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더글라스 케네디는 작년에 [빅픽쳐]라는 소설로 처음 만났던 작가이다.
작년에 읽은 100여권의 책 중에서 예상외의 대박이라고 생각하는 소설중에 하나이다.
전혀 이름도 몰랐던 작가와의 훌륭한 첫대면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지마자 e-book으로 예약구매까지 할 정도로...
결론적으로 더글라스 케네디는 나의 기대와 설렘을 저버리지 않는 소설로 보답했다.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빅픽쳐] 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푹 빠져 읽게 만들었다.

전문직인 기자이자 특파원인 샐리와 토니가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을
샐리를 중심으로 한 섬세한 심리묘사를 토대로 긴장감 넘치는 법정드라마로 만들어냈다.
책의 앞부분 반은 갑작스러운 임신과 결혼, 영국으로의 이주로 혼란에 빠진 샐리의 심정과
그 혼란함이 산후 우울증으로 발전하여 샐리를 옭아매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책의 후반부는 지독한게 나쁜남자가 되어버린 토니의 은밀한 배신으로 궁지에 몰린 샐리와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자신이 빠진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녀의 힘든 싸움이 그려진다.
모든 법정드라마들이 그렇듯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상대에게 치명타가 될 증인들을 찾아나서는 과정.
주인공이 궁지에 몰리고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에 기적적으로 일어나느 반전의 재미도 담겨있다.
사랑과 결혼과 가정과 행복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는 소설의 메시지도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잠시도 손에서 iPad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과 재미는 역시나 탁월하다.

영국인은 인생을 가망없다고 생각하지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인들은 인생은 가망없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여전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영국인과 미국인을 비교하는 이 문장을 통해서 작가가 두 나라를 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주인공인 미국인 샐리의 입장에서 영국사회에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영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끔찍하게 무례하니까.
샐리가 영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국과 미국의 이런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부적응인 힘든 임신과 난산의 과정에서 산후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비극적인 사건의 단초가 된다.
영국사회와 미국사회에 대한 비판, 산후 우울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심리상태의 섬세한 묘사.
나 역시도 우울증을 그저 가벼운 증상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샐리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토니는 완전히 나쁜 인간의 대표적 표상이 되었다.
물론 그의 행동이 하나도 정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과연 그의 행동에 어떤 변명도 허용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토니도 어쩌면 덱스터의 음흉한 계략에 이용당한 희생양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토니와 덱스터의 이해관계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아서 벌어진 행동에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토니는 대부분의 이기적인 남자들 처럼 자신의 인생에 가족이 끼어드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나 자신의 행동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많은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남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고 짜증스럽기까지 한 샐리의 산후 우울증의 증상들로 인해
책의 전반부는 자칫 지루하고 짜증나기 까지 할 정도이다. 우울증에 대한 나의 몰이해로 인해 더욱.
그러나 토니의 배신이 벌어지고 자신의 아이를 다시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샐리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듯한 다소 부정적인 변호사들에 의해 법정드라마로 발전하는 책의 후반부는
그 어떤 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긴장과과 스피드를 보여준다.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는 덤이다.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같은 날씨에 읽으면 시원한 카타를시스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강추!!!

P.S : [빅픽쳐]나 이 소설이나 결국 승자는 여자였다. 작가는 분명 남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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