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각 삼각형의 밑면과 높이의 제곱을 더하면 대각선의 제곱과 같다." 누구나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이다. 중학교 수학시간에 처음 접한 이 정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수많은 부분에서 적용된다. 기하학의 기본정리인 이 정리의 주인공인 피타고라스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시대를 대표하는 현자였다. 그의 제자 중에서 그리스 철학을 완성한 위인들이 배출되었다는 것을 보면 그는 시대의 지성이었다. 그런데 그의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그의 독창적인 이론이 아니라 그 보다 천년 전에 이미 밝혀져 있던 것이라면? 그가 시대의 현자인 동시에 권력욕에 사로잡힌 한 인간에 불과하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뛰어난 위인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발칙한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다. 소설 속 현자는 젊은 시절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과 스스로 진리를 찾아가고 발견해낼 수 있는 뛰어난 지성을 겸비한 뛰어난 학자였으나 어느 여행길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담긴 천년 전의 흙판을 발견하면서 탐욕에 빠져든다. 그가 천년전의 지식을 훔친 부분은 진리에 대한 욕망이 탐욕으로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그가 발견한 위대한 진리에 대한 세상의 보답은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한 권력이었고 그는 그런 권력의 맛에 빠져들어 변하게 된다. 그 후 40여년이 지난 후 그리스 최대의 학파를 거느린 현자는 제자들의 연구결과를 자신의 것으로 바꾸면서 권력을 놓치 못하게 된다. 그에게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그가 숨긴 비밀에 접근한 제자인 '디오도로스'의 죽음을 그의 동생인 '아리스톤'과 그의 친구 '히파소스'가 추적하면서 현자의 숨겨진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지금은 중학교 수학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무리수'의 개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소설에 등장하는 '히파소스'이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피타고라스의 제자였던 히파소스는 학파에 의해 우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는 왜 죽어야 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작가의 상상은 피타고라스를 위대한 위인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돌려놓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 없는 권력에 대한 달콤한 유혹과 학자라면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진리에의 탐욕을 가진 악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피타고라스 혼자의 것이 아니라 학파 전체의 연구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작가의 상상이 피타고라스에 대한 커다란 불경에 이르고 있지만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다. 디오도로스의 죽음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와 동시에 히파소스가 무리수의 개념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고대 학자들의 모습을 상세히 그리고 있다. 또한 진리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은 두번째 읽는 것인데 실망시키지 않는다. 기억해 두었다가 읽어 볼 만한 문학상이다. 인간의 욕망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이나 지금이나 권력에의 유혹에 지는 것은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유혹에 넘어간 인간은 결국 후대의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욕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우리도 같은 유혹을 받는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우는 윤리에서 그런 유혹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경고를 한다지만 윤리를 따를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면 윤리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수단으로 끊임없이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소설의 형태로 한번 더 경고를 주고 있다.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경고를. 디오도로스와 테아노, 히파소스의 3각관계은 식상한 면이 있다. 형의 죽음을 파헤치는 아리스톤의 역할은 초반에는 두드려질 듯 하지만 뒤로 갈수록 힘에 떨어지는 모습니다. 아리스톤에게 학파 외부의 추적을 맡기고 히파소스에게 현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역할을 분리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는 보이지만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리스톤의 역할이 뒤로 갈수록 약해진 것이 아쉽다. 결국 현자의 학파를 무너뜨리고 이득을 취하는 것은 칼론이었다. 다른 이들의 싸움을 붙이고 그 틈에서 이익을 취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그 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에서 쓴웃음을 머금게 한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의 사회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반복되는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학을 좋아했던 사람도, 나처럼 수학에 이를 갈았던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친,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재미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