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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는 국내에서도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할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이다.
서울대 도서관 대출순위 1위의 [공중그네]의 작가로 유명한 그는
유쾌하고 통쾌하고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언제나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작가이다.
스스로 그의 팬임을 자부하는 나에게 그의 신작 [꿈의 도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물론 63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가 주는 압박에 잠깐 고민하기도 했지만...
3개의 군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유메노'라는 신도시의 이야기이다.
지긋지긋한 이 시골에서 벗어나 도쿄에서의 화려한 대학생활을 꿈꾸는 여고생,
시골에 남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고 있는 전직 폭주족 출신 이혼남,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시골의 생활복지과에 들어갔지만 현청으로의 복귀를 바라는 공무원,
지역의 토박이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지지기반과 재력으로 3선으로 노리는 시의회 의원,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소매치기를 적발해내는 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중년 여성.
서로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이들이지만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
적당히 세상에 찌들고 적당히 비굴하고 적당히 타락한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라는 것이다.
5명 중 전적으로 선하기 때문에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비슷한 인간군상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대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한다.
세상엔 완전히 선한 사람도 완전히 악한 사람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나름의 꿈(?)을 향해 가는 이들.
그들의 평상적인 일상에 전혀 예기치않은 사건들이 터지면서 이야기는 속도감을 얻는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빠른 전개와 폭발하는 사건들, 지루할 틈이 없다.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재미가 있으면 쉽게 읽을 수 있는데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이다.
도시의 이름 자체가 '꿈의 도시' - '유메'는 일본어로 '꿈'이고 '노'는 '~의'라는 뜻-인 그곳에서
이기적인 인간들이 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정당화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투쟁들.
서로가 서로를 물고 물리는 혼전속에 인생의 예측불허함이 빛을 발하는 사건들이 터진다.
오쿠다의 소설들은 좀처럼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매력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천재'라기 보다는 '돌아이'에 가까운 작가이다.
돌아이의 트레이드 마크가 예측불허에 있는데 작가에게 그런 예츨불허는 대단한 매력이다.
이 소설속의 사건들도 단 하나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게 매력이다.
작가의 다른 소설인 [최악]과 비슷한 느낌의 소설이다.
[최악]은 주변의 상황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막바지에 몰린 이들의 이야기이고
이 소설은 자신의 작은 행동으로 인한 연쇄적인 나비효과의 결과로 궁지에 몰린 이들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최악]에서 부터 보여주었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소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신도시를 배경으로 교권상실, 청소년 문제, 이주노동자, 복지시스템의 악용, 사이비 종교, 원조교제, 매춘,
게임중독, 은둔형 외톨이, 정경유착, 가정의 붕괴 등 지금의 우리사회에서 보여질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함축적으로 그려지면서 작가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고 거기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내 놓은 것은 아니다. 세상이 이렇다는 것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담담히 그려내는 시각만으로 그 어떤 이야기보다 사회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오쿠다 식의 사회참여가 이런 형태로 그려지는 것이라는 느낌이다. [최악]도 그렇고 이 소설도 그렇고...
다만 아쉬운 점은 오쿠다 특유의 유머가 사라진 점이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만으로 기대하게 되는 웃음을 이 소설에서는 볼 수 없다.
[최악]에서부터 보여주던 사회참여가 좀 더 확대되면서 유머가 사라진 것은 정말 아쉽다.
누구에게나 웃고 싶을 때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로 유쾌한 소설을 잘 쓰는 작가인데
다음 작품은 자신의 이런 장점을 살려서 [공중그네]의 이라부 이상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책이 두껍다고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순식간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과 재미를 보장한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