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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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막 한 가운데인 '예멘'에 영국의 연어를 옮겨 놓는다 !!!

말도 안되는 일을 추진하려는 이상주의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권.

그들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만들어 낸 황당하고 어이없는 코메디.

정치권과 관료주의와 언론에 대한 풍자가 유머러스하게 풀어지고

이라크 전쟁, 중동에 대한 서방의 건방진(?) 시각 등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거기에 달짝지근한 로맨스가 덤으로 곁들여지고 연어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진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연어낚시를 즐기고 싶다는 한 족장의 소망이

중동에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고 낚시꾼들의 표를 끌어들이려는 정치권과 만나

본의아니게 휘말리게 된 어류학자와 함께 웃지못할 코메디를 만들어 낸다.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의 어류학자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몰아부치는 정치권.

이후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듯 꼬리자르기를 하는 정치권의 행태.

정치권이 흘린 뉴스를 덥석 물고 여론을 일으키는 언론의 모습 등이 우습게 펼쳐진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불쌍한 어류학자만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상황에 씁쓸한 웃음이 난다.

사막에서 연어를 낚고 싶다는 이상주의자의 꿈이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

정치권에 이용당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꿈을 실현시킬수도 있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의 반전은 족장의 말을 따르자면 '신이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가지 형태로 기록된 소설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류학자의 일기로 시작하더니 언론의 뉴스, 이메일, 심문조서 등 여러가지 형태로 이어진다.

여러가지 형태가 하나의 소설로 묶여있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이 책에 빠져드는 장점이 있다.

이야기의 중반부터 심문조서의 양식을 띠는 것을 보면서 뭔가 사건이 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언제 어떤 형태로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궁금증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또한 여러형태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등장인물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재미도 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독자를 다루는 방법을 보면 노련함이 드러난다. 뛰어난 재능이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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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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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지금.

북극의 차가운 바람과 인간의 인내를 시험하는 기나긴 어둠의 밤이 찾아온다.

그런데 북극의 이야기가 이렇게 웃기고 재미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 여름 폭염을 시원하게 달래줄 북극의 생활상이 요절복통할 이야기와 함께 찾아온다.

낄낄대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한 여름의 폭염을 저멀리 달아나고 없었다.

 

MBC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을 보면 에스키모 원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은 여전히 문명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의 생활의 일부를 엿볼 수 있었지만 다큐의 주제가 다소 무거웠던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 책은 북극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유쾌하고 즐거운 일상이 소재이다.

다큐의 무거움을 벗어던지고 문명사회에 던지는 냉소가 담긴 위크와 유머가 유쾌하다.

물론 책의 주인공이 에스키모 원주민이 아니라 회사에 고용된 유럽출신 사냥꾼이긴 하지만

그들의 유쾌한 삶을 우리의 머리속에 남아있는 무거운 북극의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 준다.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하나하나 살아있고 개성있는 인물들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밤 때문에 반쯤 미쳐버리거나 겨울잠처럼 깊은 잠만 자는 사냥꾼,

나름의 심오한 철학으로 다른 사람들의 피곤하게 하는 사냥꾼,

코 앞의 사물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나쁜 사냥꾼들이 나온다.

그들의 삶을 외롭고 힘들어 보이지만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낙천적이고 유쾌하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삶을 방해하려는 이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의 여인에 대한 우선권을 거래하는 말도 안되는 거래가 성립되고

장례식이 유쾌한 파티로 변질되어 죽은 사람이 뒤바뀌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한다.

사실인지 허풍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은 어떤 시트콤 보다 재미있고 폭소가 터진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이 작가에 대한 인상이 깊게 패인다.

10권의 이야기 중에서 3권이 출간 되었다고 하니 나머지 책들도 꼭 사서 읽어봐야겠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짜증이 났다면 시원한 북극에 사는 유쾌한 인물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떤가?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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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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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가 일제의 생체실험의 희생양이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731 부대의 마루타를 알고 있었지만 윤동주 마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에 분노했었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혐의치고는 그나마 적었던 2년의 형기를 다 채우지 못한 삶.

그가 속박되어 있었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과연 시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으로 한국 역사 팩션의 획을 그은 이정명 작가가

우리가 잃어버려야 했던 위대했던 시인의 마지막 1년을 재구성한 소설이 이 소설이다.

단순히 시인 윤동주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이라면 이처럼 큰 감동을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글의 힘, 시의 힘을 빌어 우리가 잃어버린 위대함을 되새긴다.

 

인간의 가장 잔혹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전장에서 살아남은 죄로 영혼이 황페해진 간수 스기야마.

후쿠오카 교도소에서 악마라 불리우며 모든 죄수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스기야마가

어느 날 교도소 한 가운데 비참하게 살해된 모습으로 발견되고 범인을 찾기 위한 추적이 시작된다.

