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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 한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정의'였다.
일부 특권층을 제외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의 대부분인 서민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옳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뭔가 대단히 잘못된 사회로 빠르게 추락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말로 표현하지 못한 그런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준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1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라는 기적을 만들었고
보다 직설적으로 경제 정의를 이야기 한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 춤]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2010년이 지나가지 직전인 지금 또 하나의 인문학 서적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으로 유명한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가 바로 그 책이다.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 춤]이나 영화 [부당거래]에서 극적으로 말하고 있는 경제 정의를
보다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지금의 경제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고 있다.
장하준 교수는 작정한 듯이 '자유시장 경제학'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한다.
우리가 흔히들 많이 듣고 있어서 세뇌되어 가는 경제학 이론들의 허구를 정확히 짚어낸다.
예를들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안되고 시장을 자유롭게 만들수록 경제가 발전한다던가
제조업의 시대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탈산업화 하고 지식경제로의 전황을 해야 한다던지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도와서 전체적인 부의 크기를 키워야 서민들의 수입도 들어 잘살게 된다던지
정보화시대의 인터넷은 세계경제에 놀랄만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던지
우리가 모두 올바른 이론이라고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이런 자유시장 경제학이
실제로는 잘사는 나라 혹은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이론적 근거를 갖춘 것에 불과함을 지적한다.
그들의 자유시장 경제학이 올바른 이론이라면 그 이론을 채택한 지난 30년간 세계경제는 발전해야 했는데
실제로는 성장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금융위기는 더욱 빈번해 졌다.
왜 그랬을까?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는 자유시장 경제학의 문제를 속 시원하게 파헤친 명저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성장과 분배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갈등도 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도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성장으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의 허구를 장하준 교수의 쉬운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복지예산이 커지면 가난한 사람이 게을려져서 더욱 일을 안하게 된다는 이론의 허구도 지적한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지금의 논쟁과 갈등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적절한 대안이 담겨있다.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마이클 샌댈 교수가 정치철학의 입장에서 접근한 정의를 말하고 있다면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 이론으로 접근하여 문제점과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논했던 것이 조금 어려운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면
이 책의 논의는 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실제적인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피부에 와 닿는다.
그렇다고 어려운 이론의 나열이라면 이 책의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이론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으로 배제하고 실생활에 밀착된 논의를 함으로써
경제학에 대한 전혀 모르는 나같은 문외한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에 더욱 좋은 책이다.
제목만 보고, 경제학 서적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이 책을 읽는데 망설이고 있다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책은 중학생 이상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세계 경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대박이다.
경제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책과 함께라면 정말 쉽게 실생활과 밀접한 여러가지 경제 현안들에 대한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올해 인문학 분야의 최고의 책이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