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코그니토 - 나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소희 옮김, 윤승일 감수 / 쌤앤파커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 가는 길은 왠지 낮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길모퉁이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지나가는 풍경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낯설 길이 익숙해지고 나면 이제는 더이상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길모퉁이를 돌고 새롭게 바뀐 풍경에만 가끔 눈길을 줄 뿐이다. 왜 그럴까? 그저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익숙해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실제로 우리의 뇌에는 어떤 식으로 인식되는 것일까? 우리의 행동은 모두 나의 의식으로 만들어진 명령을 뇌가 지시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일까? 과연 나는 나의 뇌의 주인일까?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해대는 이 책은 그러나 너무나 뜻밖의 결론을 내어놓는다.

  저자는 우리의 뇌에는 우리의 의식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마치 컴퓨터 시스템의 부트섹터처럼 아무리 뛰어난 시스템(의식)도 접근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예를 든 길찾기의 경우 '익숙해진다'는 것은 우리 뇌의 이런 접근할 수 없는 영역, 흔히들 무의식이라고 부르는 영역에 서브루틴으로 새겨지는 과정이다. 일단 무의식에 서브루틴으로 새겨지면 어떤 상황에 대처했을 때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일단 익숙해지면 어떤 모퉁이에서 우회전 해야 한다는 의식을 하기도 전에 이미 뇌의 신경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는 무의식에 새겨진 수많은 서브루틴들이 하나의 결정을 내려 우리의 뇌에 전달하면 비로써 '우회전 해야 한다'는 의식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의식이 먼저가 아니라는 뜻이다. 믿어지지 않는가? 나 또한 절대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실험들의 결과를 보면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전두측두치매'라는 병이 있다고 한다. 이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고 길거리에서 옷을 벗고 모르는 사람에게 침을 뱉는 등의 반사회적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규범을 인지하는 전두엽과 측두엽에 물리적 손상으로 인해 보이는 행동이라고 한다. 이 질환에 걸리기 전에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뛰어난 인간관계를 보여주던 사람들도 뇌의 자그마한 물리적 손상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1960년대 유명했던 미국의 살인범은 자신의 일기에 자신의 머리속에 괴물이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썼고 결국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을 끔찍하게 죽이는 살인을 저질렀고 자신은 자살을 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해부해 달라고 썼고 의사들이 그의 뇌를 해부한 결과 충동과 폭력을 제어하는 중요한 부분에 종양이 생겨서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았을 때 인간의 성격 혹은 성품이라는 것이 뇌의 물리적 환경의 결과라는 결론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무엇이며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창조물에서 자신의 뇌조차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뇌 속에 접근할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에 통제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 인간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간의 자유의지나 영혼의 존재는 거부되어야 하는가? 인간은 수많은 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뇌의 결정에 따르는 나약한 존재라는 유물론적 결론에 따라야만 하는가? 그에 대한 해답은 이 책에 담겨져 있다. 그 해답의 과정에서 난 인간에 대한 자부심과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꼭 읽어보시길....

  인간의 삶이 자신이 주어진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 책을 통해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다시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아이를 위해 나의 행동에 보다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름신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가?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는가? 매일 매일 다티어트를 결심하면서도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고 마는가? 가끔씩 나를 잘아는 사람들도 당황할 정도로 '욱'하는 성질을 버릴 수 없는가? 나이가 들어도 철이 들지 않는 자신에 대해 고민인가? 사회적 일탈을 꿈꾸는 자신의 정신세계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책은 그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알려줄 것이다. 진정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한 쉽고 재미있는 해석!!! 새롭고 신기한 나의 '뇌' 속으로 기나긴 여정을 떠나보자 !!!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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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아세요? - 당신에게 어울리는 재즈를 찾아주는 윤희정의 친절한 재즈 이야기
윤희정 지음 / 나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재즈라는 장르에는 여러가지 선입견이 있다.
어렵다. 성인 취향이다. 다소 끈적거린다. 가을이나 비 오는 날 어울린다. 등.
그런데 진짜 내가 재즈에 대해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전혀 없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선입견이 아무 비판없이 내 머리속에 박혀 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재즈라는 대중적이지 않은-우리나라에서는- 장르의 책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인 윤희정씨가 재즈를 소개해주는 책이다.

