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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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대도시, 언제나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와 어떤 형태의 초능력, 그리고 운명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운명을 극복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 기욤뮈소. <구해줘>,<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사랑하기 때문에> 3권의 소설에 빠져들면서 그의 팬이 되었다가 반복되는 상황설정에 조금은 질려버렸던 애증의 작가.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에서 부터는 정형화된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더니 이 소설 <당신 없는 나는?>에서는 그런 정형화된 모습들을 모두 버려버렸다. 배경은 미국와 프랑스를 넘나들고 정신과 의사가 나오지만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지 않고 초능력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사후세계에 대한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익숙했던 기욤뮈소의 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그런 형식상의 변화와는 다르게 언제나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재미와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프랑스 경찰관 마르탱과 그의 운명의 여인 가브리엘, 가브리엘의 아버지이자 세기의 예술품 도둑인 아키볼드와 그의 운명적 여인이자 가브리엘의 엄마인 발랑틴. 사랑에 목숨을 건 두쌍의 거플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반전과 반전의 연속. 아키볼드라는 세기의 도둑과 마르탱의 대결은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여주고 있다면 마르탱과 가브리엘의 사랑이야기는 한편의 로맨틱 코메디를 연상시키고 아키볼드와 발랑틴의 사랑은 잔잔하고 아름다운 한편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한권의 소설속에 서로 다른 3편의 영화가 들어가 있는 느낌. 기욤뮈소의 이야기 실력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내가 그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던 문체도 여전하다.

  소설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기욤뮈소의 소설의 특징은 아름다운 미사여구의 나열이나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한 이야기의 전개 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힘으로 자신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는 문장의 힘 보다는 이야기의 힘으로 소설을 끌어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난 그의 이런 스타일이 좋다. 소설의 매력을 어디에 두는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지만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재미를 중점으로 두고 읽는다. 그런 면에서 기욤뮈소의 소설은 언제나 평균 이상의 평점을 줄 수 있고 이 소설도 나의 기대치를 웃도는 소설이다.

  소설 속 마르탱이 리지라는 소녀에게 사랑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독백하는 부분이 있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그 열병만큼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때로는 그런 두려움이 사랑하는 사람을 멀어지게 하고 운명의 사랑을 놓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은 바로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어쩌면 영원한 사랑,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길에서 신이 내리는 마지막 시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가진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내가 하나 자신할 수 있는 건 내 가족에 대한 나의 사랑에는 이제는 두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 사랑이 너무 깊어 두려움이 앞서는 연인들, 이미 사랑을 이루었지만 영원히 행복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방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전하는 사랑의 메세지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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