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이재익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엄연한 범죄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특별법도 있고 단속도 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변함없다.

오늘도 수많은 '아가씨'들이 욕망의 노리개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아가씨'들의 삶에 대해

직설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보여주는 소설이 이 책이다.

 

흔히들 '나가요'라고 불리며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치부되는 사람들.

물론 그런 매도가 부당하지 않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부족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멸시하고 천대하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소설은 '싸구려 욕망의 배출구' 이상의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모두가 아닌 척 하는 밤의 세계에 종사하는 아가씨들이 나오고

모두가 멸시하는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 또 하나의 밤의 종사자인 웨이터가 나오고

아가씨를 사서 욕망을 푸는 잘나가는 대기업의 잘나가는 유부남이 나오고

어쩌다 엮이게 되는 무능력하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절실한 아버지가 나온다.

그들의 사연들이 이어지다 서로가 서로에게 얽히면서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된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특별히 나쁜 사람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이웃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숨은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부정하려 했던 밤의 세계가 있다.

작가는 '성매애'를 하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인식은 '성매매'를 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프게 꼬집어 낸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은 생각하지도 않고 '아가씨'들을 멸시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비웃는다.

우리가 멸시하는 '아가씨'들은 결국 우리의 욕망을 배출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작가는 욕망의 배출구이자 어른들을 위한 장남감 취급을 받는 그 '아가씨'들 또한

우리가 함께 숨쉬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이자 평범한 이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인간이고 사랑도 하도 배신도 하고 이별에 아파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과연 그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멸시하고 무시해도 될 자격이 있는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 사회가 행하고 있는 잔인하고 끔찍한 낙인찍기에 대한 비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자칫 '아가씨'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미화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은 소설에서도 지적하지 않는가?

다만 그 선택이 '아가씨'들의 선택 보다 목표에 도달하는 시점이 늦고 불가능 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가씨'들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그들의 처지를 동정항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비겁함에 대한 비판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비겁함이 '아가씨'들의 선택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재익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몰입도가 있고 평균 이상의 이야기가 있다.

이 소설도 이틀만에 다 읽은 정도로 굉장한 몰입도를 자랑하고 예상 밖의 이야기로 무장되어 있다.

다만 워낙에 선정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19금'이라는 딱지는 당연하다. 그것만 제외하면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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