'윤희정과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이미 100여 차례 공연을 만들 정도로 재즈의 대중화를 바라는 그녀가
이 책을 통해서 나에게도 재즈를 권하고 있다. 재즈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흠뻑 빠져보라고 말한다.
그녀의 친근하고 편안한 안내에 따라 책 속에 담긴 50곡의 재즈 명곡을 듣다보니 어느새 편안해 진다.
처음에 재즈라는 장르가 물음표(?)였다가 어느 순간 느낌표(!)로 바뀌더니 슬며시 미소짓게(^^) 된다.
재즈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문외한인 내가 듣고 보고 읽기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책이다.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ion], [Fly me to the moon], [Summer time] 등의 노래를 듣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재즈 명곡들이 우리들 곁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재즈는 어렵지 않다.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재즈가 많고 이별을 노래하는 재즈가 많지만 풋사랑을 노래하는 경쾌한 재즈들도 많다.
스윙이나 보사노바 등의 리듬감을 느끼면 재즈가 어둡고 끈적거린다는 편견도 사라지게 된다.
여름날의 휴양지에서 만난 여인을 추억하는 경쾌한 재즈곡을 듣고 있으면 늦가을에 어울린다는 것도 편견이다.
물론 재즈라는 음악이 지금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어느 계절에 들어도 재즈가 가진 감성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의 감동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생소한 재즈곡들의 가사를 풀어주고 그 곡에 담긴 사연들을 풀어주면 유명한 노래를 추천한다.
'윤희정과 프렌즈' 공연에 함께 했던 수많은 게스트들의 이야기와 그들과의 인연을 풀어쓴다.
그렇게 윤희정씨는 자신이 열정을 다해 사랑하는 재즈를 모두가 편안히 즐기게 만들어 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곡들에 숨겨져 있던 사연들을 들으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전혀 알지 못했던 재즈곡들의 가사를 되새기며 음악을 듣고 있으면 너무도 익숙한 느낌이 신기하다.
재즈라는 장르가 이렇게 거부감 없이 내게도 맞을 것이라는 상상도 한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재즈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우리의 보편적 감수성과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재즈에 매료되고 완전히 빠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거부감을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가끔씩 생각날 때 이 책에서 소개한 재즈곡들을 찾아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분위기 있는 파티에서 부를 수 있는 나만의 재즈곡 하나 정도는 연습하고 싶어졌다.

세상의 무서운 발전으로 이제는 책에도 음악과 영상을 담을 수 있다.
각각의 곡들에 첨부된 QR Code를 스마트폰으로 찍기만 하면 '윤희정과 프렌즈'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도 각각의 곡들을 들으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찾아듣지 않아도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들을 수 있게 QR Code를 부착한 것은 정말 대박이다.
노래를 듣지 않고 그저 설명만 읽었다면 다소 지루했을 수도 있을텐데 QR Code로 인해 책이 살아났다.
앞으로의 책들은 아마도 이런 식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어쩌면 소설에서도 QR Code를 볼 수 있을지도.
아무튼 이 책을 제대로 즐기려면 스마트폰은 필수!!!이다. 이제는 스마트가 대세이니까.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보고 듣고 읽는 즐거움으로 눈과 귀와 마음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 지금은 어쩌면 책을 읽는데 가장 좋은 시절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계절과 정말로 잘 어울리는 재즈 한곡. 이 책이 주는 행복한 선물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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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심리학 - 야구경기 그 이면에 숨겨진 놀라운 심리법칙
마이크 스태들러 지음, 배도희 옮김, 송재우 감수 / 지식채널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30년 롯데 광팬 !!!
이 말 한마디면 우리나라에서 야구팬으로써 인정을 받을만 하다.
그렇다! 나는 30년 롯데 광팬이고 스스로 야구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이 책은 그 제목 만으로 내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고 내용도 재미있다.
그러나 참으로 아쉽다. 제목이 차라리 '심리학'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

