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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곰슬머리가 인상적인 김정운 교수를 처음 본 것은 '책 읽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처음부터 그의 말에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반항을 해보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말하는 '재미'에 대한 내용에 공감을 하면서도 왠지 그러면 안 될것 같은 의무감?
그 후 여러 매체를 통새허 본 그의 모습은 인생을 즐기며 사는 모습이었다.
얼마전에 끝난 '명작스캔들'에서 조영남씨와 함께 즐기는 모습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최근에는 '김승우의 승승장구'를 통해 예능에 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가히 인생을 즐기며 사는 모습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그래서 선택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심리학'을 그리고 있다.
나 역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제철소가 있는 포항에서 자랐음에도
결혼 15년차인 지금도 아내에게 '언제 철 들래?'라는 핀잔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남자로써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철없는-여자의 눈으로 볼 때 그렇게 보이는- 행동들에 120% 공감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철이 없어 보이는 행동들의 밑바닥에 깔린 심리학적 원인을
저자가 하나씩 밝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나를 훤히 꿰뚫고 있는 점쟁이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남자만이 공감할 수 있는 심리학적 원인들에 대한 그의 위로는 커다란 위안이 된다.
그렇다고 특별한 방식으로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도 그래'라고 말하고 있다.
그 '나도 그래'라는 말을 통해 남자들끼리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그래도 되잖아?'라고 말한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왜 그렇게 남자들 사이에서 반복되는지 설명한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책을 읽는 나에게 커다란 위로를 주고 나름의 용기를 준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남자는 역시 다 똑같네?'라는 즐거움 공감이 읽는 내내 퍼져 나간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구하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산다.
나이가 들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입꼬리는 처지고 이마의 주름은 깊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전반에 흐르고 있는 '남자들은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의무감과 무거움을 던져버리고 가벼움과 경박함을 즐기라고 말한다.
어른이 되면, 특히 남자 어른이 되면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재미'라는 단어와 친해지라고 말한다.
재미를 즐길 줄 아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너무나 공감이 된다.
20대의 나이에 읽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행복학 강의라고 했을 것이다.
40대의 나이가 된 지금에는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돈이 필요하지만 많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는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40대 정도의 평균이면 된다.
나 또한 부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의 내용들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20대에는 40대가 되었을 때 저 정도의 경제력이 있을까? 불안하기 때문에 공감이 안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평범한 인생을 살아 온 40대라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현실적이다. 경제력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린 시절 함께 지냈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아련한 감정만이 남아있는 첫사랑 그녀에 대한 기억도 다시 떠올랐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내게 남겨 주었던 기억들과 외로움에 몸부림 치던 청춘의 방황도 생각났다.
그 때의 기억과 방황과 추억들이 가지는 심리학적 의미를 이해하고 나니 더욱 소중하게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1주일간의 기간이 내게는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게는 참 고마웠던 책이다.
P.S : 이 책의 내용처럼 나의 첫사랑 그녀도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지금 그녀는 날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