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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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권력이라는 것이 생기면서부터 거짓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권력의 거짓은 있어 왔다.

그 거짓의 대부분은 국가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인 목적의 거짓이 아니라

권력을 독점한 소수가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한 사적인 거짓이었다.

그 결과로 인해 거짓을 저지른 소수의 집단이나 개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거짓에 속았는지도 모른 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어 왔다.

[국가의 거짓말]은 거짓으로 밝혀진 23개의 숨겨진 진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어차피 국가라는 권력의 속성이 거짓을 필수 조건으로 한다고 체념해야 하는가?

거짓을 거짓인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면 거짓을 행한 사람들은 또 다시 거짓을 행한다.

그렇기에 거짓을 거짓으로 아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고

시대를 떠나 어떤 거짓이 있었는지 아는 것도 또 다시 거짓에 속지 않는 최선의 방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23가지 거짓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래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바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고 이런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자신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책의 내용은 진보진영의 의견과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선책하기 전에 했던 가장 큰 고민은 한 쪽 시각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였다.

우려대로 진보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다소 실망이었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예를들지 않고 다른 나라의 예를들어서 설명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책의 내용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서 오는 씁쓸한 안심.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고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그래서 최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집요하게 자신의 옳음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된다.

진보진영의 최고의 단점은 그런 집요함이 만든 피로감이라고 생각한다. 난 보수파가 절대 아니다.

이 책의 주장들을 전체적으로 꿰고 있는 것은 국가 권력의 남용이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나라를 운영한다고 해도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잘못들이지만 그것을 그저 드러내기만 하면 답은 없다.

이 책의 가장 아쉬운 것은 납득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제시가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면 그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원자력을 반대하는 논리만큼 원자력을 찬성하는 논리도 있다.

원자력을 찬성하는 논리를 무조건 '거짓'으로 못박고 시작하면 이야기는 전개될 수 없다.

그저 또 다른 진보의 집요함이 불러낸 피로감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타인의 시각으로 균형을 맞춰 볼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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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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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좌절과 실패를 할 수 있다. 하루아침에 인생의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 인생의 바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지만 그렇게 쉬운 것이 인생은 아니다.

소설이나 영화처럼 쉽게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실로 인생의 바닥은 아닐 것이다.

언제나 만족감을 주었던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좋다.

올해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라는 처절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개'를 산책시킨다는 것이 결코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없기에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함과 처절함을 느꼈다.

 

주인공 도랑은 잘나가나는 컨설턴트였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배신으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이 스파이였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는 사랑을 위해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

그러나 그렇게 순정(?)을 바친 여인은 홀연 자취를 감추고 그에게 남은 것은 삶의 나락이었다.

인생의 바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전전하는 그의 직업 중 하나가 '개산책'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어쩌다보니 개보다 못한 인생을 살게 된 그에게 인생은 수많은 시련을 던진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라마'라는 이름의 강남 아파트 값을 가진 개와의 인연.

'개'에 의해 선택된 '남자'가 개를 통해 인생의 바닥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치지만 쉽지는 않다.

 

설마 실제로 개를 산책시키는 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가지지만 실제로 있다고 한다.

하기야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사람보다 고급으로 취급받는 개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제목에서 느낀 처절함은 사회의 바닥층을 형성하면서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나 역시도 개 보다 못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경악할 만한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 합쳐진 결과일것이다.

빈부 격차의 심화와 사회의 이상한 변화가 가져온 현 상황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랑은 '라마'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인생의 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인생의 바닥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부담스럽게 느끼기 시작한다.

인생의 바닥에서 자신과 동질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바닥을 빠져나오는 빛이 보이면서 레벨이 다르게 느껴진다.

도랑의 모습을 비난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이 타인에 대한 차별로 나타나게 되지 않는가?

흔히들 재벌이 사람을 무시하는 것에 분노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타인의 분노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타인에 대한 차별로 뵤시한 적이 단 한번도 없는가?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만 봐도 세상은 참으로 잔인하지 않은가?