시대의 암울함에 이끌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간수병이 된 18살의 청년 와타나베 유이치는

마지막 교대근무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역할을 부여 받는다.

스기야마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그의 삶을 추적하던 유이치는 악마와 시인의 조우를 알게된다.

모든 이들에게 악마로 불렸던 간수와 순결한 영혼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제된 시어를 가졌던 시인.

두 사람의 조우가 일으킨 기적같은 변화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교도소의 수많은 사건들.

전쟁이라는 시대의 죄악에 이끌려 공범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어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의 전반부는 윤동주와 스기야마의 만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글쟁이를 혐오하던 스기야마가 우연히 접한 윤동주의 시 한편에 정신적 충격을 받고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

다른 재소자들의 엽서를 매개로 시인이 이끄는 책의 세계에 빠져 서서히 동화되는 스기야마의 변화들.

최악의 전쟁에서 최악의 순간에서 살아남아 황폐해진 스기야마의 영혼이 서서히 치유되는 모습들.

그리고 결국 간수와 시인이 아닌 책을 매개로 하나의 동지의식을 가지게 되는 두사람의 인연이 그려진다.

소설의 후반부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격량에 휩쓸리게 되는 두 사람의 운명이 슬프게 그려진다.

식민지의 지식인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어쩔 수 없이 좌절을 하게 되는 시인과 그 시인을 되살려내는 간수.

전쟁을 일으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자들이 벌이즌 악행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조선 청년들의 아픔.

죽음이 너무 흔해 삶이라는 희망이 없어져 버린 지옥의 형무소에서 시인을 지켜내려는 간수의 노력들.

그리고 시대를 핑계로 인간성을 말살하려는 음모와 욕망과 배신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악마간수 스기야마와 순정한 시인 윤동주, 그들 사이의 이야기를 밝혀내고 시인의 조력자가 되는 유이치.

시대의 어둠에서 어둠이 끝난 후의 세상을 위해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윤동주 시인의 시들을 통해서 스기야마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있다.

나 역시 시라는 장르에 대핸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지만 이 소설을 통해 시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내가 교과서 시험문제로 외웠던 윤동주의 수많은 시들이 이렇게 커다란 감정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지 몰랐다.

우리는 왜 이렇게 위대한 시를 입시문제의 하나로만 기억하며 살아가야 했을까? 안타깝기만 하다.

암울의 시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입시문제의 하나로 전락해 버린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입시문제의 하나였던 윤동주의 시들은 나에게 따뜻한 위안과 커다란 감동으로 되돌아 왔다.

시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들어준 이정명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끝날 것 같던 이야기가 여러가지 반전들로 인해 거대한 음모로 뒤바뀐다.

일제가 행했던 수많은 악행들에 대한 고발은 기본이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잔혹함의 끝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끝날것 같던 사건을 단 한 방으로 뒤집는 반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내가 열광했던 이정명 작가의 모습이다.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으로 단숨에 나를 끌어당겼던 작가였지만 [악의 추억]은 다소 실망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통해 내가 열광하고 환호했던 이정명 작가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또 다시 열광을 준비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얼마나 비열하고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뒤통수 치는 반전은 덤이다.

이야기 자체의 힘만으로도 이 소설의 매력은 충분하다. 소설의 최고의 가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는 이미 위대한 시인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나라가 힘이 없어서 그를 끝까지 지켜낼 수 없었지만 그가 남긴 시들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난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세상에서 황폐해진 우리의 영혼도 그의 시를 통해 위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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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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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는 '종족말상을 위한 대학살'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로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의 잔인했던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인간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지금도 대학살을 반복하고 살아가고 있다.

지구상의 생물종 중에서 유일하게 동족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종족, 인간.

왜 인간은 끝없이 서로를 죽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폭력성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낙인인 것일까?

작가는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대한 통찰과 그에 대한 섬뜩한 경고를 전하고 있다.

 

내전이 한창 진행중인 아프리카 콩고 공화국의 피그미족에서 신인류가 태어났다는 보고.

신인류의 지성이 상상을 초월하기에 현재 존재하는 모든 암호시스템을 깰 수 있다는 보고.

보고를 접한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신인류 말살계획을 실행한다.

말살계획을 수행할 용병으로 선발된 '조너선 예거'는 아들의 병원비를 위해 계획에 참가한다.

자신의 임무에 숨겨진 끔찍한 비밀은 모른 채 인류를 말살시킬 전염병을 없애는 것으로 안다.

아프리카 콩고공화국에 침투하여 병에 걸린 피그미족 일족을 말살시키는 임무. 제노사이드.

한편 아버지의 잡작스런 죽음 후에 자신에게 전해진 아버지의 메일을 받게 된 고가 겐토.

아버지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의 치료약을 개발하려 했고 그것을 자신에게 넘긴것을 알게된다.

한 달안에 불치병의 치료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아버지의 유언에 황당한 겐토.

