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11일 일기에서

아침에 일어나면서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이 언제나 올까 생각하는데 아침 일찍 배달되어 왔다.  경기도라서 늦을 줄 알았는데 더 빨리 와서 신기하다. 짭짤하게 할인까지 해주면서.. 이 정도면 인터넷 쇼핑, 진짜 할만 하다. 내게 있어 책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이었는데 인터넷으로 확실하게 해결하게 되어서 무엇보다 후련하고 감사하다.


덕분에 새 책을 펼치는 맛을 음미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독서의 역사}, {수사학} 등이 흥미롭다.  갈수록 점점 더 읽고 쓰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고, 또 논리적으로 쓴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논리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워져 가는 지 모르겠다.


그 중에 {독서의 역사}의 저자 망구엘이 아르바이트 학생 시절에 시력을 잃어 가던 세계적 문호 보르헤스의 요청으로 책을 읽어주는 가운데 듣게 되었던 그의 독특한 촌평에서  독서에 안목을 뜨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어렸을적에 정익이 삼촌이 자원해서 매일 오후에 와서 책을 읽어 주었었다. 넓고 조용한 응접실의 쿠션 좋은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들으며 어려운 대목이 나오면 촌평대신 질문했었기에 망구엘과는 정반대 입장이었지만, 정말 큰 공부가 되었다.


망구엘이 "독서를 할 때마다 읽은 내용은 그전까지 읽었던 것들 위에 덧쌓인다"고 한 것은 새로이 읽어 가는 독서가 축적된 독서의 역사 위에서 더욱 충실해져 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지겨우면서 즐거운 나의 독서의 역사를 통해서 앎과 삶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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