 

인생의 밑바닥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도랑의 처절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세상의 이치를 가르친다는 수많은 서적들이 성실함을 무기로 절망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고 역설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는 인생이란 영화나 드라마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를 들어가면서 깨닫게 된다.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도랑이 쉽게 인생의 바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부분이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장미빛 환상에 빠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결국 작가는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인생과 스스로 선택한 인생 사이에서의 고민을 그리고 있다.

'라마'라는 개에게 선택되어 인생의 바닥에서 빠져 나오려 하던 도랑의 시도가 실패하고

자신의 버렸던 여인에 의해 다시 한번 선택되어 새로운 희망을 볼 수도 있는 기회를 버리고

인생의 바닥에서 만난 인연들과 새롭게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결말은 이 소설의 주제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군가에서 선택받을 수 있고 그 선택이 찬란한 미래를 열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인생은 자신을 선택한 누군가의 변심(?)으로 하루 아침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물론 그 선택을 기회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한 삶이란 언제나 불안하다.

소설 속 도랑이 나락에서 빠져나갈 희망을 보면서도 일말의 불안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결국 인생이란 자신의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도랑의 추락도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 나락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그의 선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나락에서 빠져 나온다면 언젠가는 다시 나락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난 문학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소설의 문학적인 부분은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난 이 소설이 정말 마음에 든다. 시종일관 가슴속에 따스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도랑의 삶이 찌질하고 빛이 없는 나락에 빠져 있는 순간에도 그의 가슴에 남아있는 따스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20년 가까이 무명으로 지냈다는 작가의 자전적 반영이 도랑이라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작가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심사위원들의 선택으로 시작된 그의 세계가 계속 발전하길 기대한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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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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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을 자처하고 있지만 최근 몇 작품에서 다소 실망했던 나.

게이고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주 잠깐 고민을 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조금은 실망스러웠다고 하나 언제나 게이고의 작품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니까.

그의 신작 [신참자]는 게이고를 스타로 만들어 준 '가가형사'시리즈의 최신작이다.

나는 가가형사 시리즈를 모두 읽었기에 '가가 고이치로'라는 이름에 기대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선책이 틀리지 않았고 게이고에 대한 믿음이 다시 생긴 계기가 되었다.

이 소설, 정말 재미있다. 게다가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억울한 사람냄새가 나는 소설이다.

 

가가형사가 경시청에서 어떤 이유로 인해 도교의 관할서로 옮기게 되면서 '신참' 형사가 된다.

일본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곳에서 혼자 살던 중년의 여인이 교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현장에 남아있던 증거들과 피해자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수사선상에 떠오르고

각각의 인물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가가형사의 맹활약이 펼쳐진다.

 

이 소설이 다른 추리소설과 다른 차이점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다른 추리소설들 처럼 담당 형사의 동선을 따라 용의자들을 추적하는 형태가 아니라

각각의 용의자들을 주인공으로 하나의 단편같은 이야기들이 모여 사건의 얼개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대히트를 쳤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예를들어 센베가게 딸과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사이에 얽힌 사연이 어떻게 사건에 영향을 주는가?

그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이 어떻게 사건에 영향을 주었고 그들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기가 있는가를

가가형사의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추리능력을 풀어내서 용의선상에서 제외 시키는 식으로 전개된다.

형사의 동선이 아니라 주변 인물의 이야기에 방점을 둔 형식이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각각의 주변인물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단편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분명 장편 소설을 읽었고 사건도 하나인데 마치 여러개의 사건이 있는 단편집을 읽은 느낌이 들게 한다.

그렇게 하나의 단편처럼 구성된 이야기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그 드라마가 성공한 건 당연하다.

 

게이고의 매력은 추리소설에 사람냄새를 가장 잘 담아낸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그 매력을 한껏 발휘한 소설이다.

각각의 주변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을 하나 하나 풀어가다 보면 '가족애'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귀결된다.

성격상 스스럼없이 표현하지 못하거나 서로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말하지 않지만

결국은 숨길 수 없고 어디선가 표시가 날 수 밖에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작은 이야기들로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들 처럼 사람의 악한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추리소설.