그러나 아버지가 숨겨놓은 비밀 실험실을 발견한 겐토는 놀랄만한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신인류를 말살하려는 작적을 수행하는 용병과 불치병 치료제를 만들려는 대학원생.

접점을 상상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만나는 접점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인류 멸종의 시나리오가 탄생한다.

 

작가는 인간이 동족에게 자행하고 있는 제노사이드에 대한 철저한 보복을 그리고 있다.

현생인류 보다 훨씬 뛰어난 지성을 가진 신인류의 탄생과 신인류를 말살하려는 현생인류의 싸움.

현생인류에서 최고의 지성과 폭력성을 가진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끔찍한 음모에 맞서는 투쟁.

신인류의 눈으로 보기엔 하찮은 현생인류의 말살작적에 대한 신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보복.

그 어떤 시나리오 보다 섬뜩하고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인류멸종의 시나리오.

수없이 반복해서 자행해 온 제노사이드를 거꾸로 당하게 된다면 인간의 대응은 어떠할 것인가?

인간의 능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신인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면?

그제서야 인간은 자신이 자행했던 수많은 제노사이드에 대한 조금의 반성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때늦은 반성을 한다해도 과연 인간종족의 멸종을 막을 수 없다면 그것을 천벌일까?

작가는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인류멸종의 시나리오를 통해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대한 경고를 한다.

아주 간단한 역지사지의 설정 하나로 인간이 행하는 모든 폭력에 대한 비판을 한다. 무섭지 아니한가?

 

소설에서 신인류가 인간에게 행하는 보복과 자신을 지키기 위한 계획의 치밀함에 기가 막힌다.

자신을 보호해서 아프리카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용병 4명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이미 신인류는 개입한다.

그 용병들이 결국 자신을 보호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보호장치의 치밀함도 놀라울 뿐이다.

일본에서 겐토가 자신을 도와 신약을 개발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과정도 한 치의 빈틈이 없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펼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대응책을 내어 놓는다.

말 그대로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인간들을 조종하여 자신을 위해 이용하는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때로는 직접 행동으로 보복하고 때로는 작은 위협으로 인간 스스로 복종하게 만든다.

인간이 상상하는 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신인류의 활약(?)에 기가 질리고 허를 찔리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작가의 머리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이 작가의 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유일하게 난해했던 부분인 것 같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680여 페이지의 두께에 눌려 선뜻 집어들기 어렵겠지만 한번들면 멈출 수 없는 소설이다.

올해 읽은 소설 중에 단연 최고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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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이재익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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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엄연한 범죄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특별법도 있고 단속도 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변함없다.

오늘도 수많은 '아가씨'들이 욕망의 노리개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아가씨'들의 삶에 대해

직설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보여주는 소설이 이 책이다.

 

흔히들 '나가요'라고 불리며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치부되는 사람들.

물론 그런 매도가 부당하지 않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부족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멸시하고 천대하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소설은 '싸구려 욕망의 배출구' 이상의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모두가 아닌 척 하는 밤의 세계에 종사하는 아가씨들이 나오고

모두가 멸시하는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 또 하나의 밤의 종사자인 웨이터가 나오고

아가씨를 사서 욕망을 푸는 잘나가는 대기업의 잘나가는 유부남이 나오고

어쩌다 엮이게 되는 무능력하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절실한 아버지가 나온다.

그들의 사연들이 이어지다 서로가 서로에게 얽히면서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된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특별히 나쁜 사람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이웃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숨은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부정하려 했던 밤의 세계가 있다.

작가는 '성매애'를 하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인식은 '성매매'를 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프게 꼬집어 낸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은 생각하지도 않고 '아가씨'들을 멸시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비웃는다.

우리가 멸시하는 '아가씨'들은 결국 우리의 욕망을 배출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작가는 욕망의 배출구이자 어른들을 위한 장남감 취급을 받는 그 '아가씨'들 또한

우리가 함께 숨쉬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이자 평범한 이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인간이고 사랑도 하도 배신도 하고 이별에 아파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과연 그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멸시하고 무시해도 될 자격이 있는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 사회가 행하고 있는 잔인하고 끔찍한 낙인찍기에 대한 비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자칫 '아가씨'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미화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은 소설에서도 지적하지 않는가?

다만 그 선택이 '아가씨'들의 선택 보다 목표에 도달하는 시점이 늦고 불가능 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가씨'들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그들의 처지를 동정항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비겁함에 대한 비판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비겁함이 '아가씨'들의 선택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재익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몰입도가 있고 평균 이상의 이야기가 있다.

이 소설도 이틀만에 다 읽은 정도로 굉장한 몰입도를 자랑하고 예상 밖의 이야기로 무장되어 있다.

다만 워낙에 선정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19금'이라는 딱지는 당연하다. 그것만 제외하면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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