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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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는 '종족말상을 위한 대학살'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로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의 잔인했던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인간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지금도 대학살을 반복하고 살아가고 있다.

지구상의 생물종 중에서 유일하게 동족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종족, 인간.

왜 인간은 끝없이 서로를 죽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폭력성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낙인인 것일까?

작가는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대한 통찰과 그에 대한 섬뜩한 경고를 전하고 있다.

 

내전이 한창 진행중인 아프리카 콩고 공화국의 피그미족에서 신인류가 태어났다는 보고.

신인류의 지성이 상상을 초월하기에 현재 존재하는 모든 암호시스템을 깰 수 있다는 보고.

보고를 접한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신인류 말살계획을 실행한다.

말살계획을 수행할 용병으로 선발된 '조너선 예거'는 아들의 병원비를 위해 계획에 참가한다.

자신의 임무에 숨겨진 끔찍한 비밀은 모른 채 인류를 말살시킬 전염병을 없애는 것으로 안다.

아프리카 콩고공화국에 침투하여 병에 걸린 피그미족 일족을 말살시키는 임무. 제노사이드.

한편 아버지의 잡작스런 죽음 후에 자신에게 전해진 아버지의 메일을 받게 된 고가 겐토.

아버지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의 치료약을 개발하려 했고 그것을 자신에게 넘긴것을 알게된다.

한 달안에 불치병의 치료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아버지의 유언에 황당한 겐토.

그러나 아버지가 숨겨놓은 비밀 실험실을 발견한 겐토는 놀랄만한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신인류를 말살하려는 작적을 수행하는 용병과 불치병 치료제를 만들려는 대학원생.

접점을 상상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만나는 접점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인류 멸종의 시나리오가 탄생한다.

 

작가는 인간이 동족에게 자행하고 있는 제노사이드에 대한 철저한 보복을 그리고 있다.

현생인류 보다 훨씬 뛰어난 지성을 가진 신인류의 탄생과 신인류를 말살하려는 현생인류의 싸움.

현생인류에서 최고의 지성과 폭력성을 가진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끔찍한 음모에 맞서는 투쟁.

신인류의 눈으로 보기엔 하찮은 현생인류의 말살작적에 대한 신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보복.

그 어떤 시나리오 보다 섬뜩하고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인류멸종의 시나리오.

수없이 반복해서 자행해 온 제노사이드를 거꾸로 당하게 된다면 인간의 대응은 어떠할 것인가?

인간의 능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신인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면?

그제서야 인간은 자신이 자행했던 수많은 제노사이드에 대한 조금의 반성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때늦은 반성을 한다해도 과연 인간종족의 멸종을 막을 수 없다면 그것을 천벌일까?

작가는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인류멸종의 시나리오를 통해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대한 경고를 한다.

아주 간단한 역지사지의 설정 하나로 인간이 행하는 모든 폭력에 대한 비판을 한다. 무섭지 아니한가?

 

소설에서 신인류가 인간에게 행하는 보복과 자신을 지키기 위한 계획의 치밀함에 기가 막힌다.

자신을 보호해서 아프리카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용병 4명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이미 신인류는 개입한다.

그 용병들이 결국 자신을 보호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보호장치의 치밀함도 놀라울 뿐이다.

일본에서 겐토가 자신을 도와 신약을 개발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과정도 한 치의 빈틈이 없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펼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대응책을 내어 놓는다.

말 그대로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인간들을 조종하여 자신을 위해 이용하는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때로는 직접 행동으로 보복하고 때로는 작은 위협으로 인간 스스로 복종하게 만든다.

인간이 상상하는 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신인류의 활약(?)에 기가 질리고 허를 찔리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작가의 머리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이 작가의 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유일하게 난해했던 부분인 것 같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680여 페이지의 두께에 눌려 선뜻 집어들기 어렵겠지만 한번들면 멈출 수 없는 소설이다.

올해 읽은 소설 중에 단연 최고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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