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4)-보라카이에서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서 정희는 다이버를 하러 가고 나는 아일랜드 호핑을 하러 갔다. 한국에서 준자유여행을 온 신혼부부와 나 이렇게 3명, 앞 바다는 파도가 세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뒷바다로 갔다. 길쭉하게 생긴 보라카이 섬이 파도를 막아주어 뒷바다는 잠잠하다. 여기서 다른 일행들을 만나 함께 호핑을 나간 사람들은 부산에서 온 아이 둘과 부부, 신혼 부부 1팀, 수빅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아가씨와 서울에서 온 그 아가씨 동생과 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했다. 낚시 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낚시 바늘을 떨어뜨릴 때는 재빨리,바닥에서 50키터 정도 떨어질 곳 쯤에서 낚시 바늘을 드리워야 고기가 잡힌다는 것. 들은 대로 낚시질을 했다. 조금 있으니 서울에서 온 아가씨는 2마리나 잡았다. 오! 나도 고기가 낚시 바늘에 걸리는 느낌이 온다. 당겨 올리니 이제 까지 잡은 고기들 중 제일 큰 열대어 한 마리. 노란 색에 군청색 가로 무늬가 있는 고기다. 또 낚시질, 그런데 이번에는 묵직한 느낌이 온다. 상어가 걸렸나? 잔뜩 기대를 하고 재빨리 끌어오리는데 잘 안올라 온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끌어올리기 헉! 산호가 걸렸다. 한국인 가이드 왈“ 힘도 셉니다.”
낚시질을 끝내고 섬 주변을 조금 돌다가 스노쿨링을 하러 갔다. 그런데 다이버 하는 사람들 심정을 알겠다. 산호 밭이 너무 아름답다. 장미같이 생긴 산호도 있고, 큰 바위 같이 생긴 잿빛 산호도 있고, 산호 식물원 같다. 열대어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배 위에서 가이드가 빵을 던지니까 고기들이 우르르 모여 든다. 색색의 열대어들이 산호위를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데 볼수록 바닷속이 신비롭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하다가 배에 올라앉았는데 나는 가자고 할 때까지 스노쿨링을 했다.
나는 고향이 바닷가다. 여름이 되면 바다가 놀이터다. 하루 네댓번씩 수영을 했었다. 그 때는 수경(물안경)도 귀해 바닷속에서 눈을 뜨고 조개를 잡기도 하고 각종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했었다. 해산물을 잡아 뭍으로 나오면 눈이 벌갰지만 재미있는 놀이였다. 그렇지만 돈 주고 스킨 스쿠버를 배우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됐다. 그런데 보라카이 바닷속을 보니 정희가 피피섬에 스노쿨링을 하러갔다가 바닷속 세상에 매료되어 스킨 스쿠버 자격증을 따기로했다더니 그 심정 이해가 간다.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그 열대어들을 보라카이 앞 바다에서 다 봤다.
스노쿨링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보니 크로크 다일 섬이 있다. 그런데 그 작은 무인도에도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라구탄 보트 스테이션 언덕빼기에 있는 전통가옥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기 전에 ‘칼라나소’라는 우리 나라 탱자 같이 생긴 과일을 비누 대신 문지르고 손을 씻었다. 기름기가 약간 묻어나는데도 향도 상큼하고 느낌도 좋다. 점심은 씨푸드로 나왔는네 방콕, 차이나 타운에서 한 마리에 15,000원씩 주고 먹었던 크랩이 1팀당 2마리씩 나왔다. 대하도 수북히, 어묵 꼬지랑 닭고지도 수북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나는 일행이 없어 크랩 2마리를 혼자 다 먹었다. 거기다가 산미겔 맥주까지. 배가 불러 새우랑 다른 건 손도 못대겠다. 해산물을 먹고 나니 디저트가 나왔다. 람부탄,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디저트를 시켜먹었다. 이젠 배가 불러 도저히 못먹겠다.