사람냄새가 넘쳐 흐르는 매력적인 추리소설은 내가 게이고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오래간만에 게이고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어서 나에게는 '게이고의 귀환'으로 느껴진다.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회도 급속한 가족의 해체와 그로 인한 소외감에 시달리는 것 같다.

게다가 일본 사회는 우리보다 훨씬 고령화가 진행된 사회이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큰 것 같다.

게이고가 소설에서 그리는 가족애가 넘치는 모습이 일본 사회의 현실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사회가 변해도 결코 잃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것의 가치일 것이다.

또한 자녀의 잘못을 따끔하게 질책하지 못하고 그저 감싸고 도는 것이 자녀을 망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사회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기 아이만 감싸고 도는 젊은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내 아이만 감싸는 부모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결코 자식을 위하는 길이 아님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누가 알려 줄 수도 없는 일이고...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휩쓸려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소중한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소설이다.

사람 냄새가 넘치게 풍기는 따뜻한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면 게이고의 신작을 강력히 추천한다. 강추 !!!

 

P.S :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성녀의 구제]가 생각났다.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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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1 - 기적의 서막 명량 1
박은우 지음 / 고즈넉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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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우 작가의 이순신 3부작 중에 두번째 이야기 [명량]이다.

첫번째 이야기인 [전쟁의 늪]은 정유재란 이후 이순신 암살시도를 다루고 있다.

이순신의 암살시도를 무산시킨 비변사 비밀낭청 장호준을 주인공으로 한 전작에서

전쟁의 그늘에 숨어서 전쟁의 양상을 바꾸었던 치열한 첩보전을 그렸던 작가가

그 후속편에서 이순신 장군의 가장 드라마틱한 승리인 '명량해전'을 그리고 있다.

단 12척의 배로 수백배에 달하는 왜군의 수군을 물리친 세계 해전사 최고의 전투.

그 기적과 같은 승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해야 했는가?

아무런 덧붙임 없이도 그대로 드라마가 되는 해전을 어떻게 소설로 만들었을까?

 

소설은 이순신이 왜군의 계략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백의종군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옹졸한 왕 선조와 당쟁에 빠진 지도층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다.

작가는 시대와 정치에 방점을 두지 않았다. 전쟁과 전쟁에 휘말린 민초의 삶에 방점을 둔다.

백의종군을 하는 가운데 이순신이 키워놓은 수군은 칠전량에서 단 한번에 전멸해 버리고

부랴부랴 다시 통제사로 임명된 이순신은 흩어진 군심과 민심을 모으기 위해 남도를 돌아다닌다.

그러나 전편에 이어 이순신의 목숨을 노리는 일본의 시도는 계속 이어지게 되고

요인 암살의 최고라는 '까마귀부대'가 그의 목숨을 노리며 집요한 추격전을 전개한다.

끊임없이 목숨을 노리는 일본군의 추격을 피하며 흩어진 병력을 모아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는 그들.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기적의 승리를 준비해 나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 소설로 부활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명량'을 버렸다는 것에 있다.

어릴 때 부터 수없이 들어왔고 수많은 소설과 영화로 재탕되었던 익숙한 텍스트 '명량'

작가는 익숙한 텍스트에 차별화를 두려하지 않고 그 텍스트 자체를 버려버렸다.

소설에서 '명량해전'이 차지하는 부분은 마지막 20여 페이지에 살짝 그려져 있을 뿐이다.

대신에 작가는 익숙한 텍스트를 대체할 내용으로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을 집어 넣었다.

전편에서 자신을 버려 이순신을 지켰던 비밀낭청 장호준이 이제 호군의 신분으로 이순신의 곁을 지키고

이순신과 함께 생사를 같이 하였으나 칠전량의 패전으로 패장의 멍에를 써야 했던 수군 장수들이 등장하고

이순신의 목숨을 노리며 집요한 추격전을 펼치는 일본 최고의 암살집단 '까마귀 부대'가 적으로 나타난다.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준사라는 캐릭터의 등장은 소설적 재미를 더욱 증가시켜 준다.

