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살 때 아르미 5.0을 번들로 받았었는데, XP에선 안 되어서 아쉬웠었는데, 드디어 6.0 프로를 구하게 되어서 시험해 보니 한글은 95점, 한자는60점 정도이니, 아르미6의 인식율이 놀랍다. 기술의 진보가 얼마나 갈지 궁금해지게 만들어 준다.

시험삼아 여름에 읽었던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152~154을 읽어 들어 보았는데, 허균이 사모하던 기생을 기리는 글이다.


절묘한 시구는 비단 펼친 듯

밝은 노래 가던 구름길을 범했네.

복숭아 훔친 죄로 인간 내려와

불사약을 훔쳐서 인간 떠났네.

부용 휘장 등불은 어둑도 하고

비취빛 치마엔 향기가 남아

내년에 복사꽃이 활짝 피면은

그 누가 설도(薛濤) 무덤 지나가리오.

妙句堪摘錦      淸歌解駐雲

倫桃來下界      竊藥去人群

燈暗美蓼帳      香殘翡翠裙

明年小桃發      誰過薛濤墳


처량타 반희(班姬)가 부치던 부채

구슬퍼라 탁문군(卓文君)이 타던 거문고

날리는 꽃 공연히 한만 쌓이고

시든 향초 다만 마음 상하네.

봉래도라 구름은 자취도 없고

푸른 바다 달빛은 하마 잠겼네.

훗날 소소(蘇小)의 집을 찾으면

시든 버들 그늘도 못 드리우리.

凄絶班姬扇      悲凉卓女琴

飄花空積恨      衰蕙只傷心

達島雲無迹      溟滄月已沈

他年蘇小宅      殘柳不成陰


 

 '비단을 펼쳐놓은 듯 아름답던 시, 청아한 노랫소리는 구름도 가던 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내 보기에 그대는 복숭아 훔친 죄로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선녀였다. 그런데 이제 인간의 불사약을 훔쳐 달나라로 달아났던 항아(辯』刻처럼 훌쩍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구나. 그대의 거처엔 불이 꺼지고, 그대 입던 치마엔 향기만 남았으리. 봄날이 와, 그대가 훔쳐 와 심은 그 복숭아 나뭇가지에 꽃이 활짝 피어나면, 사람들은 저 옛날 중국의 시기(詩妹) 설도(薛濤 :당나라 때 이름난 기생. 양가의 딸로 가난 때문에 기적奇籍에 몸을 올리고, 백거이 두목 등의 시인과 시를 주고받았다)의 무덤을 찾지 않고, 모두들 그대의 무덤을 찾아 스러져버린 꽃다운 기억들을 추억하게 될 게요.'


둘째 수에서는 버림받은 신세를 가을부채에 견주였던 한나라 반첩여(班婕妤)의 원가행(怨歌行)과 탁문군(卓文君)의 거문고 고사를 끌어와 이 둘을 합한 것이 바로 계랑이라고 추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은 흩날리는 꽃잎처럼 한만 답쌓이고, 거듭되는 이별에 가슴만 아픈 나날이었다. 그제 그녀는 봉래산으로 건너갔고, 달빛은 바다에 잠겨 세상은 어둠 속에 묻히고 말았다. 유명한 기생 소소(蘇小)의 명망도 이제 그녀의 꽃다운 이름 앞에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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