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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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이유의 목소리가 들리는 한 문장, ˝저는요,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거든요, 그렇게까지는,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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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6-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굿바이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네요. 요상한 캐릭터들이 (연장인가요 그게?) 나란히 서있는 사진 참 좋았는데! 지금 사진도 좋아요 ㅎㅎ

굿바이 2012-06-22 14:41   좋아요 0 | URL
그걸 다 기억하시다니!!!! 얼마 전에 아차산에 갔는데 나무랑 꽃이랑 어찌나 당당한지...그래서 좀 데려왔어요 ^________^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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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을 잡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치약을 짜서 양치질을 시작한다. 초등학교 등교 이후 반복한 일이다. 이후 머리를 감고 욕실을 나와 물을 마시고 거의 매일 동일한 시간이 소요된다. 동선을 그려보면 보폭이나 움직임의 경로도 일정할 것이다. 별 생각없이 하는 일이지만 생각하고 하는 일보다 월등히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정확한 결말에 이르는 유일한 행동이다. 따라서 내 일상은 거기까지만 안전하고 완벽하다. 그렇기에 내 기억 중 나도 믿고 남도 믿고 심지어 하느님도 믿는다고 인정해 줄 대목은 '아침의 양치질과 머리 감기 그리고 물 마시기'까지가 전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밀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는 기억은 '아침의 양치질과 머리 감기 그리고 물 마시기'를 의심하지 않듯이 의심없이 믿고 때때로 반복 재생한다. 공백이 많지 않아서, 노화의 심각한 과정을 밟고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나는 자주 격하게 그것들을 신뢰하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참 편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런 문장을 만나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이유는 하나. 뭔가 들킨 것 같고 들킨 건 늘 창피할 일 밖에 없을 것 같고 더 나아가 그런다고 내가 앞으로 변할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능과 뻔뻔함에 스스로 놀라 아주 잠시 참회의 순간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 무능과 뻔뻔함은 관성의 법칙을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 쭉 지나온 내 인생을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칠 것이다. 심지어 나와 관계한 타인의 과거까지 손을 볼 것이다. 뻔하다. 특별한 인생이 아니었기에, 크게 다칠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견고한 믿음이 있기에, 나는 살기 위해서라도 이 짓을 계속 할 것이다. 소용돌이 치는 무엇을 본다 하더라도, 혹여 내게 있어 베로니카를 만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뻔뻔한 다짐을 함에도, 알락 릭맨이 주연했던 <시와 점심(The Song of Lunch)>이 떠오르는 이유는 뭔지. 어딘지 찌질한 수다스러움 뒤에 묘하게 버티고 있는 진실. 우디 알렌의 농담이 종종 쓸쓸했던 이유.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농담도 참. 다들 너무들 하시는구려. 그나저나 이제 어쩌나. 농담도 한 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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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6-0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곳에 밑줄을 그은 언니를 보며. :)

(라고 좋아하기엔, 네, 제가 밑줄이 좀 너무 많긴 해요. 그렇지만, 두번째 문장은 저도 특별히 옮겨 두었던 부분. 저는 이 소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에요. 엉엉)

굿바이 2012-06-08 18:00   좋아요 0 | URL
웬디와 늘 같은 곳을 보고 있구나, 좋다 :)

비로그인 2012-06-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나와 관계한 타인의 과거까지 손을 볼 것이다. 뻔하다. 특별한 인생이 아니었기에, 크게 다칠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견고한 믿음이 있기에..."


머리뿐만이 아니라 가슴까지 아픈 글이네..
나도 예외가 아닌 것을..

특히.. 태그에서 "나도 이리 아픈 것"을 보면
이라는 글을 읽자 눈물이 ..

빌어먹을 .. 나이들면서 느는 건.. 과잉 감정 뿐이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건 아니고.. 내 말은 과잉 혹은 결핍 혹은 정상 이성도 그닥 생의 의지가 되는 건 아니라서.. 덜 챙피한 건 아니라서 딱히 과잉 감정이라는 것이 나쁘다
생각드는 건 아니지만
나도 타인에게도 때론 무겁.. 아니다..솔직히 버거울 때가 있다..

암튼.. 잘 먹고 다녀라..
이 더위 날려면..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


굿바이 2012-06-08 18:01   좋아요 0 | URL
무엇이든 먹세!!!!!
조만간 얼굴 한 번 보자. 그대 마음 편할 때. 알았지?

꽃도둑 2012-06-1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의 리뷰에서 소설 냄새가 나는 건 왜일까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장에서 난단 말이죠. 아,,,사실 요즘 소설쓰고 싶어 죽갔시요.^^
그래서 곱씹으면서 읽게 되네요..


굿바이 2012-06-13 14:19   좋아요 0 | URL
정말요?
우히히히히히~!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________________^
 
스무살 한살림 세상을 껴안다 - 한살림 20년 발자취
모심과 살림 연구소 지음 / 그물코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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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땀과 흉내내기 힘든 마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서로의 생명과 생활을 기꺼이 책임지는 운동으로 지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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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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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가다 벽돌 두 장을 발견하면 늘 합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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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3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 그 환상의 물매
김영민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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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진정한 단 하나의 사랑은 결국 내가 모르는 어느 타인의 사랑˝_ 동감하지만 풍성하지는 않아요, 풍성하지 않아서 알기 쉽기는 하지만 쓸쓸해요, 쓸쓸하니 생각은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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