명량이라는 익숙한 텍스트를 버리고 선택한 수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기존의 이야기들과 다른 명량을 만들어 낸다.

 

이 소설을 영화화를 기본 전제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라고 한다.

이미 전작의 경우 영화화가 진행되어 캐스팅이 하나씩 추측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가 열광했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떠올리면 우리는 왜 그런 텍스트가 없었을까?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세계 전쟁사에 가장 위대했던 인물이 있고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승리의 기록이 있었다.

[반지의 제왕]이 그리고 있는 상상의 세계 중간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실제 우리 역사에 있었던 전설의 기록.

그 기록을 이제나마 소설로 다시 살려내고 영화로 생명력을 불어 넣겠다고 하는 시도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 소설의 영화화가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이순신 3부작'에 대한 나의 기대는 크다.

이제 소설은 마지막 이야기인 '노량'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노량'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순신 3부작'이라고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호준으로 대표되는 이름없는 영웅들, 전쟁의 흐름을 바꾼 묻혀진 사람들이 이야기가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위대한 역사에 숨겨져 있었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매력적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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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맨발의 디바 - 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
이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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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미는 맨발의 디바로 유명하다. 나 역시 그녀를 떠올리면 맨발을 먼저 떠올린다.

그녀의 노래들은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TV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녀의 이미지는 꾸미지 않은 외모에 맨발로 서서 무대를 꽉 채우는 공연장의 모습이 전부다.

그녀가 MBC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가진 신선함도 거기에 이유가 있다.

노래방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부른다는 '애인...있어요' 때문에 그녀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찾지만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공연장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날이 따스해지기 시작하던 2월의 어느날 서점에서 그녀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잠깐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들었다가 순식간에 40여 페이지를 읽어버렸다.

결국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남은 이야기가 궁금해서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하고 내가 선호하는 음색을 가진 가수라 원래 관심이 갔었다.

열렬한 팬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노래들을 통해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던 나는 그녀의 팬이다.

그녀가 가진 음악에 대한 태도,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가수 이은미의 음악과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에세이였다.

 

개인적으로 연예인들이 쓴 책에 대한 편견이 많은 편이다.

특히나 아이돌 가수들이 쓴 책들에 대해서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잠깐의 인기를 얻은 아이돌들이 삶과 음악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가질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20년이라는 시간을 음악이라는 것 하나로 버텨온 사람이라면 생각이 깊을 수 밖에 없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말처럼 '소리 위를 걸어 온' 그녀의 삶이 그 자체로 교훈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운명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다.

음악 때문에 괴롭고 힘들지만 결국 음악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음악인생을 이야기 한다.

자신이 선택한 음악이라는 길을 걸어가기 위해 그녀가 한번도 거르지 않았던 치열한 노력을 보여준다.

단 하나의 완성된 소리를 찾기 위해 수많은 불면의 밤을 세운 그녀의 뜨거운 열정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음악을 시작하고자 하는 후배들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아 하는지 충고한다.

음악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의 소중함을 언급하고 결국은 사람이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책 속에 담겨있는 그녀의 프로정신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많은 깨달음을 준다.

 

'40'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그것이 나의 나이가 되었을 때 가장 크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로 인해 인생에서 30살의 의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내가 40살이 되고 보니 '40', '마흔'이라는 나이가 주는 의미와 감정은 30대와 비교도 안된다.

가수 이은미도 불같은 20대와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하는 30대를 지나 40대에 이르러서 이 책을 썼다.

나와 비슷한 연배이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가 주는 공감의 진폭이 유난히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음악에 대해 말하지만 그 이야기는 그대로 내가 일한 분야에 옮겨와도 전혀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고집과 자신감과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진정한 프로로 살아갈 수 있다.

 

'맨발'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차가움 혹은 빈곤함의 이미지와 달리

이은미의 '맨발'은 하이힐을 신고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음악에 대한 그녀의 뜨거운 열정의 상징이다.

난 오늘도 그녀가 어느 무대에선가 맨발로 노래하는 것을 상상하며 나의 하루도 뜨겁게 살아갈 것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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