30년 프로야구를 보면 전문 해설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분석은 한다.
어제 경기가 왜 졌으며-혹은 이겼으며- 어디가 승부처였는지,
어제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어떤 타격/수비/투구를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식의 분석.
그러나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순순하게 야구를 즐기는 수준에서 야구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예를들어,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루킹삼진을 당하는 상황에서 선수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격과 투구의 메카니즘을 알아야 하고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물리학적으로 타격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타격이 가능한 것은 예측과 경험의 힘이다.
위의 상황에서 타자는 상대투수와의 상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는 투구를 예상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그 투수가 던질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공이 날아오면 꼼짝할 수 없는 것이다.
타격과 투구의 메카니즘을 통한 타자와 투수의 심리학적인 분석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아쉬운 부분은 심리학이라고 하기엔 너무 물리학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위의 예에서처럼 심리학적 분석을 위해 타격과 투구의 매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부분에 너무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심리학적 분석 보다는 생리학적 분석이 많다.
실례를 들어서 어떤 상황에서 타자와 투수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알고 싶고 듣고 싶었던 부분은 이런 부분이었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물론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타자와 투수의 심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런 분석을 할 수 없었다면 차라리 책의 제목을 [야구의 과학] 또는 [야구의 매커니즘] 정도로 했어야 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야구의 종주국 답게 야구라는 스포츠를 하나의 학문으로 접근하고 있다.
야구 하나에 대한 논문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야구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수없이 많다.
이 책의 저자도 야구라는 스포츠를 물리학과 심리학이 조화를 이루는 학문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운 용어들도 등장하지만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이런 분위기가 부럽다.
최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분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너무나 많은 매력을 가진 스포츠이다. 그 속에 인생이 있고 세상이 있다.
그래서 야구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 인생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선수들에게 맞는 과학적/심리학적 분석서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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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아저씨 2011-06-2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저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ㅋㅋㅋ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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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곰슬머리가 인상적인 김정운 교수를 처음 본 것은 '책 읽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처음부터 그의 말에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반항을 해보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말하는 '재미'에 대한 내용에 공감을 하면서도 왠지 그러면 안 될것 같은 의무감?
그 후 여러 매체를 통새허 본 그의 모습은 인생을 즐기며 사는 모습이었다.
얼마전에 끝난 '명작스캔들'에서 조영남씨와 함께 즐기는 모습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최근에는 '김승우의 승승장구'를 통해 예능에 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가히 인생을 즐기며 사는 모습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그래서 선택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심리학'을 그리고 있다.
나 역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제철소가 있는 포항에서 자랐음에도
결혼 15년차인 지금도 아내에게 '언제 철 들래?'라는 핀잔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남자로써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철없는-여자의 눈으로 볼 때 그렇게 보이는- 행동들에 120% 공감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철이 없어 보이는 행동들의 밑바닥에 깔린 심리학적 원인을
저자가 하나씩 밝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나를 훤히 꿰뚫고 있는 점쟁이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남자만이 공감할 수 있는 심리학적 원인들에 대한 그의 위로는 커다란 위안이 된다.
그렇다고 특별한 방식으로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도 그래'라고 말하고 있다.
그 '나도 그래'라는 말을 통해 남자들끼리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그래도 되잖아?'라고 말한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왜 그렇게 남자들 사이에서 반복되는지 설명한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책을 읽는 나에게 커다란 위로를 주고 나름의 용기를 준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남자는 역시 다 똑같네?'라는 즐거움 공감이 읽는 내내 퍼져 나간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구하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산다.
나이가 들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입꼬리는 처지고 이마의 주름은 깊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전반에 흐르고 있는 '남자들은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의무감과 무거움을 던져버리고 가벼움과 경박함을 즐기라고 말한다.
어른이 되면, 특히 남자 어른이 되면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재미'라는 단어와 친해지라고 말한다.
재미를 즐길 줄 아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너무나 공감이 된다.

