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학자 모터머 애들러(M. Adler)에 의하면 연애편지 읽기는 가장 모범적이면서도 탐욕적인 텍스트 읽기 방식이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글 자체를 잘 읽으려고 노력하는 경우는 단 하나,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이다.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행간과 여백에 감춰진 의미까지 읽어 내려 한다. 부분의 견지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의 견지에서 부분을 읽는다. 경험과 지적 능력을 최대한 민감하게 발휘하여 문맥을 해석하고, 애매한 구절과 암시 · 함축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말의 색깔, 문장의 냄새 , 구절의 무게까지 알아차리려 하며 심지어 구두점의 위치까지도 고려한다. 만약 이러한 가설이 맞는다면, 한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연애소설 읽기나 연애편지 읽기 · 쓰기가 강렬한 문학체험의 첫머리에 놓인다는 사실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연애 서간문집이나 감성적 사랑을 다룬 대중적 시집이 시대를 초월하여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