해마다 그 시기에 내리는 비는 지금도 '태종우'라고 불린다. 골육살쟁의 콤플렉스릉 가지고 있던 그는 자신의 후대에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온갖 악역을 자청했다. 세종이 최고의 성군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태종이 자신의 처남들은 물론 세종의 장인인 심온까지 제거하면서 외척과 종친이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왕권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대호'라는 별칭을 가진 김종서는 세종시대에 변방을 개척하고 지킨 북방의 맹주였으며 성균관 유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최고의 학자였다. 그는 문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무관도 하지 못했던 북방개척을 이루었으며 올곧은 선비의 모습으로 그 시대 사대부들의 모범이 되었다. 7년에 걸친 북방의 생활에서도 개인의 생활 보다는 국가를 위한 충성을 다했고 세종의 옆에서 '고려사'를 편찬하는 등 최고의 문신의 역할도 해냈다. 그는 태종,세종,문종,단종의 시대를 걸쳐 문무를 겸비한 최고의 신하이며 학자이고 선비였다.

  세종이 세상을 떠난 후 문종이 즉위했으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당하고 어린 단종이 즉위하면서 조선은 또 하나의 피바람을 준비하게 된다. 태종의 손자이자, 세종의 아들이며, 문종의 동생이고, 단종의 숙부였던 수양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욕심에 사로 잡힌다. 어린 단종의 운명은 위태로웠으며 단종의 보위를 지킬 수 있는 이는 오로지 김종서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서는 결국 선제공격을 하지 못한다. 유학을 배운 학자로서 자신이 모신 주군의 손자이며, 아들이며, 동생이며, 숙부인 수양을 먼저 공격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계유정난이 일어나고 김종서는 수양에게 목숨을 잃게 된다.

  계유정난은 세조의 권력장악의 의미만 가진 것은 아니다. 태종이 모든 악역을 자청하며 정리한 공신들이 무더기로 다시 탄생하는 시발점이 된다. 공신들이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이 백성들에게 폐혜만 끼칠 뿐이라는 점에서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태종이 애써 만들어 놓고 세종, 문종이 확고히 만들어 두었던 유교정치릐 체제와 정상적인 국정운영의 방식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조선을 다시 공신들의 나라, 파행적인 국정운영이 이어지는 나라, 끊임없이 피바람이 부는 나라로 만들어 놓은 역사적 사건이다. 김종서의 죽음과 함께 조선의 이상인 유학정치과 정상적인 헌정질서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태종의 피바람은 조선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면 수양의 피바람은 자신들의 권력욕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에서 조선의 비극이 있는 것이다.

  결국 그 하룻밤의 운명이 이후 300여년에 걸친 조선의 역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역사의 만약은 없지만 김종서가 미리 수양을 견제할 수 있었다면, 사육신의 단종복위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조선의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책의 제목에서 '조선의 눈물'을 이야기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덕일 선생이 말하는 '조선의 눈물'의 의미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 또한 안타까움은 느낀다.

  역사를 읽는 이유는 과거의 역사에서 현재의 상황을 비춰보고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수양이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정상적인 헌정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에 조선이 짊어져야 했던 역사의 무게를 본다면 지금의 위정자들 또한 언제나 자신의 권력에 대한 욕구에 대한 자제를 가슴속에 품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위정자들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단종의 시대에 왜 장군(?) 김종서가 영의정에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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