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말 한 마디가 자녀의 인생을 바꾼다


                     사마광·주희 지음/ 명진출판 







 


백이 숙제의 고집을 버려라


동방삭∙이 자식을 훈계한 글




 


아들아.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中道를 따르는 처세를 으뜸으로 여긴단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중도를 따를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시킨다.




은나라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성품이 고상하고 순결하였다. 하지만 어질고 덕이 뛰어난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았고, 좋은 친구가 아니면 사귀지 않았으며, 부패하고 타락한 조정에서는 벼슬하지 않았을 정도로 너무나 고집스러웠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처세와 도량度量은 지나치게 졸렬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유하혜柳下惠는 모든 일에서 자신의 지조를 끝까지 지켜 나가는 군자였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니, 네가 설령 내 곁에서 발가벗고 있다고 한들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ꡑ




그는 항상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갖고 행동했다. 그랬기 때문에 나쁜 임금을 섬기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며, 자신의 관직이 낮은 것도 비관하지 않았다. 화목하고 평온한 세상을 만나든 어지럽고 살기 힘든 세상을 만나든 늘 변함없는 자세를 유지했다. 이런 점에서 유하혜의 처세는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른이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란다. 어떤 때는 하늘을 나는 용처럼 모습을 한껏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물 속에 숨은 이무기처럼 그 모습을 조용히 감출 줄도 알아야 한다. 만물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처신할 뿐 고정불변의 견해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관리로 일하면서 초야에 묻힌 군자처럼 욕심부리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처신하여라. 비록 크게 출세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재난은 피할 수 있다. 재주를 뽐내면서 자신을 지나치게 과시하면 오히려 신변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명성을 얻으면 저절로 광채가 나는 법이다. 많은 사람의 신망을 얻으면 주변에 사람들이 늘 머물게 되어 일상이 바쁘게 된다. 반면에 고고한 자세로 생활하면 다른 사람과 쉽게 화합을 이루지 못한다.




아들아, 모든 일에는 여지를 남겨두어라.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는 쉽게 곤경에 빠지고 말 것이다. 부디 명심하여라.




∙동방삭 東方朔. B.C 154년~B.C 93년. 그는 박학할 뿐 아니라 다재다능했으며 특히 문학에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해학과 재치가 뛰어난 사람으로서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먹어 죽지 않고 장수했다는 속설 때문에 ‘삼천갑자 동방삭’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호탕한 의리보다 신중한 청렴함을 배워라


마원∙이 조카 마엄馬嚴과 마돈馬敦을 훈계한 글






엄과 돈, 보아라.




너희가 혹시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듣거든 마치 부모의 이름을 들은 것처럼 귀에 들리더라도 입에 담지는 말기 바란다. 다른 사람의 장단점을 입에 담기 좋아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정치와 법을 입에 담는 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다. 나는 내 가족이 그런 언행을 하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시집가는 딸에게 반복해서 타이르듯이 내가 너희들에게 거듭 얘기하는 이유는 너희가 이 말을 영원히 잊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마음에 깊이 새겨두길 바란다.




용백고龍伯高는 성품이 곧고 신중하다. 어지러운 말을 입에 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겸손하고 청렴하며 공정하고도 위엄이 있다. 내가 그를 애지중지하니 너희도 그를 본받기 바란다.




두계량杜季良은 성격이 호방하고 의리가 있다. 다른 사람의 근심을 함께 걱정하며 남의 즐거움도 함께 즐거워한다. 또한 현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모두 친분을 쌓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그의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아끼고 좋아할지언정 너희들은 그를 본받지 말기 바란다.




옛말에 ‘따오기를 그리려다가 오리를 그린다.‘는 속담이 있다. 용백고를 본받고자 노력할 경우 설령 그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착실하고 신중한 사람은 될 수 있다. 반면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개를 그린다.‘는 속담이 있다. 두계량을 본받으려다 실패한다면 자칫 경박한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두계량을 본받지 말라는 것이니 새겨듣도록 하여라.




∙마원 馬援. 동한 시대 무릉(茂陵) 사람이다. 후한 광무제(光武帝) 때에 벼슬하여 명장으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친구로부터 칭찬을 받아라




정현∙이 아들 정익은鄭益恩을 훈계한 글






아들아, 들어보아라.




우리 집은 매우 가난했기 때문에 부모님과 동생들은 내가 학문에 힘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학문의 뜻을 접지 못했다. 하여 그나마 몸담고 있던 관직을 사직하고 주周나라와 진秦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학문을 익혔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나는 가르침을 간곡히 청하여 육경六經을 공부하고 예로부터 전해오는 글을 대략이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때로는 위서緯書와 도참설圖讖說에 관한 책도 읽어보았다. 마흔 살이 넘어서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부모님을 봉양하고,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지으면서 가족과 화목하게 지냈다.




훗날 환관이 권력을 휘두를 때 당파를 만들었다는 죄목에 연루되어 14년 동안이나 벼슬살이를 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나는 현량방정과賢良方正科와 유도과有道科에 추천을 받았고, 대장군이 삼공三公의 자리로 초청했으며, 공거부公車府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나와 함께 관직에 오른 동료 중에는 재상이 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본래 관직에 뜻이 없었다. 오히려 옛 성현의 말씀을 후대에 전하고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여러 가지 학설을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조정의 부름을 한사코 사양했다. 그러던 가운데 황건적의 난을 당해 남북을 오가며 유랑하고, 고향으로 오니 내 나이 벌써 일흔 살에 이르렀구나.




이제 삶의 궤적을 더듬어 되돌아보니 살아오는 동안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구나. 예법에 따라 가사家事를 모두 너에게 물려주고 나는 그 동안 못다 이룬 책을 완성하려고 한다. 임금의 부름을 받거나, 조문을 가거나, 성묘하는 일이 아니라면 집을 나서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집안의 대소사는 모두 네가 책임지기 바란다.




너는 군자의 도리를 구하는데 힘쓰고, 학문 연구에 몰두하고, 경거망동한 일을 삼가야 한다. 행동거지는 공손하고 신중하게 하고, 덕행이 있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동료와 친구로부터 칭송을 받으면 명예가 따를 것이고, 뜻을 세우면 덕행을 이룰 수 있다. 자식이 명예를 얻으면 부모도 영광스럽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나는 비록 높은 관직에 올라서 많은 녹봉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학문을 추구하는 마음만은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학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를 즐겨 하였다. 그래서 자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비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묘를 수리하지 못할까 걱정이다. 또한 내가 아끼던 책이 대부분 훼손되었는데 필사본을 만들어 너희에게 전해주지 못할까 걱정된다. 서산에 기우는 해와 같은 몸으로 남은 일을 완수할 수 있을지 두렵다.




집안 형편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으니, 계절에 맞춰서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면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식생활을 검소하게 하고 소박한 옷을 입는다면 나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아들아, 내 말을 명심하여 소홀히 여기지 말길 바란다.






∙정현 鄭玄. 동한 시대 북해군(北海郡) 고밀(高密)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문에 뜻을 두어 태학(太學)에서 공부했다. 마융(馬融)을 스승으로 받들며 그의 학문을 모두 전수 받았다. 평생을 은둔하며 경전을 연구해 수많은 저술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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