20대의 나이에 읽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행복학 강의라고 했을 것이다.
40대의 나이가 된 지금에는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돈이 필요하지만 많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는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40대 정도의 평균이면 된다.
나 또한 부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의 내용들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20대에는 40대가 되었을 때 저 정도의 경제력이 있을까? 불안하기 때문에 공감이 안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평범한 인생을 살아 온 40대라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현실적이다. 경제력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린 시절 함께 지냈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아련한 감정만이 남아있는 첫사랑 그녀에 대한 기억도 다시 떠올랐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내게 남겨 주었던 기억들과 외로움에 몸부림 치던 청춘의 방황도 생각났다.
그 때의 기억과 방황과 추억들이 가지는 심리학적 의미를 이해하고 나니 더욱 소중하게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1주일간의 기간이 내게는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게는 참 고마웠던 책이다.

P.S : 이 책의 내용처럼 나의 첫사랑 그녀도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지금 그녀는 날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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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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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더글라스 케네디는 작년에 [빅픽쳐]라는 소설로 처음 만났던 작가이다.
작년에 읽은 100여권의 책 중에서 예상외의 대박이라고 생각하는 소설중에 하나이다.
전혀 이름도 몰랐던 작가와의 훌륭한 첫대면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지마자 e-book으로 예약구매까지 할 정도로...
결론적으로 더글라스 케네디는 나의 기대와 설렘을 저버리지 않는 소설로 보답했다.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빅픽쳐] 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푹 빠져 읽게 만들었다.

전문직인 기자이자 특파원인 샐리와 토니가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을
샐리를 중심으로 한 섬세한 심리묘사를 토대로 긴장감 넘치는 법정드라마로 만들어냈다.
책의 앞부분 반은 갑작스러운 임신과 결혼, 영국으로의 이주로 혼란에 빠진 샐리의 심정과
그 혼란함이 산후 우울증으로 발전하여 샐리를 옭아매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책의 후반부는 지독한게 나쁜남자가 되어버린 토니의 은밀한 배신으로 궁지에 몰린 샐리와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자신이 빠진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녀의 힘든 싸움이 그려진다.
모든 법정드라마들이 그렇듯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상대에게 치명타가 될 증인들을 찾아나서는 과정.
주인공이 궁지에 몰리고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에 기적적으로 일어나느 반전의 재미도 담겨있다.
사랑과 결혼과 가정과 행복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는 소설의 메시지도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잠시도 손에서 iPad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과 재미는 역시나 탁월하다.

영국인은 인생을 가망없다고 생각하지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인들은 인생은 가망없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여전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영국인과 미국인을 비교하는 이 문장을 통해서 작가가 두 나라를 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주인공인 미국인 샐리의 입장에서 영국사회에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영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끔찍하게 무례하니까.
샐리가 영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국과 미국의 이런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부적응인 힘든 임신과 난산의 과정에서 산후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비극적인 사건의 단초가 된다.
영국사회와 미국사회에 대한 비판, 산후 우울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심리상태의 섬세한 묘사.
나 역시도 우울증을 그저 가벼운 증상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샐리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토니는 완전히 나쁜 인간의 대표적 표상이 되었다.
물론 그의 행동이 하나도 정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과연 그의 행동에 어떤 변명도 허용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토니도 어쩌면 덱스터의 음흉한 계략에 이용당한 희생양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토니와 덱스터의 이해관계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아서 벌어진 행동에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토니는 대부분의 이기적인 남자들 처럼 자신의 인생에 가족이 끼어드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나 자신의 행동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많은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남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고 짜증스럽기까지 한 샐리의 산후 우울증의 증상들로 인해
책의 전반부는 자칫 지루하고 짜증나기 까지 할 정도이다. 우울증에 대한 나의 몰이해로 인해 더욱.
그러나 토니의 배신이 벌어지고 자신의 아이를 다시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샐리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듯한 다소 부정적인 변호사들에 의해 법정드라마로 발전하는 책의 후반부는
그 어떤 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긴장과과 스피드를 보여준다.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는 덤이다.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같은 날씨에 읽으면 시원한 카타를시스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강추!!!

P.S : [빅픽쳐]나 이 소설이나 결국 승자는 여자였다. 작가는 분명 남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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