이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스테이션 2로 나왔다.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좀 쉬려다가 나온 김에 야팍 쪽에 있는 푸카셀 비치랑 박쥐동굴, 조개박물관을 보러 가기로 했다. 메인로드로 나가 트라이시클 흥정을 했다. 2시간에 200페소. 먼저 푸카셀 비치에 갔다. 지금은 기념품 만드느라 다 주워가서 없지만 예전에 이곳에 푸카셀이라는 조개가 모래에 많이 섞여 있었단다. 몇몇 원주민 아이들 외에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 산호 가루로 만들어진 하얀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내리 쬐는 태양아래 파란 바닷물이 날 물속으로 오라 손짓을 한다. 수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가방을 맡길 곳이 없다. 에고에고. 걷고걸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여행하는 서민 취향의 나와 좋은 음식을 먹고 , 각종 맛사지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걸 우선으로 하는 정희와는 여행 취향이 달라 둘이가도 여행 일정은 각자 알아서 잡아 다닌다. 대신 저녁 밥 먹을 때 잠 잘 때는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좋긴 한데 이런 데서 일행이 없는 것이 아쉽다. 오른쪽 바닷가 쪽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기이한 바위들을 구경하고 해안에 밀려온 다양한 모양과 색깔들의 산호 조각 몇 개 주워들고 박쥐동물을 보러 갔다.
푸카셀 비치-서양인 남자 한명만이 해변을 거닐고 있다
왼쪽은 끝없는 모래밭, 오른 쪽은 화산 활동으로 이루어진 바위
그런데 박쥐 동굴까지는 트라이시클이 못 간다. 산속을 걸어 한참을 들어가야 한단다. 가이드 해 주는데 200페소를 달란다. 비싸다. 100하자고 했더니 안된단다. 그래서 걸어서 혼자 간다고 줄렁줄렁 가는데 ‘맘’하고 부른다. 잠깐 기다리란다. 원주민이 옥수수 까는 것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초등학교 2학년, 대여섯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 둘을 데리고 왔다.이 아이들이 박쥐 동굴까지 안내해 준단다. 산길을 외간 남자랑 가기엔 조금 망설여졌는데 잘 됐다. 꼬마 둘을 데리고 산길을 간다. 신발도 안 신었는데 배기지도 않은지 잘 간다.
사탕이라도 가지고 갔으면 주고 싶었던 박쥐동굴 가이드 꼬마 둘
가는 길에 보니 신기하게 생긴 열매들도 많다.귤 같이 생긴 건 먹는단다. 그런데 얘네들은 그거 보고도 안 먹는다. 박쥐동굴 입구에 도착하니 새까만 화산석이 불쑥불쑥 솟아있다. 꼬마가 후레쉬를 들고 왔는데 들어갈려고 보니 영 마음이 안내킨다. 어두침침한데다가 박쥐 배설물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난다. 그런데다가 바닥이 미끌미끌 샌달을 신고 갔는데 위험해서 안돼겠다. 그래서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보다가 그냥 나왔다.
동굴 앞에 화산석이 불쑥불쑥 박혀있고 안에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제 남은 곳은 조개 박물관, 그런데 트라이시클 기사가 자꾸 뭐라뭐라 한다. 조개 박물관을 못가겠다는 소리 같다. 지명을 말할 때 외에는 현지어를 하니 도통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도를 펴고 내가 처음 흥정할 때 가자고 한 곳 중 2곳 밖에 안갔고 조개 박물관 아직 안갔다 그러니 그곳에 가자고 했더니 또 뭐라뭐라.. 가만히 들어보니 문을 닫았다는 소리 같다. 조개 박물관이 문을 닫았단다.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아무튼 믿기로 하고 그럼 스테이션 2로 가자고 했다.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씩 나눠 먹고 마켓에 들러 물 2병을 사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조금 있으니 엄청난 기세로 비가 내린다. 그런데 정희는 스쿠버 다이빙을 두 번 나간 모양, 아직 안왔다. 씻고 쉬고 있으니 정희가 돌아왔다. 다이버 하면서 산호에 긁혀 장단지에 상처를 입고 왔다. 처음 나갔을 때는 별로였는데 두 번째 나갔을 때는 바닷속이 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혔단다. 그래서 생긴 ‘영광의 상처’라나.
랍스트를 먹기로 했는데 나는 점심 때 너무 많이 먹어서 도저히 더 이상 씨푸드를 못 먹겠다. 그래서 정희만 랍스트 한 마리를 혼자 시켜 다 먹고 나는 바로 옆집의 ‘서울식당’에서 된장찌개를 시켜 먹었다. 된장국 맛이 끝내 준다. 그리고 황제(?,아무튼)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우리가 1일 투어 신청했던 곳에 부탁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사지를 받았다. 정희는 어제 해변에서 하는 코코넛 오일 맛사지에 이어 오늘 또 맛사지 .그래서 그저 그렇단다. 나는 온 몸에 피로가 쫙 풀린다.